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야, 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냥 그렇게 해… 그게 진짜 네 모습이야…
2012년 4월 5일, 오늘은 식목일이구나. 아빠가 어렸을 땐 식목일이 국가공휴일이었는데, 2006년부터 제외되었었지. 어찌나 안타깝든지… 뭐든지 애당초 없었던 거면 별로 아쉬울 것도 없었을 텐데, 꼭 당연히 쉬어야 할 날은 아니었지만 늘 한결같이 쉬던 날이 어느 순간 없어지면, 괜히 억울하고 아쉽고 그렇구나… 우리 아리 땐, 다시 공휴일로 포함해주길 기대해보자~ 그럼 아빠랑 같이 나무 심으러 가는 거야^^
오늘 아빠가 해주고픈 얘기는 “네가 원하는 것”과 “널 원하는 것”에 대한 거야. 사람들은 보통 네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묻기보다 네가 원하는 직업이나 네가 원하는 일, 네가 원하는 이상형, 네가 원하는 여행지, 네가 원하는 음식 등을 물어보는 편이지. 아마도, 그런 진문들을 통해 서로를 대해 이해하는게 더 쉽고 부담스럽지 않기 때문일 거 같아.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내가 원하는 직업과 이상형과 여행지, 음식은 항상 바뀌는 것들이지 않아? 그런 것들이 정말 너란 사람을 대변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호들일까?
네가 꿈꿔온 이상형은 늘 있겠만, 막상 네가 만나는 남자친구는 그것과 딴판일 때가 더 많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넌 그 사람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지 않니? 음식도 마찬가지지. 어렸을 땐, 햄버거를 별로 안 좋아했는데도 언젠가부터 맥도날드에서 빅맥을 들고 나오는 스스로의 모습에 뜨끔뜨끔 하곤 하지 않니?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네가 원하는 것들은 항상 바뀌어. 심지어 마음이 정말 잘 맞는 절친한 친구들도 바뀌곤 해. 하지만, 딱 하나 바뀌지 않는 게 있단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굳혀지는 게 있어.
그건 바로 ‘네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야. 어떤 풍경으로 네 삶을 가꿔가고 싶은지.
잘 떠올려보면, 네 마음엔 커다란 하나의 풍경이 있을 거야. 네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 물론 터무니 없지. 하지만 넌 그런 삶을 꿈꾸고 있지. 설령 그게 현실이 되지 못할 것 같아도, 차마 아무에게도 말 못할 만큼 허황된 것들일 지라도 말이야.
아빠가 늘 그리는 모습은 어느새 둘 다 늙어 흰머리 가득해진 나와 네 엄마가 두 손을 꼭 잡고서 산길을 걸어가는 뒷모습이란다. 말없이 소리 없이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거야. 함께 살아온 지난 삶을 함께 공유하는 거야. 서로의 역사를 떠올리며 가슴으로 주고 받는 거지. 아빠의 마음 속에 그려진 모습은 그런 거란다.
중요한 건, 그 그림에 네 엄마가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뭘 하는 사람인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인지는 담겨있지 않다는 거야. 아빠 역시 어떤 직업인지 어떤 옷을 입고 있을지는 그려지지 않는 다는 거야. 그 그림에 있는 엄마는 아빠가 만난 수많은 여자들 중, 마지막 여자일 거야. 그리고 그 많은 여자들 중, 가장 사랑하는 여자일 거야. 그게 중요한 거야. 어떤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거란다. 난 아직도 네 엄마가 어떤 사람일지 상상조차 안되. 그리고 네 엄마 앞에서의 아빠의 모습도 상상할 수 없어.
우리의 삶 속에 모든 일이 그렇단다.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기업에 취직하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어디를 가는지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생활을 하고 싶은지가 중요한 거야.
대학을 고민할 땐, 무슨 과를 갈까가 아니라 어떤 느낌의 어떤 분위기의 대학생활을 하고 싶은지. 뭘 느껴보고 싶은지가 중요한 거야. 내 안의 열정을 느껴보고 싶다면, 다양한 일에 도전하며 여러 사람들을 마주해볼 수도 있고, 반대로 하나의 분야에 몰입하는 마니아가 되어보려 할 수도 있는 거야.
직장도 마찬가지지, 어느 대기업에 들어갈까를 고민하기 보다, 내가 기업에 들어가 배우고 느끼고 싶은 역량이 무엇인지 5년, 10년 후 내가 갖춰갈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거야. 분야의 전문성인지, 경영을 위한 리더십인지, 대인관계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인지 등등. 그 그림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여행도, 어딜 갈지가 가서 뭘 볼지 어떤 음식을 먹을 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여행에서 어떤 감흥을 느끼고 싶은지야. 누구와 함께 걸으며 어떤 기분을 느꼈으면 좋을지야. 뭘 보든지, 그 감정에 어울리는 것을 찾고 그렇게 느끼면 되는 거야.
그런데 잘 생각해야 해. 그 그림은 너무나 확실해서 정말 네 삶을 그렇게 만들어 버리니까 말야.
네가 만약, 대학이든 직장이든 여행이든 ‘여기 가면 아무래도 ~~~할거 같아’ 라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 넌 이미 그렇게 될 행동을 너도 모르게 하고 있단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가는 널 발견하게 되지. 역시 처음 예상했던 대로 걱정했던 대로라고 여기겠지. 그게 무서운 거야. 네가 어딜 가는 지보다 어딜 갈 때의 그 마음가짐이 널 그렇게 만드는 거란다. 네가 꼴등대학을 가고 꼴등기업에 가고, 달동네를 가더라도… 네가 꼴등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해 인류 대학원을 진학할 수도 있고, 꼴등기업을 일등기업으로 일으킬 인물이 될 수도 있고, 달동네의 고뇌를 제대로 담아낸 올해의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는 거야.
중요한 건 네 마음가짐이지, 네가 무엇을 택하는지가 아니란다.
Yes! or No!를 고민할게 아니라, What? Then, How? and How? and How? Finally How? 를 떠올리는 것이 우리가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야. 정말 네가 원하는 거라면, 자꾸 떠올라야해~ 그걸 통해서 뭘 얻고 싶고, 그 다음엔 뭐하고 싶고, 또 뭐하고 싶고, 그렇게 한계단 한계단 올라서 결국엔 어떤 모습이 되고 싶은지가 말야.
더 좋은 대학,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남자는 어딜 가나 있을 거야.
하지만 더 즐거운 대학생활, 더 보람찬 일, 더 진실된 사랑은
가만히 있는 네게 누가 떡하니 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네 스스로가 어떻게 하는지에 달린 거야.
아무리 인류 대학을 다녀도, 최고의 직장에 CEO라도, 최고의 남자와 만나도... 네가 꿈꾸는 게 없으면 재미없는 거야.
아무리 인류 대학을 다녀도, 최고의 직장에 CEO라도, 최고의 남자와 만나도... 네가 꿈꾸는 게 없으면 재미없는 거야.
누군가 네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줄 땐, 조건이 뭔지를 생각하기 보다 그 기회 이후에 그려지는 내 풍경을 그려봐야 한단다. 그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넌 정작 그 커다랗고 하얀 캔버스를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칠할 맘을 못 느낀 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거야. 파래트 위의 갖가지 색들이 뻔히 눈에 들어오지만 어느것 집어들고 들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는 거지.
오늘 아빤 고민을 하고 있단다. 새로운 끝과 시작을. 아빠가 원하는 것과 아빠를 원하는 것. 참 선택하기 어렵구나.
아빠가 원하는 곳은 별 그림이 떠오르질 않아,
하지만 아빠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곳은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도 아빠의 마음에 내일의 그럴듯한 비전을 떠올리는 구나.
진짜 될 일은, 그렇게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술술 잘 풀리곤 해~
반대로 진짜로 안될 일은, 무슨 수를 써도 안 되기마련이야...
그럴 땐, 이럴 때도 있지하며 그러려니 하려므나~ 모든 일이 항상 다 네 뜻대로 잘 풀리면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
그럴 땐, 이럴 때도 있지하며 그러려니 하려므나~ 모든 일이 항상 다 네 뜻대로 잘 풀리면 재미가 하나도 없잖아~
게임을 하는데, 네가 키보드 하나 마우스 하나 안 움직이는데... "Your Win" 이건 네가 게임하는게 아니라 그냥 빤히 보는거지^^
그러니까 아리야, 걱정 말고 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냥 마음 가는 대로 그렇게 해… 그게 진짜 네 모습이야…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보고 나서 ‘괜히 했네~’라고 느끼는 것보다,
그때 ‘한번 해볼걸 괜히 머뭇거렸네… 참았네…’ 라고 느끼는 후회가 더 많단다.
네가 잘 보이려고 굳이 애쓰지 않아도 널 알아봐주는 사람.
네가 이쁜짓 하나 하지 않아도, 네가 예뻐 죽겠다며 꽃을 건네주는 그런 사람.
널 그냥 네 자신 그대로 일 수 있게 만드는 사람.
널 더욱 너답게 지켜 봐주고 가꿔줄 수 있는 당당하고 자신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야말로 정말 네가 힘들고 어려울 때 네 곁에서 널 보듬어주며
진심으로 널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이란다. 우리 아리가 그런 사람과 그런 일을 사랑하길 바라며~
늘 네 미소를 보고픈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