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무너지는 스스로와의 약속.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상'이란 밭에 깔린 무수한 "지뢰"들.
그냥 오롯이 맞닥뜨려도 감당이 안되는 스스로의 충동을
왼쪽 오른쪽 정신없이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 잠재우려니
몸 둘바는 커녕 서 있는지 앉아 있는지도 모르고 산다.
힘들다. 바쁘다. 어렵다. 는 건... 정말 비겁한 변명이고 핑계다.
나는 나 자신을 안다. 나의 지난 하루를 알고, 지난 한 달을 알고, 지난 한 해를 안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인과응보다.
오랜 세월 무심히 쌓여진 습관과
그 동안 무심코 지나쳐 온 삶의 아름다움과 깊은 가르침들...
대단한 것들을 쫓는 거 마냥 먼 길 내다보며 우쭐대는 사이,
내 곁으로 이미 많은 것들이 지나갔다.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멀고도 먼 그 막연한 미래의 푸른 하늘을 꿈꾸며,
노란옷, 하늘색 바지를 고르고 있었다.
결코 나쁜 것은 아니다만,
정작 그 시대가 도래했을 때... 빨개벗고 사는 세상이 올런지...
혹여, 밖이 너무 무서워 애당초 옷 입고 나갈 일이 없는 세상이 될런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는 무지 속에,
나는 답을 미리 내려놓고 살고자 했던 거 같다.
돌이켜보면, 교만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소크라테스?
학문을 깊이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다는 걸 아는 것마냥
삶이 농익을수록 세상 이치가 결코 우리 생각대로 되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거 같다.
덕분에 더 자유로워지고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를 일이다.
노력한다. 허나 쉽지 않더라.
나를 바꾸는 일. 내가 바라는 나 자신이 되어가는 길.
남을 이해하는 일. 남을 용서하는 일. 남을 사랑하는 일.
그 속에서 나를 살피는 일. 나를 지키는 일. 나를 사랑하는 일.
그래도 스물 아홉 여름,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늘 내 곁엔 배움이 있고, 깨달음이 있다.
사랑과 이해와 존중이 있다.
평화와 경쟁도 있다.
비록 삶은 전쟁이어도, 나는 웃을 수 있는 용기가 있단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아직 건강한 거다.
그래서 한 번 더 용기를 내어, 새로움을 향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