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운다
서호건
아이가 가다 말고 선다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버린다
어깨가 들썩인다
소리없다
아프다
보는 내 마음이 아프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앉았는지
왜 우는지
왜 아무 말 못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다
아이는 운다
엉엉 운다
이 커다란 세상에
마치 자기 혼자만 있는거냐는 듯
꺼이꺼이 소리내어 운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왜
왜
왜
그 아이가 울고 있는지
무엇이 그 아이를 울게 했는지
혼자 총총걸음으로 앞서가던 애엄마
쿵광쿵광 아이에게 다가와
어서 일어나라며 아일 다그친다
남자가 되가지고 이게 뭔꼴이라며
알았다고 해달라는대로 해준다고
일단 빨리가자며 발길만 재촉한다
슬프다
보는 내 마음이 슬프다
그 아이가 보이질 않는다
두 눈 가득 차오르는 눈물이
그 아일 가려버렸다
미안하다 나도 네게 묻지 않았다
미안하다 나도 네게 손내밀지 않았다
미안하다 나도 너를 안아주지 않았다
미안하다 나도 네 얘길 들어주지 않았다
미안하다...
나도 너를...
나도 너를...
이 커다란 세상 속에 혼자이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