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flective
2009.10.31 10:29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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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jpg 아...

모르겠다. 왜...

도대체 왜, 내 삶엔 이런 시련이 엮이는 걸까...?

정말 팔자란게 운명이란게 있는 것인가?

 

아... 힘들다는 말은 안하기로 했었는데...

그래, 사실 힘들다기 보단 괴롭다.

마음 한 구석이... 너무 너무 아프다.

 

아버지가 산에 머무르셨던 두 달 동안,

난 내가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환경으로 공장을 싹 바꾸고자 부지런지 움직였다.

 

이쯤되니 이제 정말 우리 공장이 전남지역에서 가장 청결하고, 가장 체계적인 와이어 업체로써의 면모를 갖출 수 있는 기반이 닦여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현장 환경이 정말 깨끗해졌고,

창고부터 부속실, 측정실까지 모든 물품이 품목별로 정리되었다.

작업 컴퓨터들도 네트워크로 통합적 데이터 저장과 활용이 이뤄지고,

회계 경리 업무도 전산화 되었으며, 각종 문서 양식들도 갖춰졌다.

차량 및 업무 일지의 기록도 이뤄지고 있다.

 

아직 완벽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70~80%는 완료된 거로 본다.

조금씩 여세를 몰아 전반적인 업무가 스케쥴에 따라 움직이게끔 유도해가는 중인데...

 

이 시점에서,

아버지가 내려오셨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바꾼 모든 면에 대해선 별말씀을 안하신 것으로 보아, 만족스러워하시는 거 같다.

그런데 환경이 이렇게까지 바뀌었는데도, 직원은 늦게 출근하는 모습에 발끈 화가 나셨다 보다.

공장에 복귀하신 단 하루만에, 첫 날 아침부터 듣고 싶지 않은 큰 소리가 현장에서 들려왔다.

늦은 직원에 대해 엄하게 질책을 하고 계셨다.

 

하...

물건이야 위치가 마음에 안들면 이걸 저기로 옮기면 되고,

맘에 안 들어 바꾸고 싶으면 당장에 버리고 새로 사면 된다지만...

사람은 또 그게 아니지 않는가...?

 

사람은 그렇게 한 순간에 바뀌는 게 아닌데,

나는 긴 시각에서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동기부여의 포인트를 찾고자 하루에도 수십번씩 기회를 엿보며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데... 한참 분위기 좋게 탄력적으로 상승하다가 갑자기 이런 불쾌함이 현장에 감돌면, 본의 아니게 다들 더 긴장하게 되고 업무 효율도 떨어지고, 본질적인 문제해결은 더 더욱 어려워진다.

 

지각할 이유가 있으니까 지각을 하는 것일텐데...

매일 같이 야근해서 10시 11시에 퇴근하는데, 8시 정시 출근은 너무 무리한 게 아닌가 싶다.

늦게까지 야근 안 하도록 주간에 열심히 일하면 되지 않느냐고, 천성이 게을러서 그렇다고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Owner의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어느 누가 사명감과 동기부여가 없이 그렇게 헌신적으로 회사를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낮에 더 열심히 일한다 해도 인센티브도 없고,

밤 늦게 까지 일을 더 해도 떡하나 나오는 거 없고,

덜하나 더하나 똑같은 봉급을 줄거면서, 왜 일은 더 하라고 하는가? 그렇게 열심히 하면, 누가 좋은 건데~?

Owner를 위해서? 천만에... 이 세상에 그럴 직원은 어디에도 없다.

업무 배당에 따라 자기에게 추가 수익이 있다거나, 하는 족족 이익이 생기는 자영업이 아니고서는 그 정도의 애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게 현실적이고 당연한 것인대도, 현실을 무시한 채 직원의 태도만을 나무라는 건 내 생각엔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사람이 나서서 일을 해나가는 것의 기본은, 주인의식과 자발적 동기부여인 것이다. 그리고 그걸 불어넣어주는 게 바로 리더십이고, Owner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오히려 그런 상황에서 더 담담하게 Pocker Face를 유지하며 늦은 이유를 충분히 듣는 것이 진짜 멋있는 Owner의 모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그런 무겁고 긴장감이 팽팽한 분위기... 정말 완전 싫어 한다.

사람들이 일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밝은 미소를 머금고 했을 때,

그 결과물이 그만큼 더 좋을 수 있고, 업무 효율도 자연히 상승할 수 있는 거다.

 

일찍 출근하고 싶을 마음이 생길 정도로 회사가 즐거워야,

자연히 지각을 안하는 거다.

 

직원의 자질을 탓하기 전에,

먼저 직원의 입장을 듣고 헤아려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는 게 Owner가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윽박지르는 거...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Owner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

 

Anybody can become angry, that is easy;

but to be angry with the right person,

and to the right degree,

and at the right time,

and for the right purpose,

and in the right way,

that is not within everybody's power, that is not easy.      

                                                                      - Aristotle

누구든지 화를 낼 수 있다, 그건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목적과,

올바른 방식을 통해 화를 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리스토 텔레스

 

올바르게 화를 다스린다 함은 참는 것이 아니라 푸는 거다.

화를 잘 풀줄 안다는 말은, 성질 안 내고 고함도 안치고 상대의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꿀 방법을 찾을 줄 아는 관용과 지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아버지가 '화'를 다스리지 못 하신다면...

나 역시 그런 분위기 안에서 더이상 일을 돕고 싶지 않다.

본의 아니게 내가 그걸 보고 배워 물들까 겁난다.

 

난 직원들에게 까칠하고 위엄있는 Owner가 되기보다,

친근하고 따뜻한 사랑받는 Owner가 되고 싶은 사람이니까...

 

아~ 어렵다.

아버지 일은 이쯤에서 손을 놓고,

내 사업을 펼쳐야 할 때인가 싶다. 생각을 더 해보자.

 

요즘 좀... 솔직히 좀 더... 사실 몹시... 그립다.

이런 시기엔 혼자가 아니었으면 좋았으련만... 누군가의 어깨에 잠시... 조금만 기대어 쉬고 싶다.

이런저런 고충과 고민들을 가감없이 훌훌 털어 놓고 싶다. 흐르는 눈물 닦아주며 따뜻하게 날 안아줬으면 좋겠다.

아무 말 없이 그냥... "그랬구나... 그랬겠다..." 이 정도 추임새와 함께 내 얘길 잔잔히 들어주기만이라도 해줬으면...

내겐 그런 존재가 너무나 필요한데... 그래선지 오늘따라 네가 무척이나 그리워진다...

 

아무래도 오늘은 소주나 한 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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