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로 가는 길 - 호 & 수
오늘은 결국 자빠졌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는데
용케 그간 안 떨어진 건
그저 올해 운이 좋아서였다
쓰라린 심장 부여잡으니
뚝뚝뚝 떨어지는 핏방울
이곳저곳 구석구석
내 이름 석 자가 새겨진 하루
그 글자들이 두 팔 벌려 손짓한다는데
인기척만 들릴 뿐 온 세상은 흐릿흐릿
언젠간 넘었어야 할 가시밭길
얼마나 수없이 아파하면
닳고 닳아 그대 머릿곁 마냥
한없이 보드라워지려나
한 걸음 한 걸음
울먹임을 딛으며
너에게로 걷다가
자빠졌다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