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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9 18:27

언제부턴가...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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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난...
이별 노래가 듣기 싫어졌다.
실패에 관한 이야기가 듣기 싫어졌다.
한 숨 쉬며, 늘어놓는 패자의 핑계가 듣기 싫어졌다.
누군가를 깎아내리며, 터져 나오는 비웃음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다른 이의 생각을 가차 없이 무시하며, 화살처럼 쏘아대는 비난이 듣기 싫어졌다.
세상에 대한 불평불만... 두려움... 고통... 그런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오는 모든 소리가 듣기 싫어졌다.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얼룩지게 하는ㅡ 그 어떤 것도 듣고 싶지 않아졌다.
언제부터인지... 어쩌다 그렇게 된 건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듣고 싶지 않다는 것뿐이다.
그런 소리가 내 귓가에 들리면,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있으면,
난... 그냥... 말없이... 그 자리를 뜬다.
얼마든지 그 소리들을 존중해줄 순 있지만, 결코 곧이곧대로 다 들어줄 순 없다.
싫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ㅡ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난 떠난다. 멀찌감치 그곳으로부터 벗어난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픈 미련조차 없다. 전혀~! 싫어하는 것에 내 소중한 에너지를 쓰는 게 아깝다. 난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데 내 인생을 쓰고 싶다.
언제부턴가 난 그렇게...
남을 바꾸려하기 보단,
남을 설득하려하기 보단,
나 자신을 바꾸거나...
내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되고자 노력하기 시작했다.

요즘 사회가 좀 어수선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참 경이로운(?) 경이롭다고 하기엔 좀 뭐하지만... 어쨌든, 그 어수선함에 경종을 울릴만한 광경을 보았다.
다름 아닌ㅡ '비둘기'였다.
이런 와중에 비둘기는... 태연하게 집을 짓고 있었다.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어다 차곡차곡 쌓으며... 둥지를 틀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웃겼다. 사뭇 인간과 대조되는 그 순수함이 정말 웃겼다. 물론 그 웃음은 비둘기를 향했던 것이 아니라, 내일을 걱정하며 벌벌 떨고 있는 이들을 향한 것이었다.
왠지 그 '비둘기'가... 훨씬 더 자유롭고...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내게 아주 오래전 추억...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년전인 2006년 어느 따스한 봄날에 있었던 "재환이와의 철학적 대화"를 떠올리게 했다.
나는 그날 재환이와 삼겹살에 소주한잔을 가볍게 하고, 커피숍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나웠다. 우리의 대화는 '신의 존재의 유무'를 놓고 시작되었다.
한참 신나게 떠들어 대다 문득ㅡ '도대체 왜 우리가 이걸 고민하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 우리 꼴이 참 우습게 느껴졌던 것이다.
'이런 물음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게 진정 인간과 동물을 구분짓는 이성 때문인가? 과연 이성이 인간을 더 가치 있게 하는 근거로 정당한가?' 하는 대단한(?) 물음들이 튀어나왔다.
거기에 신의 존재 문제까지 맞물리면서... 난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에 나오는 '선악과'가 인간이 지닌 '이성'을 의미 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선악과'를 먹음으로써, '이성'이란 특성을 갖게 되고... 그 때문에 수치심을 비롯한 모든 이성적 분별이 생겼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선'과 '악'을 구분하는 것"이 곧 "'진리'를 찾는 것"이며, 인류의 모든 고통은 바로 거기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논리대로라면 역발상에 따라ㅡ 진리를 논함에 있어서 근본적으로 '이성'이 '언어'에 의해 구속되어있음을 인정해야했다.
진리는 결코 언어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진리'의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었다.
그건 마치 우리가 음악이나 그림을 직접 듣거나 보지 않고서, 결코 언어적 표현만으로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우리의 이성이 허락하는 수준에서 형이상학적 해석을 얼마든지 해볼 순 있었지만, 그래봤자 언어의 손바닥 위에서 노는 거 밖에 안 될게 뻔했다.
이성에 기반을 둔 진리의 해석과 정의에 한계가 있고, 결국 본질적으로 이해가 불가능한 것이라면ㅡ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대화를 거기서 멈춰야만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불현 듯 떠오르는 게 하나 있었다. 바로 순진무구한 '고양이의 눈'이었다.
고양이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 어떻게 그렇게 평화로운 눈빛을 가질 수 있는 걸까? 왜 이런 이성적 발상이 필요하지 않는 걸까? 이미 답을 알고 있는 걸까?
물론 고양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전혀 알 길이 없었지만... 우리는 그들의 지능지수를 근거로, 그들이 결코 이정도의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없다는 전제를 깔고 대화를 이어갔다.
어차피 우리가 가진 언어로 진리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라면, 알아보려는 시도자체가 무의미한 것이었고...
그렇게 수박 겉만 보고 핥으면서, 수박의 맛을 논하려는 바보 같은 노력을 하고 있는 우린ㅡ 참 어리석은 것이었다.
그에 반해 그걸 알든 모르든, 그런 노력을 안 하는 동물들이 지극히 우리보다 우등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입장에서 본다면 이 같은 고통을 수반하는 '이성'이라는 특성 보다, 생존본능에 더 충실한 자기진화를 거듭해온 것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들은 결코 인간을 필요로 해서 우리에게 먼저 자의적으로 의존하지 않지만, 우리는 때때로 정서적 필요에 의해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는가?
그럼 점에서 본다면, 우리의 정신적 생존력은 그들보다 낮은 것일 수도 있었다. 우린 진담 반 농담 반으로, '고양이가 우리보다 훨씬 낫다'며 '그들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며 그날의 대화를 끝맺었었다.

이 어지러운 사회분위기 속에 아랑곳 하지 않는, 그 비둘기의 태평함을 보며... 그날의 대화가 다시금 떠올랐던 것이다.
살아있는 그 순간에 충실하고... 본능과 본질의 순수함에 훨씬 더 가까운ㅡ 그들의 눈빛과 몸짓... 그게 바로 진짜 살아있음이 아닐까?
내일을 두려워하며...
앞날을 걱정하며...
머뭇거리고 있는 지금 우리의 모습은,
그에 비하면 죽어있는 게 아닐까?

눈을 뜨자~! 가슴을 열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살자! 크게 한번 웃어보자!!! ^^
살아있음이란,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것ㅡ
오롯이 현재에 존재함이 아닐까?

내일을 기대하지도, 동시에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어디로부터 왜 왔는지 모르는 것처럼... 언제 왜 다시 돌아갈지 모름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
빈손으로 왔다가, 다시 빈손으로 되돌아갈 것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ㅡ
진정한 의미에서의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지금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
세상의 즐거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마음껏 즐기는 것...!
그러니까ㅡ 한마디로 Carpe Diem 하는 것!!!
그게 진짜 살아있는 게 아닐까?

왜? 지나치게 개인주의적인 거 아니냐고? 남을 생각해야하는 거 아니냐고...?

음... 우리 각자가 진정 자신의 삶에 충실하다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이 되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면,
다른 모든 건 자연히 조화를 이루지 않겠는가?
한 시간을 잘 보낼 수 있다면ㅡ 하루 역시 잘 보낼 수 있을 것이고,
하루를 잘 보낼 수 있다면ㅡ 인생 또한 잘 살 수 있는 것이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고작 자기 삶 하나 제대로 못 가누면서, 어찌 남을 생각하라는 경솔함을 요구하는가...?
친절한 금자씨가 그러셨다.
"너나 잘하세요!" 라고... 

그렇다. 각자가 잘하면 되는 거다!
남을 보려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먼저 살피자!
남을 평가하려 하지 말고, 자기자신을 먼저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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