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기쁨이 정반대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감정이 서 있을 수 있게 하는 두 발임을 느꼈다.
기쁨만 있으면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는 삶,
어쩌면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지난 삶의 수 많은 눈물이 바다를 이루고 있기에
띄엄띄엄 솟아나는 일상의 다채로운 섬들이 내 삶에서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고 있음이 아닐런지 싶었다.
지난 아픔에 감사하게 될 줄이야... 요즘 다소 센치한데, 이유는 모르겠으나... 차분히 마음을 들여다 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보면 선명해지겠지...
이번주 들어서 특별한 이유 없이 다소 몸이 무거워진 것 같아서 혈액검사를 받았다. 결과는 내일 나올 거 같다.
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하지만, 지금껏 한번도 안 해봤던 터라서~ 건강관리 차원에서 현 상황을 보고자 했다.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1978)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凍死者)가 얼어 죽을 때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