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personal
2009.07.20 20:19

남을 배려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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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안정을 찾고, 주변 정리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차츰 계획과 아이디어 정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군복무 중 틈틈히 상념들과 아이디어를 정리했던 다이어리를 뒤적이다. 09년 2월 6일자 메모가 눈에 띄었다.
아마 운행갔다가 잠깐 짬이 난 사이에 급하게 스쳐가는 상념을 남겼던 거 같다.
지금에서 보자면, 조금 어색한 면이 있는 글인데... 내용만큼은 꽤 의미있는 거 같다. 그래서 여기에 올려둔다. 나중에 잊지 않고 곱씹어보려고^^

남을 배려함이란, '과연 나라면 어떨까?' 하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미리 취해보는 것이다. '왜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미리 계산하냐', '사람을 속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게 다르지 않겠냐', '그건 네 생각에서 그런 거고...' 등의 지적들을 받을만 하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상대를 배려한다고 할 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내가 만약 그 상대라면 이 상황을ㅡ 이 말을ㅡ '어떻게 받아드릴까?', '어떻게 느낄까?' 하는 것을 고려해 보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소한의 예의라고 본다. 물론 이것은 상대의 심리를 계산하고 예상하는 것이다. 하지만 난 이게 결코 인간미가 없는 것이라 보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사려 깊음이란 바로 그런 게 아닐런지 싶다.

물론 이렇게까지 노력해도 남에게 실망을 주고, 상처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을 하는데도 결과가 그렇다면 이는 불가피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하면서 생기는 실패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런 마음을 지닌 이들은 그 실망과 상처의 결과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깊은 반성을 통해 더 넓은 배려심을 기른다.

반면에 이런 마음이 없는 사람은, 언제까지고 결코 남을 이해하고 관용을 베풀 수 없다.
그는 언제나 '상대의 마음은 어차피 알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상대의 반응에 귀 기울이지 않기 쉽고, 그러면 그럴수록 결코 상호간의 벽은 무너지지 않는다.
말로만 역지사지를 논하지 말자. 참된 똘레랑스는 바로 이 단순한 노력에서부터 시작된다.

음... 이 배려에 관한 생각은, 나름 오랫동안 묵혀온 것 같다. 나는 남의 생각과 심리를 읽고, 그에 맞게 뭔가를 준비하고 답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때론 사람을 대하는 게 힘들기도 하다. 나름 많은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고, 끝까지 긴장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약 누군가가 나와 만나서 내 이야기들을 듣고 그냥 다른 귀로 흘려보낸다면... 그 1시간 동안 함께 웃고 떠들었지만, 정작 뒤돌아서선 나와의 대화가 전혀 그의 뇌리 속에 남지 않는다면... 과연 우린 그 시간에 무엇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난 그 증발된 1시간이 참 아깝게 느껴진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말에 느꼈던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바로 거기서부터 왔던 거 같다.

그때부터 난, 내가 바라는 대화의 깊이는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렇다면 분명 나와 오랜 만남을 가질 만한 사람도 최소한 그만한 깊이의 대화를 원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아끼는 지인들을 대함에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러워 지는 것이다. 소극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례를 최소화하고자 하는 나름의 예의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그게 상대를 계산하는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에게 집중한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 거 같다. 그 상대의 표정, 눈빛, 제스처 등의 비언어적 표현까지도 살피면서, 상대가 진짜 말하고자 하는 바를ㅡ 듣고자 하는 이야기를ㅡ 느끼려 노력한다. 나와 오랜 만남을 갖는 소수의 지인들은 다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나누고자 하기에, 나의 그런 노력이 그들에게서도 똑같이 일어나고 자연히 우린 진짜 대화다운 대화를 하게 되는 거 같다.

내가 그들을 배려를 하고자 노력하고, 그들 역시 그 배려를 온전히 받아주고... 나에게로 그 온기를 되돌려주는... 그런 대화...!
그래선지, 언제부턴가... 난 대화가 참 유쾌하게 느껴졌던 거 같다. 항상 대화 후에 무언가 듬뿍 배불리 먹은 것만 같았다.
만약 우리의 생각을 한 줄기 빛이라고 한다면, 비록 예전보다 그 빛을 투과시키는 프리즘은 훨씬 더 작아졌지만...
그 프리즘을 통해 나오는 스펙트럼은 보다 더 선명하고, 보다 더 넓어졌다고나 할까...? 괜찮은 비유인듯^^ 괜시리 뿌듯ㅎ

이제 한 시간 후면,
오리 친구, 야붕님을 만나게 될 거 같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서도, 어떤 분일지 참 궁금하다...
하필 이런날 배려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해보고 나갈게 뭐람ㅎ
분명 생각이 깊은 분일 거 같은데, 그 앞에 서려니...
벌써부터 긴장이 바짝 든다~ 잘 보여야할텐데^^ 슬슬 외출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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