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7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오늘 아침, 왜 사람을 대할 때 신중해야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다가...

문든 든 생각,
우리가 연필과 샤프와 볼펜을 쓸 때 각각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음이 떠올랐다.

연필은 한 번 부러지면, 다시 깎아서 쓰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따로 들어간다.
그래서 연필을 다룰 땐, 힘 조절에 더 신경을 쓴다.
더불어 필통에 넣거나 휴대할 때도 펜 심이 부러질까 노파심에 더 마음을 쓰게 된다.

그러나 샤프를 대할 땐, 그렇지 않다. 부러지면 다시 누르면 되니까... 연필보다는 부담없이 쉽게 다루게 된다.
그래도 휴대할 때는 펜심을 집어넣어서 마지막 남은 그 조금은 부러지지 않도록 소소한 조치는 꼭 취한다.

반면, 볼펜은?
모나미 볼펜은... 부러지지 않는다. 그냥 막 쓰면 된다. 똑, 딱. 으로 모든 것은 간편하게 끝난다.
힘 조절은 중요하지 않다. 글씨체가 괜히 신경쓰이고, 펜 똥이 쌓이는 게 거슬린다.

우리가 각각의 필기구를 대함에 있어서 그렇게 확연히 차이가 나는 행동할 수 있는 이유는...
각각 중에 어느 것이 더 소중하다고 느껴서 그런 것은 결코 아닌 거 같다.
오히려, 가격으로 치면 고급 볼펜을 가장 소중히 다뤄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각각을 대하는 태도의 본질적인 차이가 그게 재화적인 값어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닌 거 같다.

우린 알고 있는 거다.
각각의 특징들을 알고 그것의 결과를 어느정도 예상하고 그 이유를 온전히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필기구도 알고서 대하니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잘 대하게 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떠한가?

사람은 필기구보다도 훨씬 다채롭고 복잡한데, 우린 왜 사람을 대함엔 천편일륜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려 하는 걸까?
개개인의 특질과 그러한 성격이 발현되는 이유들을 이해하게 된다면, 그 사람들의 행동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에 맞춰 그를 조금 더 잘 대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물론, 누군가의 내면을 이해한다는 것은 연필에 대해 알게 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잘 대함의 본질이 이해로부터 온다는 점을 떠올리면,
남과 내가 좋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할 뿐이다.

IMG_20151127_170254.075.jpg

꿈 - 피천득

간절한 소원이 꿈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려서 꿈에, 모터사이클에 속력을 놓고 마냥 달린다. 브레이크를 걸어도 스톱이 되지 않아 애를 쓰다가 잠이 깬다.

나는 와이키키 비치에서 한 노인 교포를 만난 일이 있다. 그는 1904 년에 이민으로 하와이에 온 후, 50 년이 되어도 꿈의 배경은 언제나 자기 고향인 통영이라고 하였다. '꿈엔들 잊으리요, 그 잔잔한 고향 바다'라고 한 노산의 노래가 생각난다. 미국에서 유행되던 '푸르고 푸른 고향의 풀' 이라는 노래가 있다. 감옥에 갇힌 사형수가 꿈에 고향을 꿈꾸는 것이다. 눈을 떠 보면 회색빛 네 벽만이 그를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꿈 속에서는 벽돌담도 철창도 다 스러져 없어지는 것이다.

또 이런 사연의 노래가 있다. 아기가 자기 전에 기도 드리는 것을 엄마는 몰래 엿보았다. 빨간 리본을 보내달라고 아가는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엄마는 빨간 리본을 사러 거리로 나갔다. 그러나 밤이 깊어 상점은 모두 닫혀 있었다. 엄마는 돌아와
안타까운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아침에 아기 방문을 열어보니 아기의 머리맡에는 빨간 리본이 놓여 있었다. 기적이라고 생각하여도 좋다. 그러나 이것은 엄마의 간절한 소원이 이루어진 꿈일 것이다.

서양 전설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처녀가 성 아그네스제 전야에 단식을 하고 아무와도 말을 하지 아니하고 성 아그네스에게 기도를 드리고 잠이 들면, 그날밤 꿈에 미래의 남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려서 나는 꿈에 엄마를 찾으러 길을 가고 있었다. 달밤에 산길을 가다가 작은 외딴집을 발견하였다. 그 집에는 젊은 여인이 혼자 살고 있었다. 달빛에 우아하게 보였다. 나는 허락을 얻어 하룻밤을 잤다. 그 이튿날 아침 주인아주머니가 아무리
기다려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러봐도 대답이 없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거기에 엄마가 자고 있었다. 몸을 흔들어보니 차디차다. 엄마는 죽은 것이다. 그 집 울타리에는 이름모를 찬란한 꽃이 피어 있었다. 나는 언젠가 엄마한테서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고 얼른 그 꽃을 꺾어 가지고 방으로 들어왔다. 하얀 꽃을 엄마 얼굴에 갖다 놓고 "뼈야 살아라!" 하고, 빨간 꽃을 가슴에 갖다 놓고 "피야 살아라!" 그랬더니 엄마는 자다가 깨듯이 눈을 떴다. 나는 엄마를 얼싸안았다. 엄마는 금시에 학이 되어 날아갔다.

TAG •
?

  1. 언제부턴가 학문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되었다

    언제부턴가 인류에게 있어서 학문은 과정이 아니라 결과가 되었다 강의 하는 교수의 눈빛도, 강의 듣는 학도의 눈빛도, 모두 빛을 잃었다. 지식정보화 사회라는 거창한 시대적 패러다임이... 지식을 탐구하는 것을 재화화하게 되었고, 인간의 노동력을 넘어 인간의 지적 ...
    Date2015.12.01 Views3215
    Read More
  2. 말 뿐이 아닌 삶

    말 뿐이 아닌 삶 실천하자. 선물 - 피천득 꽃은 좋은 선물이다. 장미, 백합, 히아신스, 카네이션, 나는 많은 꽃 중에서 카네이션을 골랐다. 그가 좋아하는 분홍 카네이션 다섯 송이와 아스파라거스 두 가지를 사 가지고 거리로 나왔다. 그는 향기가 너무 짙은 꽃을 좋아...
    Date2015.11.30 Views3037
    Read More
  3. 연필과 샤프와 볼펜의 차이

    오늘 아침, 왜 사람을 대할 때 신중해야하는지에 대한 고찰을 하다가... 문든 든 생각, 우리가 연필과 샤프와 볼펜을 쓸 때 각각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음이 떠올랐다. 연필은 한 번 부러지면, 다시 깎아서 쓰기까지 시간과 노력이 따로 들어간다. 그래서 연필을 다...
    Date2015.11.27 Views3276
    Read More
  4. 지나치지 않게 그러면서 또 모자라진 않게

    본래 우리네 삶이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 중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흘러가는 것인가 보다. 그리고 대화란 본디 서로 생각이 다르고 원하는 결론이 불일치하기 때문에, 그것을 확인하고 들어보고 이해해보는 과정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우린 때때로 맹목적으로 ...
    Date2015.11.26 Views1986
    Read More
  5. 때론 말보단 행동이 더 솔직할 때가 있다

    좋은 데 좋을 수 없는 것. 싫은 데 싫을 수 없는 것. 그 사이에 사실 진솔함이 존재한다. 그건 어떤 화려한 수식어들로 포장해서 말로써 명확히 꼬집을 수 없고, 뭔가... 알듯 모를듯 어디서 오는지 모를 봄내음처럼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거다. 그게 어디서 어떻게 온 ...
    Date2015.11.21 Views1530
    Read More
  6. 작은 변화도 어렵다 그러나 작은 변화라서 해볼 만 하다

    작은 변화들을 여러차례 실패하고 또 실패하고, 끊임없이 시도하고 또 시도하고, 결국 차차 그 전보다는 더욱 오래도록 지속된다. 이렇게 나의 오래묵은 습관들이 새 것들로 탈바꿈한다. 이것은 새옷을 입는 것과는 사뭇 차원이 다른 얘기다. 추운 겨울날 아무리 더 따뜻...
    Date2015.11.20 Views2821
    Read More
  7. 고맙고 또 고맙다

    역시 말의 힘은 너무나 크고 강렬했다. 대화에 굳었던 모든 마음들이 녹아내렸다. 좋다. 감사하다. 오랜만에 마음이 가볍다. ------------------------------------------------------------------------------------------------------------------------ 아 갑자기 떡...
    Date2015.11.19 Views8069
    Read More
  8. 각자의 자리에서

    또 다시 바보처럼 혼자 착각하고 싶지 않아서... '혹시나' 대신 '아니겠지'로 마음을 돌려세우고 또 세운다. 너는 모른다. 내가 얼마나 조심하기 위해서 애쓰는지... 아니다. 이 모든 건 비겁한 변명이다. 구질구질한 핑계다. 분명 나의 직관은 내게 말했다. 당장 돌아서...
    Date2015.11.18 Views4115
    Read More
  9. 서호건이란?

    스물 아홉... 이제 한달 반 정도 남았다. 오늘 하루가 마지막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겠는가? 진정 나는 하루를 살고 있는가? 아니 강박적인 이런 질문은 의미가 없다. 나는 지금 세상을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가? 어디를 향해 가야할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Date2015.11.17 Views2733
    Read More
  10. 물 흐르듯 진심을 담아

    오늘 하루도 물 흐르듯 진심을 담아,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뜻한 바대로 나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여전히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단순화하고 집중하자. - 기상시간 5시 30분 - 하루 도시락 준비 - 오전 9시까지 TOEFL 공부 - 논문 리뷰 한 편 - 보...
    Date2015.11.16 Views1694
    Read More
  11. 이러면서 또 한 걸음 나아간다

    비가 온다. 마치 내 마음 위에 쌓인 먼지들을 씻어내리려는 듯... 어제 조용히 가만히 숨 죽여 쉬었다. 덕분에... 한결 몸과 마음이 가벼워졌다. 굳어버린 내 모습을 다들 주변에서 어색해 하고 다소 걱정 어린 시선으로 보기도 하고, 때때로 몇몇 이들에겐 불필요한 실...
    Date2015.11.13 Views4867
    Read More
  12. 오늘따라 글씨가 예쁘게 써지네

    오늘은 빼빼로데이... 어제 트레이너의 따뜻한 위로와 공감에 힘입어, 살짝 기운을 내어... 연구실 식구들에게 빼빼로를 돌렸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떠올리며, 빼빼로 포장지 뒷면에 몇 마디 손글씨로 편지를 적어서 각자의 책상에 놓았다. 그러고 나서 피천득 수필집 필...
    Date2015.11.11 Views2539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3 Next
/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