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 났다.
가출을 결심하고 집을 나간 다음날 아침...
불이 났다는 문자를 처음 받았을 때,
난 그게 말없이 훌쩍 떠나버린 날 돌아오게끔 하려는 수작인 줄로만 알았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몰래 돌아가봤더니...
정말...
모든 게...
다 타버렸다.
후...
뭐... 어렸을 적부터 인생을 영화처럼 살고 싶다고...
항상 그렇게 말해왔지만...
그리고 나름대로 그렇게 특이하게 남다르게 살아오기도 했지만...
꼭 이렇게까지 극적일 필요가 있나 싶구나...
세상아... 그런데 왜 난 그 잿더미를 보며 웃을 수 있었을까?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았거든... 여전히 괜찮거든...
어차피 밑바닥부터 오르기로 결심하고 가출하려 했었는데 뭐...
그 까지꺼 다 잃으면 뭐 어때? 다시 다 일구면 되지...!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몰라... 이제부터라도 홀가분하게...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음을 비우고...
진짜 내가 바라는대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거 같아...!
아직 난 젊잖아?
얼마든지 더 넘어져도 괜찮아!
그래서 난 웃을 수 있었던 거야...
원래 아무것도 가진게 없었기에 모든 걸 다 잃어도 미련이 없고...
언제나 난 당당하기에 아무리 넘어져도 굴하지 않아!
그래, 두고 봐...!!!
비록 당분간은 좀 어려운 시기가 되겠지만...
꼭... 오늘의 지금의 이 아픔들이 훗날 더 큰 웃음으로 되돌아 오도록 할 테니까!
고맙다. 이렇게 내게 보다 더 새롭고 자유로운 삶을 살 기회를 줘서...!
내 눈엔 말이지...
여전히 세상은 아름답게만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