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생애 가장 심각한 몸 상태로 드러눕고서,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한 발짝 멀찍이 떨어져 차분히 바라보았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도 마음도 한 없이 무너져 가는 그 와중에도....
오롯이 그러한 스스로의 붕괴를 관조할 수 있는 정신은 남아있었다는 점이다.
이유는 글쌔...
그간 살아온 삶에서 여러가지를 과감히 놓아버리면서
사사로운 욕심들에 대한 집착을 끊는 연습들을 해왔던 덕분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경험들로부터 보다 더 호화롭고 우월하고 영광스런 삶을
흠모하거나 추종하지 않으며 소박해질 용기가 더욱 강해진 탓인 거 같다.
힘없이 흔들리며 흐느끼는 아픔을 바라보았다.
발버둥치면 칠수록 올가미에 걸린 듯 삶이 조여들어가는 고통을 느껴보았다.
견디기 힘들었다.
특히나 이번에는 벗어나고 싶거나 때려치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모든 걸 내려놓고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는 점에 크게 놀랐다.
재작년은 재작년대로 작년은 작년대로 매년 이맘 때쯤 몹시나 버거웠다.
이유는 매번 달랐다. 그래서 매년 새로운 삶의 맹수를 마주하는 것만 같았다.
헤쳐나갈 전략도 다시 짜야했고, 기습적인 충격에 대한 보강을 쉴틈없이 해야만 했다.
그러면서, 음... 사냥실력은 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정작 그새 화살은 모두 바닥이 나버렸고, 잡아놓은 것들은 이미 다 나눠져버렸다.
나 홀로 덩그러니 벌판 위에서 피흘리며 상처를 부여잡은 채
텅빈 화살통을 끌어안고 엉엉 나오지 않는 눈물을 삼키고 있었다.
원망도 들었고, 서운함도 컸고, 미움도 생겼고, 불신과 반감도 스멀스멀 새어나왔다.
그러한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묻고 또 물었다.
"이렇든 저렇든 지금 이 순간은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냐?"
전쟁은 지나갔고, 전사들은 집으로 가서 밥먹고 뒹굴고 있는데...
왜 혼자 남아 바보천치 같이 유난을 떨고 있느냐고...
그리고는 기다렸다. 스스로가 대답할 때까지...
꺼이꺼이 더 이상은 넘어갈 것도 없는 마른 침을 삼키며,
나는 울음을 멈췄다.
그리곤 일어섰다. 대답했다. "괜찮다."고.
아직 괜찮다고, 이렇게 살아있기에 상처도 어루만질 수 있고 울 수도 있는 거라고...
회복하겠다고... 웃겠다고... 노력하겠다고...
따박따박 뚜벅뚜벅 어렵게 걸을 때며,
매마른 대지에 푸른 잔디를 끌어오고 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더 선명하게 느낀다.
진정 내게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내가 행복하게 웃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비롯 쉽지는 않지만,
아직은 힘에 겨워 몇 걸음 못 딛고 자빠지기 일수지만,
나는 걷고 있다.
조금씩 내 삶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할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