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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차려주던 엄마는
어느새 부턴가 밥 해주는 아줌마가 되고
돈을 벌어오던 아빠는
어느새 부턴가 용돈 내주는 기계가 되고
술잔 따라주던 친구는
어느새 부턴가 화를 삼켜줄 인형이 되고
가르침 배풀던 선배는
어느새 부턴가 슬쩍보는 답안지가 되고
조언 새겨듣던 후배는
어느새 부턴가 내말대로 꼭두각시 되고
늘상 그러하던 것들은
어느새 부턴가 당연히 항상 그래야 했다
처음부터 자연스러웠던 일상들은
마치 공기처럼 한결같이 가벼웠다
어느날 그들이 자리를 비웠을 때,
나를 떠받들어주던 그 모든 것은
바람처럼 시나브로 사라져갔고
어느새 부턴가 오롯이 나 홀로
밥을 짓고
돈을 벌고
술을 붓고
공부 하고
성찰 하며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비로소 온몸으로 숨막히게 느꼈다
내가 웃을 수 있었던 그 모든 것들이
나를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이었음을
내가 그 위에 서서 행복을 만끽했음을
그들이 나를 어여삐 여긴 것보다
정작 내가 더 절실히 소중히
아꼈어야 하는 것임을
이제야 알았다
식사 후 적극적으로 밥값을 계산하는 자는 돈이 많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 돈보다 관계를 더 중히 생각하기 때문이고 일할 때 주도적으로 하는 자는 바보스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책임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고 다툰 후에 먼저 사과하는 자는 잘못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당신을 아끼기 때문이고 늘 나를 도와주려는 자는 빚진 게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