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그와 함께 나눈 대화의 내용과 비슷하다.
취업한지 몇개월 남짓 된 그는 점차 내부사정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그가 밖에서 보았던 기업에 대한 생각들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 했다. 그리고 그가 느끼는 실제 역량과 진짜 기술이 머물고 지나가는 곳에 대한 생각들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는 자기가 만약 그러한 사실들을 미리 알았더라면 비록 더 고생스러울지라도
아마도 진짜 기술이 뛰노는 곳에 젊음을 쏟고 싶었을 거란 생각을 전했다
나는 그런 마음가짐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스스로를 객관화시키고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과 앞으로의 전망을 성찰하는 자세야 말로
자신을 가꾸는 기본적인 자세라 생각한다.
지금 나보다 편한자리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부러운가? 나보다 더 나은 여건에서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들이 부러운가?
그보다 먼저 우린 스스로의 부족한 역량을 깨우치게 하는 삶의 험한 과제들이 반가워야할 파릇파릇하게 젊은 놈들 아닌가?
나 역시 그에게 말했다.
대기업을 가든 중소기업을 가든 연구원을 하든...
나는 내가 굳이 없어도 잘 굴러가는 곳에 뛰어들어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단 생각을 피력했다.
돈을 더 많이 주고 여가시간이 더 많고 이런 것들보다
내가 그곳에 있음으로써 정말 보다 더 풍요로워지고 능률이 오르고,
나를 비롯한 여러사람들에게 기쁨과 보람을 선사할 수 있다면
나는 그곳에 있는 게 인류 전체를 보았을 때는 보다 바람직한 곳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고 싶은 것을 쫓으라고? 이런 무책임한 말이 또 어딨나?
스스로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고,
진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어떻게 올바르게 판단하는 줄은 알려주지도 않은 체...
내가 사랑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행복을 느끼는 일을 쫓으라니...
내가 진정 무엇을 사랑하는지?
내가 진정 무엇을 잘하는지?
내가 진정 어떤 순간에 행복을 느꼈는지?
스스로에 대해 깨닫고 알아가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나는 하고 싶은 걸 하라기 보다는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삶이 어떤 삶인지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걸맞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좋아하는 것을 쫓으면 좋아하는 것이 내게 주는 실망과 좌절은 고통스럽게 여겨질 따름이다.
그 어떤 것도 실망과 좌절이 없는 것은 없다는 사실부터 인정한다면,
좋아하는 것을 택하는 것이 행복을 보장하는 것만은 아님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스스로 아름답게 여기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어떤 인생이 아름답게 느껴지는가?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무엇을 하고 가면 좋을까를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선사하고픈 나의 삶이 그려질 것이다.
어려운 주제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할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당화시키는 것.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중년이 되어 몰아치는 삶의 회한이 바로 "난 지금 뭔가? 내 인생은 어디갔나?"라고 하니 말이다.
인간이 이성적인 동물인지라 모든 사물에 이름을 붙이듯 스스로의 삶에도 고유한 이름과 가치를 붙이고 싶어하고
그게 없을 때, 존재 자체가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스스로의 실제적 존재에 대한 자괴감을 느끼게 되는 게 아닐런지...
'이 세상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 하는 생각이 거창한게 느껴지고 부담스럽다면,
'나 스스로를 위해서 무엇을 할까?' 생각하자.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지를 생각하며 무엇을 택하지 말고...
한번쯤 생각 남들이 당신을 주목하고 생각하는 것은 당신의 내면의 가치를 알아서기 보다
당신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사회적 껍질에 의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라.
그것만으로 세상을 일궈가고 그것들로부터 행복을 느껴가면
그 옷들이 벗겨지는 순간, 세상을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질테니 말이다.
내가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할 수 있다면,
굳이 행복을 고민하지 않을 텐데...
우리가 무엇을 가지면 가질수록
세상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사람이 설 자리도 사라지고
우리는 더 필요 없어지고
우리는 더 외로워지네
이미 나를 둘러싼 행복은 알아채지 못하고,
엄한 곳만 바라보며 붙잡지 못할 행복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나비가 아름다워 보일 때는 꽃 위에 사뿐히 내려앉아 있을 때다.
고 놈을 낚아채어 집어든다고 그 아름다움이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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