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게으르고 게을러서... 이렇게... 일기도 안 쓰고 사는구나...
지금 공업경제학 레포트를 써야할 입장에... 내 일상의 기록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안되겠다는 생각에... 우선 나를 정리하고 학업에 전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정리해보자...
지난 주에 철호형이 서울에 올라오셨었다. 한참 레포트 쓰고 있었는데, 불러내서... 밤 10시에 신림으로 갔었다. ㅡㅡ;
신림에서 홍민이형과 철호형을 만나고... 철호형의 지인인 국어교사이신 혜원이 누나를 만났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재희형이 오셨고...
나는 홍민이형에게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져서 대화를 잠깐 나눴다가...
혜원이 누나에게... 국어교사가 꿈이셨던 것인지 여쭤보았다.
누나는 그렇다고 하셨다. 이어서 그럼 국문이 좋아서 하신건지 언어가 좋아서 하신건지 여쭤보니...
언어가 좋아서 하신거라고 하셔서...
노우석 교수님이 던진 물음을 똑같이 누나에게 던졌다.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가 사고가 언어를 지배하는가?
엊그제 쓴 일기에도 나오는 질문이지만... 이 문제는 말이나 글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던져보기 참 좋은 질문거리다.
누나는 비언어적 표현을 거론하시면서... 언어 안에 사고가 다 포함된다는 말씀을 하신 것 같았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다.)
이어서 홍민이형이 나에게 답변을 하고, 나는 거기에 대한 반론을 계속 던지다가...
약간 초점이 틀어졌지만... 사람은 결국 자신의 눈앞에 있는 것만... 즉, 보고 들은 것만을 믿고 생각할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그건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것이 있고, 나이 먹다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고 하시면서...
일단은 상대의 말을 다 듣고 내 생각과 맞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걸러내라고 하셨다.
그럼 나는 대화의 목적이 뭔가라고 되물었다. 그런식의 관계라면...
말하는 사람은 막 지껄여도, 듣는 사람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나머진 흘리고 그냥 "네~네~ 그렇죠~" 뭐 이딴 추임새만 끼워넣고 있을 뿐이라는 건데...
그런식의 대화가 갖는 의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나는 대화는 서로의 논리를 견줌으로써 그나마 더 완벽에 가까운 논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기에...
대화를 함으로써 점차 사고의 폭을 높여가고, 이해력을 증진시켜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일반적인 설교와는 다른 쌍방간의 소통이 대화고,
서로의 권리가 대등하게 논리로 싸워 서로에게 발전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대화인 것이다. 대화 안에 토론과 토의와 논쟁 등이 방식으로써 나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어서 되물었다.
그렇다면 형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왜 나에게 "일단은 상대의 말을 듣고 내 생각과 맞으면 받아들이고 아니면 걸러내라."고 말씀하신 것인가?
나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대화의 목적이 거기에 있는게 아닌가? 그럼 내가 형의 말을 내 마음에 맞는 것만 "오케이"하고 나머진 "말도 안돼"라고 할걸 알면서 말하고 계신것인가? 아닌지 않은가? 내가 아는 것을 앞에서 말할필요는 없지 않는가? 분명 내가 미처 생각치 못한 것을 이해시키려는 목적이 있으셨는데...
되리어 그걸 걸러들으라는 것은... 지금 나보고 형의 말에 토달지 말고 무시하라는 말이잖아...
겉보기에는 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척만하면서 말이야...
이건... 사회의 이해타산을 따지는 공적인 상황에서나 필요하는 것이고...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이런 정(情)적인 자리에서 진솔한 대화를 하고자 할 때에는 그딴 가식을 버려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자리라 믿고 그런 언쟁을 물고늘어져본 것이다. 아무데서나 그런식으로 논리를 내세워본들 내가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나도 충분히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믿음은 그날 산산조각난다.
일단 홍민이형은 그래 알겠다면서... 이 메일로 잘 정리해서 물으면 그에 대한 적절한 답변을 해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옆에서 이 논쟁을 들으셨던 재희 형이 어의없는 표정으로 웃으시면서... 뭔가를 말하시려고 하셨다... 나는 왜 그러신지 여쭤보았고, 형은 내 말이 "궤변"이라고 말씀하시면서... 너한테 할 말이 많다며 좀 있다가 집에가서 이야기 하자고 하셨다.
집에 가서 논쟁은 이어졌다.
사고와 언어의 관계... 내가 주장한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우리는 언어에 갇혀있다. 그래서 외국어를 배우고 다양한 표현을 배워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등의 내용...
형과 작은 논쟁이 있었는데... 무슨 논쟁을 했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찌 되었건... 내 말이 맞다고 인정하셨다.
그러시면서 "비트겐슈타인"이야기를 하시면서 그 사람이 언어철학자인데... 나와 비슷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었다면서 그의 책을 읽어보라고 하셨다.
나는 알겠다면서 꼭 읽어보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형이 피곤하시냐고 주무실건지를 먼저 여쭤보았다. 괜찮으면 대화를 이어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형은 그 사람의 결론이 "말은 장난이다."라는 것이라고 하시며, 계속 대화를 하자고 하셨다.
나는 이어서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를 여쭤보았는데... 어찌어찌해서...
형이 아~ 그냥 너 집에가라... 내가 택시비 줄테니까 나가라고 하셨다.
태어나서 대화중에 나가라는 말은 처음듣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도 두려워하지도 않았다. 차분하게 내가 원하는 건 이런식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나는 대화를 하고자 했을 뿐이고, 형은 대화를 이어가라고 허락하셔서 질문을 했는데... 가라고 하시니... 왜 가라고 하시는 건지... 내가 뭘 잘 못한 것인지를 여쭤보았다.
형은 가라고 하셨다... 다행이도 철호형이 주무시려 누워계시다가 일어나셔서 중재를 해주셨다...
내가 미처 고려하지 않은 점은... 재희형이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새벽3시까지 이런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더 깊은 대화로 흐르려고 하고 있고, 형도 이런 대화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되어있고... 피곤한 상태라는 것을 내가 눈치없이 몰랐다는 것이다.
이런 대화를 하려면 미리 전날에 연락을 하고, 오후 6시 쯤만나서 술 한 두잔 들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꺼내서 3~4시간 이야기를 해야지... 느닷없이 물고 늘어지니 짜증니 났을 수 있다면서...
나는 거기에 동의했다. 그건 내가 눈치없이 행한 행동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동의했다. 그러나 나는 먼저 형에게 형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으신지를 물었지 않는냐고 반문했다.
그때 이어갔으면 하는 대화는 신변잡기적인 여자 이야기나 그냥 학교 이야기 같은 것이었지... 이런 심오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는데, 내가 계속 그런 쪽의 대화를 요구하니까 짜증나서 가라고 소리쳤다고 하셨다.
역시 내가 눈치가 없었던 것이다.
나는 내 논리의 모순이나 잘못된 것을 지적받고 싶어서 대화를 하고 싶었던 것이고, 함부로 아무에게나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은 아니라고 말씀 드렸다.
형은 내 논리에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표현방식에는 문제가 좀 있다고 이야기 하셨다.
나는 대화를 하려는 상황에 토론을 하는 것처럼 대화는 말투가 "공격적이고 직설적"이라고 하셨다. 제스쳐도 손을 자꾸 위를 향하고 앞으로 뻗는 식으로 상대를 쏘아붙이는 형식의 동작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은 대화의 내용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일단 감정적으로 격해지고, 조급해지고 당황스러워져서... 논리성을 잃고 흥분하게 된다는 말씀이셨다. 일단 오늘의 대화에서 자신이 그렇게 느꼈졌고... 그것은 내가 어느 자리에가서 그런 대화를 거내더라도 상대방이 아무도 그 논리에 집중해서 반론을 펼칠 수 없게 되서 정말 내가 원하는 그 모순점을 지적할 수 없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한번도 생각해본적 없었던 부분이고, 분명 나는 그런 말투와 행동을 했었음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
억양을 차분히 낮추고, 제스쳐를 낮춰야 대화가 가능해서 상대의 논리를 끌어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걸 주의해야한다고...
내가 말하는 방식은 전여옥이라는 국회의원이 하는 공격발언식의 논리 주장이라는 것이다. 그게 토론에서는 그 순간 잘 먹히고 강점일 수 있어도, 일상에서는 오히려 약점이고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참,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고, 나는 그 부분을 항상 염두하고 대화에서는 공격적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나의 단점을 논리적으로 지적받은 것은 참 오랜만이었고... 기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