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비군 훈련 때문에,
아침 일찍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했다.
난 창가 쪽에 앉아 최근 읽고 있는
Ken Robinson 이 쓴 The Element라는 원서를 꺼내어
형광팬 하나를 손에 걸고 읽어내려 갔다.
그리고 모처럼 정말 오랜만에 내 귓가엔
유키구라모토의 피아노 음악들이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었다.
물론 무척~ 아주~ 굉장히 좋았지~!
오랜만에 느끼는 안락함이랄까ㅋ?
요즘 책을 여유있게 읽을 수가 없어서,
항상 그렇게 어디 돌아다닐 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틈틈이 읽어왔다.
두 페이지나 읽었을까?
요즘 좀 무리했는지 어깨결림과 뒷목이 너무 뻐근해서 좀 자야겠다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시간쯤 잤나? 다시 맑은 정신으로 책을 읽는데...
통로를 끼고 내 자리 반대편에 앉으신 분이 유독 내 책을 자주 쳐다보시는 게 느껴졌다.
개의치 않고 책 속의 진지한 에피소드로 빨려들어가는데,
옆에서 날 향해 뭐라고 말씀하시는 게 느껴졌다.
이어폰을 빼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광주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그 분와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원서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책에 관한 이야기
철학에 관한 이야기
창조에 관한 이야기
전자 도서에 관한 이야기
역사에 관한 이야기
로봇에 관한 이야기
뇌 인지에 관한 이야기
인문학과 공학의 관계성 그리고 장차 로봇발전이 인간 사회에 미칠 영향...
나의 10년의 목표와 장차 로봇분야에 대한 나의 견해들...
휴머니즘과 로봇컬쳐의 융합에 관한 그 분의 견해...
등등...
그분은 메모지를 꺼내어
최근에 내가 읽은 책과 추천하는 책들을 적어달라고 하셨다.
엉겁결에 쓰려고 하니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기억나는대로 적어드렸다.
H2C - 이승한 저
The Romantic Movement - Alain de Botton
스물일곱 이건희처럼 - 이지성
뇌를 단련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 - 윤석금
그리고 내 연락처와
내 홈페이지, FX RoboTree.com 사이트 주소를 적어드렸다.
물론 나 역시 그 분의 명함을 받았다.
방송분야에서 현업과 교육을 하시며 거의 40년을 지내오신,
신문방송학과 교수님이셨다. 요즘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강의를 하신단다.
차후에 출판할 일이 있으면 내 책을 내주시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보다 더 크게 원대하게~
보다 더 휴머니즘에 준한 인간중심적인
그리고 보다 더 글로벌한 마인드로 진행해 나가라고
개인의 이익이 아닌 인류에 공헌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잘 될거라고...
그런 조언과 함께 시작이 반이니 포기만 안 하면 성공할 거라고...
나를 격려해주셨다.
아~ 오늘 나 또 감동받았다. 완전 좋아~
좋은 인연이 또 이렇게 시작되는가 보다. 자주 연락드려야겠다.
P.S.
오늘 광주에 내려간건 분명, 훈련에 참석하기 위해서 였다.
But, 훈련은 내가 지난 주에 서울로 전입신고를 해버린 탓에 타지역으로 전출간 것으로 처리되어 취소되었다.
본연의 목적에 비춰보면, 결국 난 오늘 헛걸음을 한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우주는 내게 억지스럽고 다소 어처구니 없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나를 도우려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겠끔 그런 새로운 기회를 마주하게끔
나를 보이지 않게 티나지 않게 인도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무튼 비록 훈련이 취소되어 시간을 허비한게 못내 아쉽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값진 인연을 맺게 되어 더할 나위없이 감사하고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