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져버린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서호건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들고 있다
ㄱ부터 ㅎ까지 수많은 이름들...
하나 하나 뚫어지게 본다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손으로,
끝내 난 통화버튼을 누르지 못하고,
못 누른걸까? 안 누른걸까?
결국 ㅎ까지 내려왔다
더이상 내려가지지 않는 무표정한 글자들
그런데... 이 순간,
지금은 내 휴대폰 안에 흔적조차 없는
한 사람의 이름
그 세글자가 또렷히 떠오른다
그 이름이 떠오른 순간부터
떨리던 손의 움직임은 사라지고
대신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다른 그 누구의 목소리도 듣고 싶지 않다
설령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지금 이 진동이 결코 멈추지 못하리라는 걸...
나는 알고 있다
오로지 그 사람의 목소리만이
그것만이
몸서리치는 내 심장을 달래줄 수 있을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