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지난 일년 반을 지내온 사근동 언덕배기 위의 내 자취방을 뺐다. 이번달에 한양대 테크노 기숙사에 입소한다.
왠만한 짐은 어제 진겸이가 차를 가져온 덕분에 쉽사리 실험실에 옮겨두었었다.
아침에 일어나 마지막 짐을 택시로 옮기고,
주인 아주머니께 열쇠를 반납했다.
몸에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 같아, 반신욕을 하고자 왕십리 비트플렉스에 있는 목욕탕을 찾았다.
20분정도 개운하게 반신욕을 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아랫층의 푸드코트로 가서 먹거리를 찾던 중 왠지 국물이 진한 탕이 땡겼다.
쭉 살펴보다가 나가사끼 짬뽕에 눈이 꽂혀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
눈 앞에 아사히 맥주 캔이 보이길래, 맥주도 파는지 물어보고는 맥주도 한 캔 시켰다.
시원하게 맥주를 들이키고, 주변을 둘러보니
테이블 너머로 주방에 남자분 한 분과 여자분 한 분이 분주하게 짬뽕을 만드시는 모습이 보였다.
내가 짬뽕을 다 먹는 동안 주문은 계속 이어졌고, 주방에 계신 두 분은 쉴틈없이 요리를 하셨다.
그 반면, 카운터를 지키는 사장은 카카오톡에 여념 없었다.
한 공간 안에서 갑과 을, 주인과 종업원 사이의 대비가 내겐 너무 슬프게 비춰졌다.
요 며칠 나 스스로의 위선적 행실에 대한 성찰을 해오고 있던 차에...
눈 앞에서 이런 현실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저 슬퍼지고 부끄러워졌다.
종업원들이 명절 연휴에도 나와서 저렇게 부지런히 일을 하고 있을 때,
사장은 그 종업원들이 더욱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도록 맛 개선이나 신메뉴를 연구하든지,
조금이라도 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는 여견을 궁리하든지,
그들로 하여금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고 보람차고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훌륭한 식당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한다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물론 그런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얼마나 애정어린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나 역시 저 사장과 다를 바 없이 입만 뻥끗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이 들었다.
그 분들은 내일도 모레도 일하신다는데...
나는... 오늘 하루 부끄럽지 않게 살고 있는가?
나가사끼 짬뽕을 먹으며, 말이 아닌 땀으로 세상을 일궈온 아버지가 떠올랐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