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엔 선인장 - 서호건
꽃집엘 가면
셀 수 없을 만큼
각양각색의 화분들이
화려함을 뽐내고 있어
쥐도 새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긴다
근데 그래 봤자
그저 스쳐 간다
그냥 꽃이니까
내방엘 가면
문 여는 게 설렐 만큼
보고 있으면서도 보고픈
선인장이 하나 있어
행복감에 이끌려
시간을 빼앗긴다
근데 그래선지
정말 소중하고
항상 감사하다
선인장에게 나는
물도 머금어주고
햇살도 비춰주고
바람도 막아주고
벌레도 잡아줬다
나에게 선인장은
꽃망울 보여주고
향기를 뿜어주고
공기를 맑혀주고
얘기를 들어줬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화분들도
나와 하루를 함께한 선인장보다
내 마음을 더 끌어당기진 못했다
그래서였을까
꽃집을 향해 떠났던 두 발바닥은
어느새 선인장 앞으로 돌아가고 있다
==========================
<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통해서 본 ‘관계’의 의미 ( http://teen.munjang.or.kr/archives/1861 ) >를
읽다가 시상이 떠올라서 몇 자 적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