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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데 좋을 수 없는 것.
싫은 데 싫을 수 없는 것.
그 사이에 사실 진솔함이 존재한다.

그건 어떤 화려한 수식어들로 포장해서 말로써 명확히 꼬집을 수 없고,
뭔가... 알듯 모를듯 어디서 오는지 모를 봄내음처럼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거다.
그게 어디서 어떻게 온 건지... 왜 내게로 오는지, 왜 방향이 이러한지를 일일히 설명할 순 없다.
자연이 그러한 걸 어찌하겠는가... 흐름이 그러한 걸 어찌하겠는가...
다만,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다.

때론, 아무것도 아닌 것이... 의외로 커다란 마음 씀씀이 또는 오랜 고뇌 끝의 결정체일 수도 있고,
때론, 거대한 것이... 알고보면 속빈 껍데기일 때도 있는 거다.

그건 모른다. 다만, 눈 앞에 작든 거대하든 무언가가 나타났고...
그걸 만져보고 올라보고 깨보며 진짜 속을 들여다보고 그 생김생김의 연유를 이해해보려 다가서지 않으면...

영원히 우린 한 걸음 떨어져 보여지는 그 모습 그 이상으로 그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반가운 것이다.
이제 곧 이어 봄이 올 수도 있고, 겨울이 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몽글몽글 맺히고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IMG_20151121_134220.774.jpg

모시

'인조'라는 말이 붙은 물건을 나는 싫어한다. 인조견, 인조 진주 같은 것들이다. '인조 위성'이라고 아니하고 '인공 위성'이라고 하는 것도 나에게는 불쾌한 존재다. '인조'라는 말과 뜻이 같은 '합성'이라는 말이 붙은 물건도 나는 싫어한다. 예를 들면 합성주 같은 것이다. 그리고 '합성'이라는 말이 아니 붙어도 '빙초산'이나 '사카린' 같은 것을 나는 또한 싫어한다. '사카린'이 설탕보다 영양이 있고 꿀보다 향기롭다 하더라도 나는 싫어할 것이다.

그리고 '플라스틱'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어야 할 때면, 진열장에 내논 '비프스테이크'를 볼 때와 같이 속이 아니꼬워진다. 물론 칠한 입술, 물들인 머리칼, 성형외과에서 만든 쌍꺼풀, 이런 것들도 '인조'란 말은 아니 붙었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요사이 거리에는 '인조'요 '합성'으로 된 '나일론'이 범람하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색깔과 무늬, 흡사 도배지 같은 것도 있다.

독나방 날개 같은 적삼과 뱀껍질 같은 치마도 눈에 띈다.

'나일론'은 공기가 통하지 않고 땀도 빨아들이지 아니한다니, 더운 몸이 옷 속에 감금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구멍이 숭숭 뚫어진 것도 있기는 하지만 망사 같아서 보기 싫다.

한 여름 '나일' 거리에 문득 하얀 모시적삼과 파란 모시치마가 눈에 띈다. 뭇닭 속에 학을 보는 격이다. 모시는 청초하고 섬세하고 톡톡하고 깔깔하다. 아마 천사도 여름이면 모시를 입을 것이다.

모시옷은 풀이 죽거나 구김살이 있어서는 아니 된다.

싱싱하지 못한 백합은 시들어가는 백일홍보다도 보기 싫은 것이다. 곱게 모시옷을 입은 여인은 말끔하고 단정하고 바지런하여야 한다. 청초한 모시옷, 거기에 따르는 비취비녀와 가락지를 본다는 것은 또 얼마나 산뜻한 기쁨이었던가! 엄마 손가락에 비취가 끼어지면 여름이 오고, 엄마 모시치마가 바람에 치기 전에 여름은 갔다.

'아름다운 하얀 아마옷' 이란 말이 영국 기도서에 있다. 양장을 하는 여자는 모시는 못 입어도 아마는 입을 수 있다. 아마옷을 입으면 소매가 있든 없든 시원할 것이다. 단추나 재크를 등에다는 달지 말라, 이는 의뢰심의 표현이다.

밭에서 일하는 시골 여인네는 모시와는 인연이 적으나 그에게는 다행히도 튼튼하고 껄껄하고 시원하고 마음 아니 쓰고 입을 수 있는 베옷이 있다. 베나 아마나 다 떳떳한 모시의 족속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무어라 하든, '나일론' '비닐' '플라스틱' 이런 것들은 내가 싫어하는 인공 위성과 같이 나날이 발전할 것이다. 김제 돗자리, 담양 발, 한산 세모시는 아름다운 여름을 잃어버리고 옥가락지, 비취비녀 따라 민속 박물관으로 가고야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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