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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5.24 23:55

프리허그... 신선함...

조회 수 1855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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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허그... Free Hug...

지난 5월 2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 평화의 문 앞에서 피켓을 들고, 새미 정장을 입고...
홀로 프리허그를 했다.

원래는 2시부터 하려고 했었다.

저번에 내가 내 2학년 1학기 삶이 무미건조해서 뭘할까 생각해보고, 골라서 하기로했었는데...
전날까지도 망설였다. 도대체 내가 뭐 때문에 나가는 것인가? 하지말까...?

하지만 홈페이지에도 그렇게 써놓고, 성빈이에게도...
내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해놓고...

안한다는게... 너무도 자존심 상한다고나 할까... 내 자신의 당당함에 상처를 입을 것만 같아서...
서호건! 한다면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사실... 누구도 그런건 신경쓰지 않겠지만...
그리고 나는 내가 말한대로 행했다.

그날 아침에... 피켓을 만들었다... 하드보드지와 매직사러 가장 가까운 문구사로 가면서도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문을 닫았을거야... 만약에 문을 닫았으면 운명이라 생각하고 가지말자! 안하는거야! 근데 ㅠㅠ 열려있었다...ㅋㅋㅋ

사서 나름 예쁘게 만들고... 2시에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 도착했다.

멘트는 사진에 나와있듯이...

누구든지
안아드려요
FREE HUGS!

였다.

처음엔...

얼마든지 안아드려요.
속시원히 안아드려요.
사람의 따스함이 그리우신 분 속 시원히 안아드립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에너지를 얻고 싶으신분 안아드립니다.
제가 꼬~옥 안아드립니다.
삶이 건조해졌다고 생각하시는 분 안아드립니다.
따뜻한 포옹이 그리우신분... 제가 안아드려요.

등으로 여러가지 생각했었는데... 멘트는 단순해야 할 것 같아서 단순하게 누군지 안아드려요! 이렇게 했다.

옷은...

처음엔 그냥 평범하게 입고 가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면 좀 튀게 입어야할 것 같아서 드레스 스타일을 입고 나갔다. 썬그라스까지 끼려고 했는데, 그건 아니다 싶어서 안했다.

물론 여성분들이 옷을 잘 갖춰입은 사람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것을 고려한 것도 있다.

어쨌든...

막상 역에 내리고 나서 내가 자전거 타고 왔었던 그 광장이 보이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다.

한참을 물어물어 걸어서, 그 피켓을 옆에 끼고...ㅡㅡ;
되도록 보이지 않도록... 어차피 들고 있을건데... 왜 그러나 싶겠지만... 아무데서나 훤히 보이기는 좀 이상해서 ㅠㅠ

30~40분 걸어서 광장까지 왔다. 올림픽 공원 극과 극을 삥~ 돌아서 간것이다.

그리고 적당히 사람이 오고 가는 길 한복판에서 햇빛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시계를 보니 3시였다.

피켓을 들고 프리허그를 시작했다.

의외로.... 20분 만에 10명정도를 껴안았던거 같다...
나는 원래 이렇게 호응 좋은건가 싶었다. 처음에 나를 껴안으셨던 분은... 남자 사진작가분이셨고... 더운데 수고하십니다. 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그리고 스케이트 타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

어린 아이들...

정말 어린 아이들이 껴안을 때는 너무도 기분이 좋았다.
한번 껴안았던 애들이 다시 와서 또 안아도 되요~?
또 안아주세요~ 이렇게 물으면...ㅋㅋㅋ
어찌나 귀엽던지... 4번씩이나 안아줬던 여자아이도 있었다. 매우 활발한 아이였던거 같았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몇 분이 또 있는데...

여자 세분... 친구들인거 같았는데...

한분이 자전거 타고 오셔서 안장에 앉은체로 껴안아으러 왔다고 하셔서 안아드리고...
왜 하시는 건지 물어보셔서, "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고, 항상 자신을 가장 아끼고 사랑하시길 바란다고..."했더니 한번더 안아달라고 하셔서 또 안아드리고...

그 후에... 친구 2명을 데려오셔서 다 안아들이고 이야기 나누다가...

번호를 알려달라길레... ㅡㅡ;
설마 장난이겠지하고... 진심이세요? 라고 웃으며 물었더니...

"진심으로~" 라고 하시길레...
"그럼~ 제가 명함을 드릴께요..." 라며 명함을 드렸다.

몇살이냐고 묻길레... 몇살인거 같으냐고 되물었더니...

한분이 24살 이라고 하시니, 아니지... 너무 어리게 봤다 26살 이나 27살?
ㄷㄷㄷㄷ 내가 어의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21살이라고 하니까...

"오빠! 왜 이래... 거짓말 하지마~"라며... 나를 더 당혹스럽게 만드셨다...

왜 하는 건지에 대해 다시금 물어서 다시 이야기 해드렸다. 나보고 수고하시길 바란다며 인사를 건네고 가셨었다.
그 후에... 초우누나가 문자로 격려를 해주시고해서... 반갑게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참 재밌는 인연이다.

그리고 또 기억에 남는 분...

참 아리따운 여자분이셨는데...

내 옆을 그냥 무심하게 지나가시다가... 대략 내 5 M 앞에서 갑자기 뒤돌아 날 향해 팔을 벌리고 뛰어오셨다...
곧바로 와락 안기구... 수고하십니다하고... 격려해주시고 가셨다.

참... 기억에 남는다... 진짜 포옹이 그리웠던 분이셨던거 같다... 포옹 후 밝게 웃으시며 나에게 수줍게 격려말씀을 건내신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분이 묘햇던거 같다. 보람있으면서 뭔가 내 속이 뻥 뚤리는 그런 기분...?

내가 여자를 껴안아본 건 이번 프리허그가 처음이었는데... 처음 껴안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과 했다는 것이 좀 남다르긴 하다만...
포옹을 할 때는 전혀 성적인 감정은 느끼지 못 했다.
오히려 포옹할 때는 숙연해지고... 진짜 서로가 포옹을 원해서 포옹을 하는... 사람의 품을 서로 느끼고 싶은 그런 순수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 프리허그가 끝나고 나서야 드는 생각이...

아~ 내가 여자를 껴안은건 처음이구나... 그런데 왜 난 아무것도 못 느꼈지...?

라는 물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포옹하는 순간에는... 그들에게 봉사하고 있다는...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고, 그들과 서로 인간적인 정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을 내 스스로가 충분히 인식하고 거기에 집중하고 있었던거 같다.

정말 그 순간은 아무것도 느낀 것이 없다. 생각도 없다. 그냥 포옹을 하기 전에 나를 향해 오는 모습, 그리고 포옹 후에 나를 보며 미소짓는 그 모습이 내 뇌리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참, 신기한 것이지...

여하튼 나로써는 내심 아쉬우면서도(?) 신선한 경험이었다.

나를 지나간 사람들 중 나와 포옹한 비율은 채 1%도 안될 것 같다. 그중에 나에게 말을 건건 그 1%도 안되는 사람중에 30% 정도 인것 같았다.

대부분의 99% 사람들은 나를 빤히 쳐다보고, 피켓 문구를 읽고... 웃으며 지나갔다.

연인들이나 친구들끼리...

나를 보면서 "한번 가봐~ 껴안아 주고 와봐~ 너가 먼저 해봐~" 등 등의 재밌는 반응이 참 많았는데...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으며, 밝은 미소를 유지했다.

근데, 미소가 사라지지 않은게... 진짜 내 스스로의 모습이 웃기고, 사람들의 반응이 웃기기도 해서... 재밌고, 보람있고, 유쾌한 감정이 공존하다보니... 계속 웃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안면 경련이 일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말이다...

피켓들고 있는 것도 은근히 힘들더라... 꼭 손들고 벌받는 자세와 다를 바가 없어서... 15분~20분 간격으로 손을 내려서 받치고 3분정도 쉬었다가 다시 들기를 반복했었다.

초우 누나가 자꾸 물어봤다.

이번 봉사로 뭘 느꼈는지...

뭘 느꼈을까...

내가 프리허그를 한 목적은 내 생각과 감정과 사랑을 나눌려고 한거지 뭘 얻기를 바라려고 한 것은 아니었던거 같다.

그래서 딱히 뭘 얻었는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물론 내가 나름의 추억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 가장 큰 동기였기에 그것은 분명히 완벽하게 달성한 것이지만...

다른 면에서는... 나에게 다가온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차이가 뭘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동기를 얻었다는 점...
(고찰해봐야할 문제다.)

나에게 다가온 사람은 왜 다가왔을까 하는 것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된 점...

아!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나에게 더 편하고 순수하게 다가와 안겼다는 사실은 매우 많은 바를 알려준다.
어른이 되어갈 수록 잃어가는게 그 순수성이라는 사실이다.
진짜 해맑은 표정으로 사랑을 나누고 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천연덕스러움...
그안에 진정한 행복이 엿보였다. 아이들은 나와 포옹하고나서 너무도 나도 밝게 웃었고, 행복해보였다.

그리고 또 다시 나에게로 와서 "또 안아도 되요? 또 안아주세요~"라며... 나에게 안겼다.

그런 순수함이 어디서 나올까...?
그게 진짜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아이들은 나와의 포옹에서 행복을 느꼈기 때문에 다시 안기고 싶어했던 것일까?

나는 언제부터 부모와의 포옹이 없었는가...?

나는 언제부터 사람과의 포옹이 없었는가...?

왜 포옹을 안하게 되었는가...?

참, 어색해진... 대한민국의 스킨쉽...

말로만 부대낀다고는 하는데... 진정 부대끼는 것은 옷자락일 뿐이고, 서류뭉치일 뿐이고, 돈 뭉치일 뿐인 이 세태...

그 안에서 정이 피어날리 없고,
그 안에서 사랑이 솟아오를리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한게 아닐까 싶다...

어린 아이들의 그 순수함을 매번 잊지 말고... 거기서 행복을 찾으려 노력해야겠다...

질문이 참 많아졌다... 역시 나는 글로 정리를 하다보면, 생각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알게 된다...

말은 남과의 대화의 매개체일 뿐이지만...

글은 나 자신과의 대화를 할 때도 할 수 있는 매개체인것 같다.

초우 누나가 또 할꺼냐고 자꾸 묻는데...

기회가 된다면... 또 할거예요 ㅋㅋㅋ 미리 연락해줄께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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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호건 2007.05.24 23:57
    사람이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글은... 일방적이지 않다는 사실... 그리고 글 자체로써 싸울 수 있다는 사실... 아~ 여러가지가 멋진 이유가 떠올랐었는데...ㅠㅠ
    막상 쓰려고하니까 기억이 안나네 ㅠㅠ 그때 그때 써놨어야하는데, 꼭 좋은 생각은 샤워할 때 떠올라서 말야ㅋㅋㅋ 다음에 떠오르면 샤워 중에라도 그대로 달려와서 써야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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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민석 2007.05.27 08:48
    명함은 아직 그대로?
    레드박스버전이면 내 명함도 갱신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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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후 2008.02.14 21:06
    음... 좋아~ ㅋㅋemoticon_05 형 나중에 같이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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