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 안녕?
오늘 하루는 어땠니? 재밌게 보냈니?
즐겁고 행복하게 보냈니^^?
뭐? 아빠 보다 더!? 그래그래... 잘 했어~ㅎ
아빤 오늘 오랜만에 산책을 좀 했더니 무척이나 상쾌하구나.
혹시 우리 아리도 걷는 걸 좋아하니? 아빤 걷는 거 좋아하는데... 등산도 좋아하고~
다른 운동은 몰라도 아빠가 너만할 때 달리기 하나 만큼은 자신 있었는데ㅎ
중학교 땐, 체육 선생님이 육상 선수로 키우보려고 오디션까지 보게 하셨을 정도였단다~
하지만 아빤 그저 달리는 게 좋았을 뿐, 달리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그냥 대충 보고 떨어졌었지.
우리 아리도 달리기 잘하려나? 언제 아빠랑 시합 한번 해볼까? 이긴 사람 소원 들어주기! 어때!?ㅋ
그런데 말이지...
그렇게 열심히 뛰고 달리고 하염없이 길을 걷다 보면,
때때로 어느새 낯선 곳에 들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해...
자기도 모르게 길을 잃어버린 거지... 혹시, 우리 아리도 그렇게 길을 잃어본 일이 있니?
그때 아리는 어떻게 돌아왔었니?
아빠가 보기엔 사람들이 자신이 길을 긿었음을 알아차렸을 때,
크게 두 종류의 반응을 보이는 거 같아...
그 중 하나는, 그 상황의 원인을 찾으려는 거야.
'도대체 어쩌다 길을 잃었을던 걸까?'
'어디서부터 잘못들어섰던 걸까?'
'무엇 때문에 내가 이 길로 왔던거지?'
'누가 이 길로 가라고 했던 걸까?'
'이 길이 아닐 거 같다고 했었을 때, 누가 말렸었지?' 하는 생각들을 해보며, 왜 자신이 그 길에 있게 된 건지를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거지...
반면에 똑같이 길을 잃은 상황에서 또 어떤 이들은,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몇 갈래인가? '그 중에 가장 옳다고 생각되는 길은 어느 길인가?'를 생각해보고,
그 결정에 따라 곧 바로 다시 걷기 시작해...
아리는 어떤 사람에 가까운 것 같니?
아리 생각에는 누가 더 현명한 거 같니?
아빠 생각엔 후자가 더 현명한 것 같은데, 어때~?
문제에 직면한 상황에서 그 원인을 분석하는 사람은 그런 사고를 통해, 그 과정에 영향을 미친 모든 요소들 사이에 고리를 맞추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즉, 누구 책임인지 무슨 이유인지를 명확히 하려는 거지... 헌데 아빠는 그 고리들이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점에서 그저 자신이 처한 현실의 정당성을 합리화하려는 것에 불과하다고 봐. 이런 성향이 강한 사람들은 평소 일에 있어서든 대인관계에 있어서든 애로사항이 생겼을 때, 그 원인이 누구로부터 왔는지, 왜 그렇게 된건지부터 따지기 쉽지...
그런데 그런 주관적 인과관계의 해석이 그 상황에 실질적으로 어떤 도움이 될까?
그렇게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지는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단 그 문제 상황을 극복하고 나서, 그 원인을 분석하고 따져도 늦지 않진 않을까?
아빠는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가 결코 항상 깜빡해선 안되는 것이 바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게 뭔가?'라고 생각해...
눈 앞의 상황에 휩쓸려 순간적으로 당황한 나머지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게 뭔지를 잊어버리기 십상이거든...
우리가 길을 걷다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뭘까?
자신이 길을 잃은 이유를 되짚어 보는 거?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건지를 따져보는 거?
아빠 생각엔 그 보다는 한시 빨리 온전한 길로 빠져 나가는 걸 가장 바랄 거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니?
그렇다면 왜 다들 진짜 바라는 건 빨리 빠져나오는 거면서,
그렇게 멈춰서서 앞뒤 상황을 따지고 있는 걸까?
그게 혹시 현실적인 이성보다 자기방어기제로써의 감성이 앞서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니까 결국 이렇게 된게 내 탓은 아닌거지?'
'어쨋든 그럼 내 잘못은 아니지?'
'내가 모자라고 부족해서 이런 꼴이 된 건 아닌거야~' 와 같은 책임회피와 자기보호 심리 말야...
한시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서 우리가 택할 수 있는 건...
길을 잃은 상황의 앞뒤를 따지고 있을 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서 그 중에 최선을 택하고,
곧 바로 실행에 옮기는 거라고 생각해...
얼마든지 그렇게 움직이면서도 그 원인을 분석할 수 있으니까 말야~
아리야, 아빠 생각에 현명함이란ㅡ
다른 게 아니라 항상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게 뭔지를 곰곰히 생각하는 거라고 봐...
아무리 난해한 일에 봉착하더라도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게 뭔지를 잊지 않는다면,
절대 안 풀릴 것만 같던 실타래도 금새 잘 풀어낼 수 있지 않겠니...?
'도대체 왜 안 풀리는 걸까?'를 생각할 시간에,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를 생각한다면 말야~
쓸대 없는 생각인 '걱정'따윈 하지 않고, 쓸모 있는 생각인 '고민'을 할 줄 아는 거...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과 '진짜 자신이 필요한 것'을 헤아릴 줄 아는 거...
그런 게 바로 현명함이 아닐까 싶구나~
아리야, 어떻게 생각해^^?
나에게 딱 필요한 말이다.
나는 일이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려 들지. 그것에 시간을 써버려 정작 일을 안할 때가 많아. 새로운 일을 하려 할 때도 무언가 곰곰히 생각하지. 하지만 정작 한 것이 없어. 그래서 배성임 선생님께서는 고등학교 때, 나보고, 일단 일을 하라고 다그치시기까지 하셨지.
책임을 나에게 전가하든, 남에게 전가하든, 그 책임소재를 분석하고 원인을 분석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뺏기고 있어.
고맙다. 호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