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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g :: Hogeonism - 1st Moment : 저 한 그루 나무처럼… 날 향해오는 모든 바람에 온전히 날 던지다.


아리야, 힘겹게 올라선 겨울 산 정상에서 우린 눈부시게 아름답게 하얀 눈 모자를 덮어쓴 온 세상을 마주하곤 한단다. 허나 이것도 가끔이야. 산을 자주 오르고 오를수록 아무리 어렵사리 올라선 정상이라도, 궂은 날씨는 그 노고에 대해 눈곱만큼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눈앞을 가리곤 한단다. 만약 우리 아리에게 아직 그런 경험이 없었다면, 그건 우리 아리가 그만큼 아직은 산을 자주 마주하지 않아온 초보등산객이 아닌지 한번 생각해보아.

 

자 그럼 아리야, 우리 같이 지난 나날들을 돌이켜보며, 우리에게 늘 ‘초심자의 행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한번 떠올려볼까?

 

처음 볼링을 치던 날, 볼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네가 시원한 스트라이크를 날리던 순간

모처럼 오랜만에 동해바다를 찾아간 날, 날씨가 너무 화창해 저 멀리 수평선 끝에 찰랑거리는 물결을 보게 되는 순간

아무 생각 없이 나간 모임에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마치 정말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너무너무 잘 통해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하며 믿기지 않는 인연을 마주하게 되는 순간

 

이 모든 순간들에 우리 곁엔 ‘초심자의 행운’이 함께 하고 있던 거 같지 않니? 하지만 시간이 지나보면 차츰 우린 모든 게 처음 같지 않단 걸 느끼고 실망하곤 하지…

 

볼링을 치면 칠수록 에버리지는 겨우 80점 넘길까 말까 하게 되고,

애써 멀리 달려온 동해바다, 헌데 온통 먹구름만 가득해 일출은커녕 바닷바람도 즐기지 못하는 흐리멍텅한 밉상하늘

대화를 나눠갈수록, ‘나랑은 생각이 좀 다르구나…’에서 ‘아니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 그러다 결국엔  ‘이사람 정말 자기 생각뿐인가? 내 입장은 조금도 존중하지 않는 거야?’하며 일어나는 멘탈붕괴.

 

아리야, 모든 일의 처음이 다 그렇게 ‘초심자의 행운’이 가득해 즐거울 수도 없는 거지만, 설령 즐겁게 마주친 첫 순간들도 차차 시간이 흐르면 결코 늘 처음처럼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단다.


DSCF1500.PNG

덕유산 정상에서 바람을 마주하고 선 고목을 바라보며 (2011년 1월 16일 13시 18분 06초)

 

덕유산 정상에 우두커니 서있는 저 나무를 보렴.

 

과연 저 나무가 처음부터 저렇게 앙상하고, 마냥 오른쪽으로만 치우쳐 삐쭉 뻗어갔을까?

 

아빠 생각엔 그렇진 않았을 거 같아. 처음엔 저 큰 나무 곁에 둘러앉은 무수히 많은 작고 어린 나무들처럼, 딱히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위로 예쁘게 뻗으며 가지도 많이 들고 있었을 꺼야. 하지만 그 나무가 점점 더 커갈수록, 매 겨울마다 오른쪽으로 불어오는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고 또 맞았겠지… 처음엔 시원하고 상쾌했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거부할 수 없는 흐름에 괴로워했을 거야. 그러나 나무는 자라나는 걸 포기하지 않았단다. 그곳에서 견뎠어. 그리고 위로 쑥쑥 자라났어. 차가운 바람에 쓰라렸던 거추장스런 잔가지들은 과감히 버리고, 진짜 알짜배기만 키우며 바람결을 따라 자라기로 결심한 거야. 곧게 위로 뻗어갈 수 없는 현실에 못내 더 이상 자라는 걸 스스로 포기 하지 않고, 대신 불어오는 바람에어울려 오른쪽으로 뻗어가는 걸 택한 거야.

 

나무가 정말 원했던 건 진실로 꿈꿨던 건 자라나는 거였던 거지.

그저 꼭 저 아래 숲에 사는 평온한 나무들처럼 위로만 곧게 뻗는 게 아니었던 거야.

 

아리야, 항상 처음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쉽게 풀려갈 수도 있어. 허나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는 거 잘 알지? 그럴 땐, 산에 올라 저런 멋진 나무를 한번 바라봐. 그 모든 바람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받아들이며, 그 바람을 타고 어울려 뻗어간 저 휘어진 가지들을 보아.

 

너를 향해 몰아치는 수많은 어려움, 괴로움, 고민들 거부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힘들어할 필요도 없단다. 네가 진짜 원하는 네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우리 아리를 보다 더 아리답게 해주는 네 삶의 수많은 옷들인 거야. 단지 어떤 순간엔 어떤 옷을 입고 그 옷이 주는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배우면 되는 거야. 그러면서 네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알아가고 골라가는 거지.

 

생전 옷을 골라본 적도 없이, 그저 옷 가게에 가서 한번 입어보지도 않고서 사온 옷이 마냥 네게 잘 어울리기란 결코 쉽지 않겠지^^?

 

Be the person who I really wanna be.

Feel everything I face with.

Enjoy just the way as it is.

 

@ 사진 : 덕유산 정상에서 바람을 마주하고 선 고목을 바라보며 (2011년 1월 16일 13시 18분 06초)

@ 글 :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며 호건아빠가 (2013년 3월 29일 10시 46분 5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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