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isive
2009.05.17 19:43

D-50 중대한 결심!

조회 수 1699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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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5월 17일...
5월의 상념을 쓴지 2주가 지났는데... 난 지금... 내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이 순간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것과 내가 잘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칭찬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무엇보다 지금 난... 내 자신과의 약속이 산산이 무너져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한동안 괴로웠다...!

그동안 집중이 잘 안되서, 계획대로 공부를 제대로 못 했다.
그래도 멀뚱멀뚱 시간을 보낼 순 없단 생각에ㅡ 그 동안 꾹 참고 안 읽어왔던 한글로 된 책들을 읽었는데...
얼마나 굶주렸었는지... 마치 한 마리 하이에나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흠뻑 빠져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ㅡ 빤히 보고 있던 어떤 이가 나에게 말했다.

"이야~ 서호건, 너 진짜 책 많이 읽는다. 정말 대단해~!"
그는 단지 내게 칭찬을 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평소대로라면,
"아냐~ 뭐, 이런 걸 가지고~ 아까 보니까 뭐하고 있었던 거 같던데... 뭐 하고 있었어?"
정도로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대단하다고? 이게? 책을 많이 읽는 게~? 그건 아니지..."
이렇게... 다소 퉁명스럽게 말했던 거 같다.

그가 내게 말을 건낸 그 타이밍에 내 머릿속엔,
'앎'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 스쳐가고 있었다.
나 자신과의 약속을 뒤로한 채ㅡ
아무 책이나 그냥 집히는 대로 붙들고 있는 내 자신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가 대뜸 놀라며, 되물었다.
"그래? 그럼 뭐가 대단한 건데?"

"책을 많이 읽고, 아는 게 많은 건 전혀 대단한 게 아니야... 그건 아무것도 아니지~
하나를 알더라도... 아니, 단지 그 하나 밖에 모를지라도...
그 하나를 몸소 행할 줄 아는 거ㅡ 그게 대단한 거지... 이건, 뭐... 아무것도 아냐..."

"아... 그래? 서호건... 너 생각보다... 냉정한 면이 있네...?"

난 말없이 책장을 넘겼다.

그렇다. 난...
'앎'을 추구할 뿐ㅡ
'앎'을 추종하진 않는다.

안다는 거...?
그 자체만으론ㅡ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앎'이 나를 변화시키고
'앎'이 나의 가치를 대신할 순 없는 것이다.
'앎'은 단지... 나의 삶을 좀더 자유롭게 하는...
'쾌락' 즉, 내게 즐거움을 주는ㅡ 내가 택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이고 도구일 뿐이다.

이런 말까지 하긴 그렇지만... 내가 가증스러워하는 부류의 사람이 몇 있다.
그 중 하나가 아는 것 자체를 대단하게 여기는 사람이다.
그 하찮은 '지식'이란 조각들 위에 자신을 세워놓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나 자신이...
조금씩 그런 부류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자각한 것이다.
내 자신과의 약속과 내 자신의 행동이 어긋나고 있음을 느낀 것이다.

약속은... 말이고...
말은... 이성이 쏟아낸 언어의 조합이고...
이성은 내가 아는 모든 것에 준하여 형상화된 무형의 결정체다.
즉, 약속은 내가 아는 모든 지식으로부터 나온ㅡ 나의 행동에 대한 '악보'인 것이다.
반면에 행함이란,
나의 본능과 결핍으로부터 오는 진정한 욕구가 빚어낸, 나의 무의식이까지 내재된ㅡ
내 몸의 모든 세포들이 이루는 하나의 '오케스트라'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보고 듣는 것은, 오케스트라지... 악보가 아니다. 결코 우린 악보를 보며 연주를 듣지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악보대로 연주될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없다.
각 파트가 악보대로 연주가 가능해지고, 모든 파트가 조화를 이룰 때ㅡ 비로소 'Orchestra'가 되는 것이다.
오로지 끊임없는 연습과 연습만이... 바로 그 오케스트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전까지... Maestro는ㅡ
단 한 박자, 단 한 음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결코 그런 연주에 만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악보는 누구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주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엇을 안다는 건 그닥 어렵지 않다.
하지만 아는 대로 행하는 것은 어렵다.
약속을 하는 것 역시 얼마든지 쉽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는 것ㅡ 그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윤동주가 왜ㅡ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했겠는가...?
소크라테스가 왜ㅡ 탈옥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도주하지 않았겠는가...?
그들이 진정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했던 대로... 행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난 지금...
그들의 이름을 알 리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이 모든 걸 안다는 사실이다.
지금 뭐가 잘못된 건지, 그리고 무엇을 왜 바로잡아야 하는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너무나 명확히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괴로운 것이다. 차라리 모른다면...
그렇다면... 참...
덜 따가운 삶을 살아갈 텐데...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따가움이...
결국 내게 쾌락을... 즐거움을... 행복을... 안겨줄 것이라는 걸ㅡ
알기에...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이다.^^

7월 7일~7월 16일 마지막 휴가...7월 17일 제대
마지막 휴가전까지 D-50
6월 1일~5일 유격훈련 5일 빼면... 사실상 D-45일...

5월 초에 써 붙인 약속!

< 나 자신과의 약속 >

1.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가꾸자!
     - 운동 : 매일 1시간 30분 이상
     - 불필요한 열량 섭취 절제
2. 나만의 능력(무기)을 키우자!
     - TOEFL Listening Script Acting
     - 독서 : 점심, 저녁 시간
3. 웃자! Smile ^^
4. 안전 운행 & 방어 운전!
5. 짧은 찰나까지도 의미 있게 최선을 다하자!

     - 다이어리 기록 철저

지키자!

난 지금... 훗날, 참회록 한 줄을 더 쓰기 위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게ㅡ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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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회장 2009.05.19 19:18
    형 너 이거쓸때 술때문에 고생하고 모자도 잃어버렸다.

    지금은 무지 속 않좋고...

    이거 어쩌나.. 봄은 꼭 너에게만 가는게 아닌가 보다.

    나에게도 봄이란게 오는것 같기도 하고.

    비록 내신분이 군인신분이기에 청이라는 울타리를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지만 그 울타리 안에서나마 작은 만남을 가진다는거에 대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 마음이 과연 잠깐 좋은건지 정말 계속 좋아하는 마음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걸 판가름 하는 기간은 3개월. 3개월 뒤면 그녀나 나의 마음이 확실히 정해지겠지?

    그 3개월이라는 시간안에 난 무엇을 이우어야 할지 참 고민이 된다..

    전화한번 주라 이런 마음 터놓을 사람은 비참하지만 서호건 밖에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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