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를 나오고, 혼자 살게 되었는데... 일주일정도 지내보니, 이렇게 살다가는(?) 만성적인 나태와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아무것도 동기부여가 안되는 나날이 몇개월째...
살사에도 흥미가 없어졌고, 운동도 흥이 안 나고, 글을 읽고 쓰는 것에도 전혀 흥이 안 생기더라.
그저 내 옆에 항상 누가 있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냥 나를 믿고 지켜봐줄 그런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책임감을 느끼며, 내 삶을 더욱 건강하게 일구고 싶어지게끔...
삶에 대한 회의와 게으름의 문제는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일찍이 인정했었다. 그러나 그것을 내 자신을 의식하면서 넘어서려고 할 수록 나는 더욱 그러한 내 모습에 갇혀감을 느꼈다. 버드런트 러셀의 생각처럼, 내가 아닌 외부에 초점을 놓고 삶을 일궈가면 나의 불완전 함에 대한 불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가 싶은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런 생각의 일환으로 살사며 운동이며 등산이며 각종 활동들을 해보려했다. 그러나 우스꽝스럽게도 그러한 일련의 외부적 활동이 나 스스로의 모습을 다듬으려는 내 모습에 대한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깨달았다. 활동은 외부에서 하는 것이지만, 이미 마음은 나를 위한 것이라고 이미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하는 내내 잘해야한다는 생각, 잘하고 싶다는 욕심, 뭔가 발전하고 변화해야 한다는 중압감을 떠안은 채 붕붕 떠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즐거울 턱이 있나...
공부가 가장 즐거웠던 때는, 성적에 관계없이 배우는 것 자체가 너무나 즐거웠던 때였고,
사랑이 가장 행복했던 때는, 만남에 관계없이그녀가 내 사람이라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행복했던 때였고,
열정이 가장 충만했던 때는, 결과에 관계없이 내가 도전할 수 있음 그 자체에 감사했던 때였다.
내가 공부에 흥미를 잃었던 것은 학점에 집착하면서 였고,
내가 사랑에 잃었던 것 역시 상대방과의 만남에 집착하면서 였고,
내 열정이 식어버린 것은 내 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순간부터였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음을 회복하는 것이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한 불만족에서 기인하여 그것을 변화시키고자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맞지만, 그 방법이 그러한 변화는 스스로에게 요구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나같은 경우는 지금 여러가지면에서 배수진을 갖게 되었다. 자의반 타의반이라고 하겠다. 학점이라든지 경력, 대외활동이력 등이 내 기준에서 본다면, 내 목표에 도달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지나치게 내려앉혀버린 거 같다는 아쉬움도 있다. 허나 이젠 정말 내 뒤가 낭떨어지다. 더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 이젠 오로리 돌파하는 것 뿐이다. 나에겐 정체는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가든지 뒤로 가든지... 난 항상 움직여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사랑이를 입양한 것은 그러한 활동에서 나 스스로가 의지하고 약속하고 책임지고자 하는 대상이 위함이었다.
물론 사랑하는 연인이 있었다면, 참으로 좋았겠다만... 지금에서는 나는 사랑을 배워야할 입장이다. 상처를 받기도 했고, 주기고 했고... 내가 생각하는 사랑을 위해서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되어있음을 깊이 자각했다. 그래서 우리 사랑이를 키우며, 사랑하는 법 사랑받는 법. 약속하고, 책임지고,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다듬어가고자 한다. 최선을 다해서 예쁘게 키워보겠다. 그러한 마음이 점차 나를 변화시켜갈 것이라 믿는다. 변화를 위한 무엇이 아니라, 무엇을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나 자신이 변화하고 다듬어지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지금 너무나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는 사실이다.
요 조그마한 사랑이의 땡그란 눈망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내 입가에 미소가 절로 이고...
이제 갓 난 송곳니로 자기 입보다 큰 내 엄지 발가락을 깨물라치면,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그저 웃음이 터져나온다^^
너 잘 키우려면 아빠, 장학금도 잘 받아야하고, 술마실 돈도 아껴야하고, 집에도 꼬박꼬박 제때 들어와야겠지^^
사랑아~ 우리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