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랜 시간동안 고생고생해서 물밑으로 작업해온 Galvanometer를 내가 망가뜨려버렸다.
내가 연구실 들어온 지 5년이 되어가는데, 그간 잠자고 있던 Galvanometer를 지현이가 부지런히 공부하고 주변 인맥동원해서 겨우 살려놨는데... 내가 제대로 작동시킨다고 뒤이어 회로이론 공부하고, TR 증폭 회로까지 만들고 Capacitor 활용해서 DAC까지 해냈는데....
정말 이제 다 완성해서 최종 Demo 영상 준비한다고 마무리 하던 중에.... 잘 돌아가던 모터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뒤늦게 지현이와 함께 초기상태로 돌려서 상태점검을 해보았으나 Motor Driver가 어떤 이유에서든 타버린 거 같다.
정말... 완성을 눈 앞에 두고 무너져내리는 공든 탑을 멍하니 바라보며... 하염없이... 후회가 밀려왔다.
너무 큰 안타까움과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이... 나를 짖눌렀다...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마음을 비우고 뒷정리를 하려는데... Galvanometer가 미끌어져 내리며 바닥에 떨어져버렸다.
내가 후배들에게 늘 강조했던 장비 소중히 다루라는 말이 무색해지게... 내가 놓쳐버렸다. 거울이 깨져버렸다.
내 마지막 희망마저 갈기갈기 찢어 산산조각내버리듯.... 회로가 망가지는 걸 넘어서 거울마져 깨져버렸다.
너무나 죄스럽고 속상하고 또 미안해졌다. 나야... 며칠 고생했지만, 지현이는 참 긴 시간 고생했는데...
나의 성급함과 부주의함이 이 모든 걸 망쳐버렸다. 가뜩이나 오늘 아침엔 호되게 쓴소리까지 했는데...
그래도 지현이는 그 와중에 고칠 수 있을 거라며, 대안을 제시하더라... 그때 느꼈다. 후배가 나보다 더 멘탈이 강하다는 걸...
고마우면서도 참으로 미안했다.
요즘 여러가지로 심리적으로 부담이 큰 시기를 지나고 있다. 늘 매년 어려운 고비를 맞이하며, 내년엔 좀 낫겠지 싶은데...
어찌 매년 갈수록 색다른 일로 또 다른 고뇌와 압박감에 시달리는지... 내 팔자인지.... 작년은 재작년보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부지런히 사는 거 같은데... 근데도 현실은 걷지 못하고 뛰어야만 산다...
점심엔 내깐에는 다 검토했다고 생각하고 최종 검토를 동기에게 부탁했었는데... 레퍼런스 3개가 누락된 게 발견되었다.
어떤 경위에서 빠진 것인지 이해가 안되는데...
차분히 일을 처리해야 하는데... 요즘 부쩍 마음이 더 앞서는 걸 느낀다.
욕심이 과하다. 과유불급. 결국 실패를 향해 내달리는 우를 자주 범한다.
사사로움을 버리고, 기본에 충실하자. 돋보이고 잘나려는 욕심을 내려놓고, 주어진 일에 임할 수 있음에 감사하자.
내가 이끄는 삶이 아니라, 떠받드는 삶. 그렇게 살자. 이익을 보려 들지 말고, 이익을 주며 살자. 마음이 큰 사람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