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3 10:44

지킬 앤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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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배우들의 퍼포먼스,

그러나 카타르시스 없는 비극적 결말 <지킬 앤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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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착하다고만 생각되는 사람들에겐 악한 마음이 전혀 없는 걸까? 만약 우리 마음속에 있는 ‘선’과 ‘악’을 분리해 ‘악’만 도려낼 수 있다면, 정신적으로 건강해질까? 1885년 런던, 유능한 의사인 ‘헨리 지킬’은 정신병을 앓는 아버지를 치료하기 위해 정신을 분리하는 약을 만들고 실험삼아 자신에게 주사한다. 그러자 ‘지킬’의 정신은 ‘선’과 ‘악’으로 나뉘고 내면에 묶여있던 ‘악의 근원’인 ‘하이드’라는 ‘지킬’의 또 다른 자아가 나타난다. 실험이 진행될수록 ‘지킬’은 자신의 이중적 자아를 통제할 수 없게 되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의 이중성을 극단적으로 부각시키며, ‘선’과 ‘악’의 분리를 시도하는 스릴러 뮤지컬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고민했을 법한 내면적 악함을 분리해 낸다는 유니크한 발상과 그 ‘악’의 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지킬’의 고뇌 그리고 어둡고 음침한 극의 분위기가 작품을 돋보이게 한다. 도덕적인 ‘지킬’이 순식간에 ‘하이드’로 변해 살인마가 되어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는 모습에, 관객은 당혹스럽고 끔찍할 수밖에 없다. 그와 동시에 관객들은 한때 자신이 ‘악’한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저질렀던 ‘만행(蠻行)’을 떠올리며, ‘하이드’의 표출을 절제하지 못하는 ‘지킬’의 괴로움을 공감할 법도 하다.

  그 ‘지킬’과 ‘하이드’라는 1인2역을 완벽히 소화할만한 배우로는 대한민국에 ‘조승우’뿐이라고 할 만큼 그의 연기는 리얼하고 자극적이다. 온화하고 부드럽던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던 그의 로맨틱함에 취했다가도, ‘하이드’의 혐오스럽고 날카롭기까지한 늑대의 부르짖음처럼 노래하는 그의 표현력은 놀랍기 그지없다. ‘지킬’과 ‘하이드’의 자아가 교차하면서 서로를 거부할 때, 한쪽얼굴로 공포와 죄책감에 휩싸인 ‘지킬’의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돌려 어린아이까지도 집어삼킬듯한 ‘하이드’로 돌변하는 그의 연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는 섬뜩함을 느끼게 할 만큼, 관객이 내면적으로 느껴왔을 ‘선악(善惡)의 전쟁’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원작 R. L. 스티븐슨의 1886년 作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인간의 이중인격의 표현과 더불어 ‘로맨스’라는 달콤한 조미료가 가미되어, 관객에게 상큼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 로맨스의 주인공인 ‘루시’를 뮤지컬계의 간판스타로 인정받고 있는 ‘최정원’이 맡았다. ‘지킬’을 바라볼 때의 그녀의 애틋한 눈빛은 ‘불륜’마저도 감히 ‘사랑’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관능적이면서도 진지하고 아름답다. 그리고 ‘지킬’의 약혼녀 ‘엠마’를 맡은 ‘김소현’의 가냘프면서도 선명한 목소리로 불려지는 은 듣는 이의 혼을 빼앗아 주변의 다른 그 무엇도 못 느끼게 할 만큼 감미롭다.


  대중으로부터 훌륭한 표현력으로 인정받는 배우들이 자신이 지닌 매력에 어울리는 역할 맡아 관객에게 더욱 인상 깊은 연기를 선사한다. 그러면서도 결코 뮤지컬의 분위기가 특정 배우에게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지킬 앤 하이드>가 대한민국 뮤지컬 문화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통감 할만하다.

  그러나 결국 이 작품은 ‘한 인간이 내재적 ‘악’에 굴복하고 말았다.‘는 비극적 결말만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악’은 불가항력적인 존재이고, 인간으로써는 어찌 할 수 없다는 건가?‘하는 의문만 만들뿐, 그 답에 대한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기엔 작품의 메시지가 다소 약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관객이 기억할만한 것이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뿐이라면, ’뮤지컬은 배우들의 훌륭한 퍼포먼스만 있으면 충분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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