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회사에 가보면,
입구엔 “프로정신 구현” 그리고 현장엔 “하면 된다”라는 사훈들이 걸려 있다.
그 두 문구는 나에게도 역시 큰 의지가 되어 왔던 거 같다.
“프로정신”이 진정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프로라는 말에 어울릴 법한 모습을 찾고 닮아가고자 노력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면 된다”는 말 역시...
어려움을 맞닥뜨릴 때면 늘 되뇌며,
‘해내자’, ‘해보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겠지’, ‘할 수 있을 거야’, ‘해보면 뭐든 배우는 게 있겠지’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곤 했다.
헌데... 반항적인 태도로 다시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드는 생각은 우리의 삶엔,
하면 될 일보다, 안 하면 될 일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개 우리는 무엇을 해라~ 요구를 받는다.
예컨대, “공부를 해라”, “요리를 배워라”, “운동을 해라”, “청소를 해라”, “노력을 해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공부를 하겠다고 의지를 불태워 책을 가까이 하는 것보다,
공부에 방해가 되는 상황을 멀리하면 자연스레 무언가 배우고 익히는 상황이 되는 것 같다.
뭐 처음 며칠은 온 종일 놀 수도 있겠지만, 곧 삶은 당사자에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그 책임을 조목조목 순간순간마다 재차 묻고 또 물을 테니까... 그때가서라도 어쩔 수 없이 배울 건 배우게 될 거다. 먹고 살기 위해서, 조금 더 나아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그리고 요리를 배우겠다며 요리학원을 등록하는 것보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자 맛집을 찾아 헤매는 욕심이나 누군가 나를 위해 요리를 해줄 것을 기대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더 먼저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돈 주고 사먹으면 더 싸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고 더욱이 자기가 안 해도 누군가가 해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요리를 배울 이유가 없지 않는가? 솔직히 요리는 힘들다. 그래서 금방 질리고, 지친다. 그런 면에서 나는 가족의 식탁을 책임지는 우리들의 어머님들이 참으로 위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음식을 먹을 때면, 화려한 식당 인테리어 뒤에 가려진 부엌에서 토그 브란슈를 쓰고선, 정작 고객들은 들여다보지도 않는 청결과 위생에 신경쓰며 묵묵히 음식을 조리하는 요리사들에 대한 경외감을 늘 품는다. 물론 내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이긴 해도, 나를 위해서 요리를 해주는 건 그들에게 의무는 아니니까. 나를 위해 요리를 해주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 테니까. ‘의식주’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세 가지라 본다면, ‘의’와 ‘주’는 대부분 나름대로 어떻게든 각자 원하는 대로 하는 편인 거 같다. 그러나 ‘식’은 결코 만만한 요소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고 나면, 나의 행복을 위해서 내 스스로 ‘식’을 어떻게 챙겨갈지 생각해보게 된다. 자기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고 싶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싶고, 누군가에게 기분 좋은 감정을 주고 싶고, 맛이 없어도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은 순간들을 직면할 때가 오면, 몸과 마음은 알아서 움직이기 마련이다.
운동에 대해 얘기하자면,
사실 운동이야 말로 “하면, 된다”보다 “안 하면, 된다”가 더 명백하게 맞아 떨어지는 주제다. 모두가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려고 마음을 내는 것보다, 건강을 해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과식이나 폭식, 과음을 줄이면 운동을 굳이 하지 않아도 몸은 건강해질 수 있다. 승강기나 자가용을 덜 이용하면, 굳이 헬스장 러닝머신 30분을 일부러 탈 필요는 없을 수 있다. 여기서 더 먹기 위해서 먹기 전후로 일부러 운동을 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자.
청소도 마찬가지다.
청소는 어질러져 있기 때문에 깨끗이 정리를 하고자 하는 행위이다.
평소에 물건을 쓰고 놓을 때, 다소 번거롭지만 조금만 더 신경 써서 수고로움을 곁들이면 청소해야할 것이 없어진다. 날을 잡아서 청소를 하려는 마음보다, 애당초 이곳저곳에 널브러트리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
노력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지금보다 하나라도 조금 이라도 무얼 더 많이 하려는 것보다, 스스로의 미루는 게으름이나 적당히 넘기는 경솔함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 더 잘하려는 마음을 품는 것보다, 사소한 거라고 가볍게 느끼는 마음이 샘솟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몇 자 더 적고 싶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뭘 더 하려는 것보다, 불필요한 것을 안하는 것.
그것이 보다 지혜로울 수 있다는 역설적인 생각이 스쳐 잠시... 멈춰서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