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말고... 늘! - 서호건
티나지 않게 너 모르게
조용히 슬그머니 자란다
씰룩쌜룩 요리조리 비집어가며
티나지 않게 너 모르게
언젠간 뽑힐 줄 알지만
때때로 나 때문에
아파하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무럭무럭 자란다
네 안에 잠시나마 더
조금만 더 머물고파
누워버렸다 갸우뚱
너 보는 곳 따라 바라봐
너 가는 곳 졸졸 쫓아가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숨죽여 살짝 비틀비틀
뽑힐지 말지 조마조마
늘 너와 함께할 수 있는
그저 부러운 바보같은 백치들
너무너무 얄미워 일부러 찌릿
나도 좀 알아달라 칭얼칭얼
덕분에 사나워진 네 꿈자리
여름가고 가을오니
점점 더 짧아지는 너와의 하루
사랑이란 이름으로 찾아 왔건만
그 이름 때문에 나는 떠나야하네
부디 잊지마오 낙엽지듯 쏙 빠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