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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 인생에는 NG가 없다

학번 : 2006006318
이름 : 서호건

  제게 진정 엔지니어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비록 20년의 짧은 삶이지만, 경험해오고 관심을 지녀온 일들이 엔지니어들의 공통적인 자질이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유달리 호기심이 많았던 저는 항상 조그마한 뒷동산에서 자연과 함께 호흡하며 동식물들의 신기한 모습을 빤히 바라보곤 했었습니다. 때론 무모한 실험(?)을 하다가 아버지께 동물을 그렇게 해하면 안 된다는 꾸중도 많이 들었었습니다. 그 후론 아버지께서 동물 대신 제 창의성과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많은 물건들을 사주셨습니다. 간단한 블록조립세트와 무전기, 자석, 무선조종자동차, 만능자 등등... 저는 그것들을 이용해 별의 별 것을 만들어보고, 다양한 일들을 시험해보곤 했습니다. 지금도 어린 시절 사진을 보면, 제가 만든 작품들과 그것을 들고 밝게 웃고 있는 제 모습이 남아있어서 제 자신도 볼 때마다 놀라곤 합니다.

  하지만 그러한 태도는 단지 만들어져 있는 것을 현실적 한계에서만 응용할 수 있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4~6학년쯤, Wire NC Cutting을 하시는 아버지께서 Auto CAD R14를 제게 소개해주셨습니다. R14에도 아이콘 인터페이스가 갖추어져 있었지만, 그보단 명령어를 쳐야 신속한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초등학생으로써 다른 이유 없이 단지 CAD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에 공공도서관에 가서 CAD 책을 들여다 보며,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Line, Circle, Erase, Trim 등 단지 영어단어 형태만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생각해보면 참 이해할 수 없는 태도였었죠. 그리곤 6학년이 되어 나름대로 알파벳에 대한 이해를 하고 사전을 통해 뜻 파악이 되다 보니… 직접 책을 사서 3D Modeling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잠깐 동안 CAD 전문학원을 다녀봤지만, 이미 독학으로 CAD를 충분히 연구한 제겐 수업용 도면들이 너무도 쉬웠습니다. 형 어른들보다 더 빨리 그리는 모습에 다들 놀라곤 하셨죠. 결국 전 스스로 도면을 만들고 3D Modeling을 하는 것을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청소기, 모래시계, 선풍기, 샤프, 요요, 피아노, 컴퓨터, 스캐너, 프린터, 자전거, 연필깎기 등 정말 눈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컴퓨터 화면에 그려냈습니다. 그러한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스스로 어느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이런걸 그릴 수 있겠는가 하는 자부심을 느끼곤 했습니다. 점차 나아가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 제품들도 그려보면서 중학생의 신분으로 특허신청까지 시도했다가, 비용적인 문제 때문에 결국 포기하기도 했었습니다. 정말 어떤 물체를 제가 원하는 방식대로 그리고 수정해보고 그 형상을 미리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 결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기분을 알 수 없습니다. 설계자가 자신의 상상을 구체화시켜 완성된 작품을 볼 때의 그 쾌감과 흥분… 그러한 기분이 너무도 좋았었습니다.

  그 후론 어떤 물건을 보면, 어떻게 그리면 빨리 그릴 수 있겠고, 시간은 얼마나 걸릴지를 자연스럽게 예상하게 되었고… 결국 최고 난이도의 인체 모델링과 유선을 지닌 스포츠카 모델링에 매달렸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중학교 2학년 말부터 C.G. 연구를 잠시 접어두어야 했습니다. 단지 CAD로 그리는 일만 잘 한다고 해서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는 아버지의 설득에, 보다 학업에 열중하여 공대를 진학한 후에 이론과 기술을 연마하면서 제 CAD실력을 응용하라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저는 처음에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잘하는 일을 계속 하고 싶었고, 제 또래 중엔 그러한 수준을 가진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희소성에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를 싫어하지 않았고, 중학교 입학하면서부터 스스로 공부를 좋아하고 공부를 통해서 제가 얻는 기회가 많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즐길 수 있었기에, 미래를 생각하며 공부에 더 흥미를 갖기로 마음먹었었습니다. 그래서 명문 한양공대까지 입학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결국 그 후론 제 개인적인 C.G.연구나 작업은 거의 하지 못했고, 가끔 아버지 공장 설계자들이 할 수 없는 CAD작업을 요청 받고 작업해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제가 그려있는 도면을 아버지께 드릴 때의 기분이 책에 너무도 솔직하게 적혀있었습니다. “엔지니어가 자신의 설계에 대해 잠도 못 잘 만큼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설계가 성공하길 바라서이다.” 정말 그랬습니다. 50만원짜리부터 500만원짜리 금형의 도면을 제 손으로 그리는데… 그 어린 나이에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했는지…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잠을 설쳤던 기억에 웃음이 납니다. 때론 불량을 내서 아버지게 혼나기도 했죠. 하지만 그러면서 배웠죠. 실패하는 법을 알게 되니까 두려움과 실수도 차츰 줄어들곤 했습니다. 나중엔 아빠와 토의하면서 작업하기에 이르렀었습니다.

  무언가를 원하는 뜻대로 그려낸다는 창작활동은 정말 자유로운 사고가 필요한 일이라는데 동의합니다. 저는 원래 종교가 없었고, 특별한 구속조건이나 남들의 시선에 크게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제 개성을 존중했고, 스스로 주관을 뚜렷하게 세워서 무슨 일이든 해 나갔습니다. 정말 자유로운 사고 활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권력이든 종교든 인간의 사고를 제한하는 어떤 것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공감이 갑니다. 부모님도 학업을 권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제게 CAD만으로는 훌륭한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고 조언해주셨을 뿐이죠. 그리고 제가 생각해서, 결국 더 큰 꿈을 위해서 공부를 택하게 되었고요. 그러한 자율적인 태도가 항상 모든 일에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자리에서건 자유롭게 제 의사를 표현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때 제 자신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경험을 해나갈수록 제 의사표현의 효과적인 방법을 스스로 연구하게 되고, 프레젠테이션 능력 또한 키울 수 있었습니다. 결국 엔지니어는 세상에 자신의 분신인 상품을 내놓는 일을 해내는 것이기에, 그만큼 자신을 존중하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지녀야 함이 마땅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항상 그러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위해서 책을 읽고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런 생각을 고등학교 입학 후부터 갖고, 일기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엔 노트에 썼는데… 쓸 내용도 많아지고, 훗날 정리하고 검색하는데 용이하기 위해서 결국 홈페이지에 일기게시판을 만들어 지금까지 써오고 있습니다. 물론 매일 쓴 건 아니지만, 제 삶이 고스란히 진행형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누군지는 올해 2월 말부터는 거의 매일 꾸준히 써오고 있는데, 보통 5명 가량이 제 일기를 꼬박꼬박 읽어주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기대와 사랑에 고마움을 느끼며 항상 제 자신을 다듬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제 삶에 대한 완벽성을 추구하게 되곤 합니다. 엔지니어의 기본이 ‘완벽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엔지니어 삶부터 그러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지금도 제 뒤쪽 호주머니엔 얇은 수첩이 있습니다. 메모를 하기 위해서지요. 중학교 입학 이후부터 메모를 하는 습관을 지녀온 것 같습니다. 간단한 내용은 잘 잊어버린다고 스스로가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는 중요한 문제 하나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간혹 스치는 생각이나 누군가로부터 들은 이야기, 갑자기 떠오른 시(時)상에 시를 쓴다거나, 혹은 처음 만난 사람의 이름들은 너무도 쉽게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쉬웠고, 항상 나중에 뭐였지??? 아~ 그때 번뜩 떠올랐었는데… 하며 무릎을 치기 일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자리에 가건 제가 열심히 무얼 적고 있는 모습에 제 앞 옆에 있는 사람들이 물어보곤 합니다. “뭐하고 계신가요?”, 그럼 저는 당당하게… “제가 기억력이 안 좋아서, 이름 같은걸 잘 못 외우거든요. 그래서 적고 있어요.”라고 대답하곤 합니다. 몇 일 전에는 제게 “메모광이시군요~”라는 대답을 듣고, 스스로가 놀랐습니다. 어느새 그런 별명을 들을 만큼 습관이 되었는지…

  제가 지금 지닌 엔지니어의 꿈은 로봇 손을 만드는 것입니다. 로봇 전체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죠. 물론 로봇 손을 만드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분야에 혼신을 다해서 연구를 한다면 분명 세계 최고의 로봇 손을 만들어 낼 수 있으리라 믿고 그렇게 해낼 것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의 손의 능률에 준하는 로봇 손은 제작되지 못했습니다. 기술적 난관이 높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많은 부품들이 소형화되고 과학기술이 진보할수록 제 꿈은 보다 현실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만든 로봇 손이 세계 최고 임을 인정받는다면,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들의 손엔 저희 회사 로고가 붙여있을 것입니다. 그 로봇들이 부디 인간의 손을 대신하여 보다 많은 인들을 해내고 인류 복리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로 얻은 수익으로 세상 어두운 곳에 빛을 밝혀주는 일을 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엔지니어에겐 엔진이 있죠. 아주 뜨겁고 멈출 줄 모르는… 제 가슴 속에도 아주 매끈한 엔진이 있습니다. 지금까진 시동도 제대로 못 걸어보았습니다. 이제 돌기 시작했습니다. 때때론 과열되고 멈출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엔지니어입니다. 당연히 고쳐내야죠. 그리고 계속 달려야죠. 제가 원하는 곳까지…

  그럴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럴 것이기에… 우리에겐 NG가 없는 것이죠!!!

  대한민국 모든 공돌이들이여~ 그대들이 진정한 프로메테우스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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