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다 그러면서 또 얻었다.
잃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또 얻어가고 있다.
몸도 마음도 아프다. 그래도 정신을 잃진 않았다.
이런... "잃진"이라는 글자를 타자로 치는데...
"잃"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진다.
잠시동안 이 글자가 맞나 의문이 들고 사전을 들췄다.
한글이 낯설어진다는 것은 서호건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잃어가고 있는 것들을 상기시키는 극명한 징표이다.
숨을 크게 들이키고, 아플 땐 아파야 한다.
충분히 아파야 한다.
그래야 문제를 깨닫고 치유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의 아픔을 외면하고
스스로의 고통을 억누르면,
조그맣게 시작된 그 상처는
어느새 시퍼렇게 멍이 되고
혼자만 모른 채 하게 될 뿐
온 세상은 금새 알아챈다.
그러고나면 더욱 더 외로워지고
그저 가리기 바빴던 멍은
더이상 숨길 수 없는 비명으로
나도 모르게 세상에 토해진다.
짜증으로 시작된 불은 화로 타올라
시나브로 주변을 잿더미로 만들고
결국 자신마저 검은 숯덩이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비로소 사그라든다.
소탐대실
늘 좋은 선택을 한다고 하여도,
결과적으로 좋은 길을 가게 되는 것은 아니다.
본디 좋은 선택이란 없다는 점에서,
우린 지혜를 발휘해 내린 선택보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약동을 믿어야 한다.
태양 같은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
불 같은 열정으로 스스로를 태우는 것으로
세상을 압도하고 모든 것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
피고 지는 꽃을 길러내는
희노애락의 삶을 조망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그런 빛을 가져야 한다.
아플 땐, 아파야 한다. 충분히 아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