한동안 마음이 마치 거친 파도 위에 놓인 통통배 마냥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몰라 이성도 감성도 혼비백산한...

by Hogeony  /  on Aug 21, 2018 23:40

한동안 마음이 마치 거친 파도 위에 놓인 통통배 마냥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지 몰라 이성도 감성도 혼비백산한 것만 같았다.

몸은 모든 움직임을 거부하는 거 같았고, 마음도 모든 감정을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말 그대로 움직이기도 싫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다.


그동안 낯설고 다소 거리감 있게 느껴져 외면해왔던 타인들의 고뇌들이 스멀스멀 공감되어 갔다.

그리고 지금껏 깨닫고 이해했다고 여겨온 수많은 삶의 지혜들을

실제 내 삶에 적용함에 그게 얼마나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 세상엔 너무나 아름답고 단순명료한 가르침이 많고 많지만,

그것이 진정 내 것이 되는 데까지는 부단한 자신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함을 실감했다.

이는 마치 수영장에 갔을 때, 아주머니들께서 레인을 쉼 없이 왕복하시는 걸 보며

'별 거 아닌 것처럼 너무나 쉽게 하시는 거 같은데.. '더 젊고 근력도 좋은 나는 저게 대체 왜 안 되지...?'하며

처음에 그렇게 못하는 자신을 못 마땅에 하다가 그것이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비록 힘으로 들어 올리는 것은 자주 해왔던 거니까 내가 더 유리하게 해낼 수도 있겠지만,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것은 나에게 익숙한 것이 아니기에 내 뻣뻣한 몸동작에 대한 인식과

그 동작에 대해 물이 어떤 변화를 겪게 되는지를 몸소 이해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세상에 안 그런 것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인간은 걸음마조차도 남이 가르쳐줄 수가 없는 것이다.

본래 우리가 넘어지고 까져가며 직접 채득해야만 비로소 우리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것이다.


나는 내가 지쳤다고 느꼈다. 여러 가지로 몸도 마음도 지쳤다고 생각했다.

마주하고 있는 많은 것들에 대해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이

곧 분출할 화산이 되어 머리 위로 아지랑이를 피어 올리고 있는 거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 모습을 이해하고 싶어 했다. 다독이며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 연민의 탈을 쓴 자기합리화가 결코 나를 행복하게 하지 않는 것을 느꼈다.


나는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휴식이라고 자꾸 떠올렸다.

정말 그런 거 같았다. 일단 좀 한 두 달 푹 쉬면 숨 톰이 좀 트이고 몸도 마음도 금세 나아질 거 같았다.

물론 이런 질풍노도의 시간을 가지고 나니, 비로소 생각의 정리가 이뤄지는 것일 수도 있다.

혹은 어쩌면 이러한 생각마저도 지나친 긍정적인 사고방식의 강박의 일종일 수도 있다.


이렇든 저렇든 그 파도 위의 혼돈이 후회스럽거나 불필요한 것은 아니었다고 본다.

다만, 어제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휴식시간을 가진다면 분명 달라질 거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는데,

나를 어여쁘게 봐주셨던 선배께서 큰 아픔을 겪고 학교 운동장을 수없이 뛰며 마음을 달랬던 걸 떠올리며

나도 비슷하게 어젯밤 내가 다녔던 중학교의 운동장을 찾아가 긴 시간 걷고 또 걸으며,

지난 나날들을 돌아보고,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묻고, 모르면 왜 모르는지를 물어가며, 어렵사리 얻은 답은

내게 지금 진정 필요한 것은 휴식시간이 아니라 내 삶에 소중한 것들을 제대로 살피란 것이었다.


지금껏 나는 어떤 결정들을 해왔고 지금 나는 어떤 모습인가? 내가 마주한 현실은 어떠한가?

나는 왜 그러한 상황에 놓여 있는가? 무엇인 이 현실을 자초한 것인가?

지금 나는 무엇을 가졌는가? 그리고 나는 앞으로 무엇을 꿈꾸는가?

지금 가진 것을 온전히 소중하게 느끼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나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면, 이유는 무엇인가?


그 물음들의 결론은 너무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 자신이 행복이 아니라 불행을 택하고 있었단 거다.

나는 지금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그것을 내가 자발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그리고 내 삶은 지금 당장 변화할 수 있는데, 그것을 내가 역시 온갖 핑계로 미루고 있었다.


그리고 나니,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답하는 것이었다.

이 대답을 하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는 것과

비록 아직 가지고 있진 않지만 소중하게 될 것을 생각하는 것.


내겐 둘 다 매우 소중했다. 둘 중 하나만 명확해도, 삶은 행복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물론 둘 다 명확하면, 삶은 더없이 행복할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둘 다 선명하지 않다면, 마음껏 자유롭게 쉬어도 또는 무엇을 열심히 해도 결국 마음은 늘 비어있을 것만 같았다.


나는 내게 소중한 것들을 어루만지는 걸 미뤄두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행복을 미뤄두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당장 내일부터 두어 달 아주 자유롭게 쉬거나 새로운 무엇을 하더라도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그 결과가 결코 지금보다 더 나을 리 없다는 무의식의 경고장을 엿보게 되었다.


지금 당장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굳이 그것을 거부하고 있었던 거다.


마치 배는 고픈데, 코앞에 밥이 있는데... 피자가 아니면 안 먹겠다는 마음으로 밥상을 밀쳐두고

'배고프다 아 너무 배고프다 미치겠다 어쩌지...

피자를 사러 나가기엔 너무 귀찮다. 좀 있다가 나갈까... 아 배고프다...'

뭐 이러고 있는 꼴이었다.


호건아... 뭐하러 그러냐? 내가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것이 내 삶에 딱딱 오지 않는 것을 일찍이 경험해왔거늘...

그새 잊은 거냐? 세상이 내 생각대로 돌아갈 거라고 기대하고 있는 거냐? 그게 아닌 거 같으니까 다 무의미해지는 거냐?

그렇다 치자~ 이런 식으로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다 뒤집어진 세상에 산다고 치자... 그러면, 매일 찡그리고 살 거냐?

쨍하고 해 뜰 날만 오라고 외치며, 그저 답답하다 속상하다 서럽다 울부짖으며 하루를 보낼 거냐?


그게 어리석고 유치한 어리광임을 알았다. 사람은 자기 뜻대로 일이 안 되면, 아이가 된다. 그게 본능이다.

어렸을 적에 먹고 싶은 거, 사고 싶은 거, 입고 싶은 거

부모가 안 챙겨줄 때 보였던 자신의 모습이 곧 세상이 나에게 줘야 할 것을 안 주는 거 같아지면,

나이가 서른을 넘어도 그 세 살 버릇이 조금은 다른 형태로 재현되는 것이다.

어쩌면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떼를 쓰거나, 화를 내거나, 소리를 치거나, 괜한 짜증을 내거나 등등...

그렇게 그 당시엔 종종 얻었으니까... 그 경험을 온몸으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우린 뜻대로 안 되면, 그런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나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그렇게 해도 수용 가능한 어린애였고 그 내용이 어른의 관점에서 볼 때 사실 소소한 것들이었다는 점이고,

어른이 되어도 그렇게 하면 성인으로서 마땅히 해결해야 할 일들을 미성숙한 태도로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것이었다.


본능은 그대로지만, 내 처지는 달라져 있다.

화장실 욕조에서 첨벙대며 물에 뜨는 장난감을 달라고 떼쓰던 때와

사회라는 바다에서 허우적대며 맘껏 타고 놀 요트 한 척 달라고 하는 것은

비록 규모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지만... 본질엔 크게 차이가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안 된다는 거...


대신 우리에겐 대안이 있다. 그 현실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바로 그것이다.

오늘은 좋은 것이 내일도 좋은 것은 아니고, 오늘에 나쁜 것이 내일까지 나쁜 것도 아니다.

비 오는 날엔 우산이 가지고 있는 게 너무나 좋지만, 비 올 줄 알고 가지고 나온 우산이 맑은 날엔 너무나 귀찮은 것처럼...

그리고 어쩌다 화살을 맞아 쓰라린 아픔을 한 번 느꼈으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을

굳이 되뇌고 또 되뇌며 수없이 스스로 아픔을 느끼는 것은 내가 굳이 덤으로 택한 아픔이라는 것을...


우산에겐 죄가 없다.

무언가 맘에 들지 않아도, 계속 곁에 둘 거면 마음에 드는 점을 찾자.


화살은 이미 지나갔다.

기분이 울적하면, 그 꿀꿀함을 계속 잘근잘근 곱씹기보다는

지금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최대한 빨리 찾고 그것에 집중하자.


매 순간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순간은 늘 내 곁에 있다.


내 걸음마를 그 누구도 대신 떼어줄 수 없듯

내 삶의 행복을 그 누구도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


나의 행복과 불행은 나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싶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이다. 누가 그 감정을 억지로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지금 상황에는 내가 그 감정을 느끼는 게 맞는 거라고 우기고 싶어서 굳이 애써서 그 감정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내 말에 따라줘야 행복하다는 전제는 누군가 내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느끼는 권위의식이 되고,

내가 더 가져야 행복하다는 전제는 지금 내가 가진 게 충분하지 않아 불행하다고 느끼는 채워지지 않는 욕심이 되고,

내가 더 자유로워야 행복하다는 전제는 지금 내가 가진 자유로움도 만족스럽지 않아 불행하다고 느끼는 이기심이 된다.


그리고 장차 내가 어찌 되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마음을 불행이라는 그릇에 가둬 버린다.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행복하기를 택하련다.

한 번 살다가는 인생... 그렇게 어리석게 바보처럼 살다 가고 싶지 않다. 어차피 모든 꽃은 다 진다.

호건아,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자. 더 나은 내일 따윈... 뭐,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거다.

미래의 행복은 미래에 가서 느낄 일이다.


지금 당장 나는 내가 가진 소중한 것들과 내가 가지려는 소중한 것을 위해

내게 주어진 이 순간을 감사한 마음으로 온전히 쓰고 느끼며 나 행복을 음미하자. 누구보다 내 자신에게 솔직하게...!



♬ 나는 문제 없어 - 황규영 


*이 세상 위엔 내가 있고

나를 사랑해주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가고싶어(가고싶어)


많이 힘들고 외로웠지

그건 연습일뿐야

넘어지진 않을꺼야

나는 문제 없어.*


*짧은 하루에 몇번씩

같은 자리를 맴돌다

때론 어려운 시련에

나의 갈 곳을 잃어가고


내가 꿈꾸던 사랑도

언제나 같은 자리야

시계축처럼 흔들린

나의 어릴적 소망들도


그렇게 돌아 보지마

여기서 끝낼수는 없잖아

나에겐 가고 싶은 길이 있어


너무 힘들고 외로워도

그건 연습일 뿐이야

넘어지진 않을꺼야

나는 문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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