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고3 때가 떠오른다.
그 시기엔 마치 수능이 세상의 가장 큰 산으로 느끼고,
그 고갤 성공적으로 넘고자 맹목적으로 달렸었다.
10년이란 시간이 흐르고 오늘의 나는 박사학위를 앞두고
또 한 고갤 넘고자 뛰고 있다.
2005년에 한참 들었던 김경호의 노래들을 다시 들으며, 울컥함을 느낀다.
문득 "전성기"라는 세 글자가 떠오른다.
오늘을 넘어서면 전성기가 오는가?
더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 오는가?
그래서, 왔던가?
아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안다.
더 좋은 삶이란 따로 없다.
다양한 상황에 다채로운 나의 모습을 마주하는 색다른 삶이 있을 뿐.
내일의 더 평안한 삶을 위해서 오늘을 살지 않는다.
오늘이 주어졌기에 오늘을 살아갈 뿐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투자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곧
내일의 태양을 웃으며 맞이할 수 있는 토대가 됨을 상기하자.
짧은 기간에 많은 것들을 마주하는 것이 버거운 일이테지...
그래, 이 모든 고뇌와 감정이 더 넓게 세상을 이해하고
또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선배들을 이해하는데
큰 밑거름이 될 거라 믿는다.
지금보다 더 좋은 더 나은 순간은 어제도 아니고 내일도 아니다.
지금 바로 지금이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는 것이 곧 배움이고 성장이다.
학문을 탐구할 수 있음을 즐기고,
학위준비란 파고의 정점에 있는 지금의 감흥을 오롯이 만끽하자.
오늘 마주하는 희노애락 모두 다 나의 하루다.
좋은 상황만 기대하거나 힘겨움을 거부하지 않겠다. 부정하지 않겠다.
나는 나의 오늘을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한다. 그 모든 나의 모습이 곧 나다.
때때로 사람들은 눈 앞의 커다란 것들도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니라고들 한다.
그렇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본디 한 발짝 물러서 보면 별 거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내 눈앞의 하루가 별 거 아닌 거라고 생각하며 살면
나는 정말 별 거 아닌 삶을 하루하루 일구는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이 자기가 찍고 있는 작품의 감독도 별로로, 요즘 블록버스터도 많고...
게다가 독립영화라며 돈도 안된다고 스스로 작품에 가치를 낮게 보고 있으면
그 속에 선보이는 연기가 명품일 수 있을까?
비록 연기자 본인은 정말 실력없고 형편없고 잘난 거 하나 없는 배우라도,
주어진 작품만큼은 너무나 감사하고 특별하다고 느끼고
그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연기를 보이는 것.
그것이 배우로서 멋진 모습이 아닐까?
나는 평범한 한 청년에 불과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오늘의 나는
사지 멀쩡하고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익혀온 경험이 있는 캐릭터다.
이 세상에 조금이나마 따뜻함과 이로움을 심을 수 있는 사람이다.
이 세상을 무대로 나에게 오늘 하루라는 연출의 기회가 주어졌다.
나의 삶의 주인공은 나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무엇을 하겠는가?
비록 대단한 것은 없지만, 나는 나에게 주어진 오늘에 지금에
내 몸과 마음을 다해 충실하고 싶다.
호건아, 자~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