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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05 20:34

[독후감] 무진기행 - 김승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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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 소설전집 1 무진기행  김승옥 (지은이) | 문학동네 | 2004-10-15  모든 것이 충족하고 풍요로운 공간 속에서도 찾을 수 없는 ‘삶의 여유’라는 것... 인간이 가지려는 인간의 본연의 감정들... 자유로움에서의 나태함, 여유롭게 이성을 탐하는 색욕, 사회 속에서 찾기 힘든 인간이 과거에 갖던 동물적인 본능들... 그러한 본연의 초심이, 바뀌어가는 세상의 쳇바퀴를 거부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분출하는 것일 것이다. 그것들을 추구하려했다가 현실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함을 알고 그는 부끄러웠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세의 탈피와 현세의 수긍을 주제로 쓰려는 소설에 왜 김승옥은 ‘성욕’을 가꾸어 놓았을까? 소설 중간 중간에 ‘수음’, ‘처녀’, ‘정사’ 등의 소재로 성적인 소재를 이용함은 무엇일까? 솔직히 나는 이러한 소재 말고도 얼마든지 김승옥의 머릿속에는 대신 표현할만한 충분한 소재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인간의 본연의 모습에 색욕은 당연한 것이기에 그는 그것을 소재로 억지로 끼운 것은 아닐까? 그것이 소설을 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굳이 넣을 필요가 없는 소재임을 알면서도 김만중의 <구운몽>에서처럼 인간 본연의 색욕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현세의 쳇바퀴에서 탈피하려다가 사회는 쳇바퀴에서만 돌아감을 느끼고, 다시 현세의 쳇바퀴로 돌아오는 한 인간의 모습이 나는 불쌍히 여겨진다. 스스로가 희망하는 삶이 아닌, 삶으로서 희망되어지는 사회 속에 어쩔 수없이 희망되어지는 쪽에 자신을 맞추어 살 것이다. 그는 결국 사회가 원하는 바에 따르기 식의 삶을 살 것이 틀림없다. 그러한 그의 불쌍함이 나의 가슴에 눈물이 나게 한다. 나는 그러한 사회 속에서 인간은 인간이 되어가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회적인 동물이 되어갈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한 삶에서 탈피하고픈 심리는 여전히 생겨나고 있고, 세상이 바라는 대로의 세상이 되어갈 수록 더 커지고 더 강렬해질 것이다. 결국 사회의 감시가 닿지 않는 부분에서 그러한 본연의 심리가 분출할 것이고, 사회가 바라는 사회에 반하는 일들이 보이지 않게 일어날 것이다. 결국 이중의 삶을 가진 인간들로 세상은 이루어질 것이고 사회도 그렇게 이중으로 나뉘어 보이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사회가 그렇게 비극적으로 분열됨을 바라지 않는다. 인간은 결코 사회가 바라는 대로, 계획된 대로, 계획된 대로 인간이 쳇바퀴 따라 도는 다람쥐처럼 되는 사회 속에서 살수 없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 되기보다는 자유롭고 행복한 인간이 되고 싶어 하니까. 단지 한 개체로서 존재가치를 갖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니까.... 쳇바퀴 따라 도는 다람쥐처럼 살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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