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은정이~ 요새 많이 힘든가 보구나...? 오빠가 전화 자주 안 해서 서운했니...?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너의 지친 목소리...
세상에 대한ㅡ 가족에 대한ㅡ 더욱이 네 자신에 대한ㅡ 지나치게 염세적인 한마디 한마디...
오빠도 덩달아 힘이 다 빠지더구나... 네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말했잖아...! 오빤 마음이 어린 사람이라고...!!!
이성은 더 차갑게 가꿔가고 있지만... 마음만큼은 아니라고~ 여전히 안쓰러움도 많고, 미안함도 많다고...
그렇게 네 얘길 듣다 보면, 널 붙잡고 오빠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자꾸 알려주고 싶어진단 말야...
그러다 괜스레 듣기 싫을 잔소리도 하게 될 것 같고...
하지만 내가 기대하는 것을 네게 드러내는 만큼ㅡ 넌 그걸 의식하게 될 테고, 그것 때문에 더 스트레스 받겠지...
그 모습이 안쓰러우니까... 미안해지니까... 그래서 전화 잘 안 하는 거야... 앞으로도 그럴거구...
음... 오빠가 성년에 날에 네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 쓴 약속ㅡ
"이제부턴 네가 네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빼앗지 않겠다"고 했던 거 기억해?
그 약속... 그냥 한 거 아니었는데... 오빤 진심으로 한 말이었는데...
너를 간섭하지 않고, 설령 네가 넘어질 게 뻔 할지라도ㅡ 오빠가 먼저 손을 뻗어 널 붙잡지 않겠따고... 묵묵히 널 믿고 지켜보겠다고...
널 아끼고 사랑하는 오빠로써 그게 얼마나 큰 미안함과 아픈일지... 혹시 아니?
엄마마빠도 마찬가지실 거야... 결코 널 못 믿어서 그러시는 게 아니란다.
네가 삶에 치이고 상처받을 걸 알기에.. 그게 먼저 걱정되고 안쓰러워서 말리고 싶으신 거야...
이 세상 어느 부모가 자기자식이 상처 입는 걸 마음 편히 지켜보실 수 있겠니? 어떻게 일부러 그러길 바라실 수 있겠니...?
그런 면에서 보면, 오히려 오빤 널 덜 사랑하기에 이렇게 말없이 지켜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
부디 네가 엄마아빠를 너무 야속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어른이 됨을 축하함과 동시에 오빠가 못내 시원섭섭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었어...
앞으로 네게 수많은 시련과 고통이 찾아올 것임을 알기에... 오빠 역시 그랬고, 여전히 그렇기에...
어른이 된다는 거... 온전한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다는 거... 그건 참 기쁜 일이야! 당연히 설레고 흥분되겠지~
하지만 그만큼 책임이 뒤따른다는 걸ㅡ 네가 그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이 넘어지고 울게 될지...
무엇이든 네가 바라는 대로ㅡ 네가 꿈꾸는 대로ㅡ 그렇게 척척 톱니바퀴 돌아가듯 삶이 풀려가진 않을 것임을...
세상이 결코 그토록 소중한 것들을 네게 호락호락 내어주지 않고, 수없이 너를 시험하고, 유혹하며...
네가 그것을 진정 얼마나 원하는지ㅡ 끊임없이 묻고 또 물을 것임을 알기에...
그래서 오빤ㅡ 마음이 무거웠던 거란다.
오빠가 보내 준 공지영님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는 책 읽어보았니?
네게 정말 하고픈 말... 진정 바라는 거... 딱 그것뿐이야...
네가 웃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거ㅡ
누가 뭐래도, 아무리 힘들어도, 설령 네 뜻대로 되는 게 하나 없어도...
꿋꿋하게 웃으며, 오늘 하루에 감사하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길 바랄 뿐이야ㅡ
하지만 그마저도 네게 강요하고 싶지 않고... 재촉하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멀찌감치 떨어져 말없이ㅡ 널 믿고 바라보고 있는 거야~
어쨌든 네 인생은 네가 일궈가야 하는 것이기에...
결국은 네 선택이 네 인생을 좌우할 것이기에...
그러니까 은정아...
네 선택을 굳이 오빠에게 설득하려 하지말구~ 그냥 네가 정말 하고픈 대로 해보렴!
오빤 언제나 네 선택을 존중하고 네 편에서 응원할 테니까!!!
이제 겨우 스물한 살.
뭐든 할 수 있는ㅡ 무엇이든 될 수 있는ㅡ 나이잖아!
"중요한 건 쓰러지냐 마느냐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느냐 아니냐다"
빈스 롬바르디가 했던 말이야...
괜찮아~ 넘어져도 괜찮다구~!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그러니까 밝게 웃고, 열심히 잘해봐!!!
이렇게 오빠가 믿고 있잖아~ 널 위해 기도하고 있잖아~ 아직 얼마든지 기회가 있잖아~!?
우리를 죽이지 못할 고통은 결국 우릴 더 강하게 할 뿐이란다~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더 힘내보자~! 알았지?
그럼, 한 달 뒤에 꼭 웃는 모습으로 보자 꾸나~!!! 파이팅~!
P.S.
참, 너 그림 그리잖아... 그럼 이거 한번 해보는 건 어때?
오빠는 잘 모르겠따만, 그림 그리는데도 나름대로 단계와 순서가 있지 않겠어???
네가 아는 그 순서들을 종이에 간단히 쭉 적어봐~
그리고 그것에 네 삶을 하나하나 빗대어보는 거야...
지금 넌 어디까지 와있는지...?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생각을 하며 다음을 준비해야할지...?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과연 네가 진정 꿈꾸는 그림은 무슨 그림인지...? 어떤 색과 모양들로 채우고 싶은지...?
뭐, 그림에 대해선 네가 더 잘 알겠지^^?
그렇게 네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에 네 인생을 비춰보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
혹시 또 알아~? 의도치 않게, 뭔가가 나올지도~ㅎㅎㅎ
뭐~ 하기 싫음 말구^^
이제 방디자인 다시 바꿀꺼야. 광주갔다와서~
방학동안엔 예지랑 같이 있기로 했어.. 내 자취방에서..
예지가 나 공부하는 거 도와준다고 했어..
영어는 모르겠지만, 그림공부는..나보다 훨 월등하니깐..^^
그래서 아크릴 공부 좀 해보려고...
영어 공부도 할꺼구..
이제 다시 내 정신으로 돌아와야지..
너무 머리 속이 복잡해서 오빠 뿐만 아니라
내가 너무 주변사람들을 힘들 게 했나봐.
친한 친구 한 명이 나에게 며칠 전 그런 말을 하더라구
난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최대한 피해 안되는 쪽을 택해 걸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
내가 기분 안 좋은 날이면 친구들이 다 내 눈치를 본다고..
난 기분 안 좋은 날엔 그냥 내버려 두면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을꺼야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말했는데, 기분 안좋은 날엔 피해 있어야 했었나봐.
내 주변에 오로라가 퍼진데...안좋은날엔..ㅜㅜ
어찌하여 이런 상태까지 왔는지 모르겟어
자꾸만 학교를 가지 않게 되어 교수님껜 거짓말 , 아니 양치기 소녀가 되어버렸어.
그래서 더욱 내가 휴학을 하고 싶었떤 거야.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져서 어느 누구도 탓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힘들었고,
왜 잠이라는 악마가 나를 그렇게 괴롭히는지도 모르겠고,
이상태로 2학기를 맞이하면 이건 더욱 더 힘들 것 같아서.
교수님 볼 면복도 없고, 그래도 교수님들은 날 믿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자꾸만 나에게 요즘 왜그러냐고 그러시는 거 같은데,
나도 그러기 싫은데 자꾸만 어긋나 가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
제 정신으로 돌아와서 어떤 일을 하든 완벽하게 끝내줄 알고,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갖고 싶어,
내가 막 술을 마시고 돌아댕기는 것도 아닌데 저녁에 자꾸만 잠이 안와서 억지로라도 잘라고 해도 잠이 안와.
낮과 밤이 바껴 새벽 5~6시에 한 두시간만 자고 학교가야지 하는 생각이
무의식적인 꿈 상태에선 알람소리도 못듣는 정신이 되어 있어.
나두 내가 싫고, 괜히 다른 사람들을 자꾸만 탓하게 되서 더 싫어.
다른 사람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 왜 저 친군 학교 나왔으면서 날 안깨웠나 하는 안좋은 생각만 갖게 되고,
어느 친구가 술마시러 가자 하면 거절하지 못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혼자인 건 외로워 사람들을 불러 놀면, 또 뒤늦은 후회를 해.
과제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고,.
정말 이번 학점은 f는 없겠지만 자체 평가론 f야.
전에 오빠가 그랬지. 부모님이 왜 나에게 신뢰를 하지 못하는 거 같냐고.
그건 결과물이 없어서라고...
나도 정말 느껴.. 그래서 이번 휴학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싶어.
나도 할 수 있다는 ... 정말.. 학교도 제대로 못간 녀석이, 과제도 제 때 못내는 녀석이 무얼 하겠냐는 말이 나오겠지.
하지만 핑계아닌 핑계를 내세우며 내 합리화를 시키자면, 그건 너무 여러가지가 나에게 해야될 과제로 주워지니 너무나 버거움이 먼저 몰려와
어느 한가지도 못했다고 말하고 싶어.
그런 합리화가 합당하게 하려면 그럼 한가지만 주어진다면 제대로 할 수 있겠냐? 라는 질문이 들어오겠지.
그래서 휴학을 하며 영어공부에 몰입하겠다는 거야.
솔직히 두려운 거 마찬가지야. 내 지금 토익 점수가 몇 점 인지도 모르고, 어느 수준인지도 모르지만, 밑인 건 확실할테니깐.
그래서 그것도 성공할 지 못할진 모르겠지만, 다른 어떤 것보다 난 영어는 이룰 수 있다는 것의 가능성에 퍼센트를 걸어주고 싶어.
이번엔 정말 날 믿고 공부해볼꺼야.
정말 어느 누구도 날 100% 지지 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 알아. 못지킬 약속은 안하는 만도 못한다는 소리가 귀에 맴도네.
그건 나 역시도 내 자신을 100% 지지 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 같아. 나에 대한 불신 때문에 모든 사람도 나에게 불신한다고 믿은거지
이제 사람들이 날 안믿어도 난 믿는다고 믿을래.. 그래야 힘안빠지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깐.
오늘 광주 내려가는 것을 끝으로 이제 광주 친구들을 만나지 않으려고 .. 내가 성공하는 날이 오기 전까진..
솔직히 전주에 있는 것도 불편해. 전주 아이들을 내가 부르던 친구들이 부르던 역마살의 유혹에서 내가 이기질 못할까봐서..
그래서 오빠가 서울을 이야기 했을 때 난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부모님이 그렇게 해준다면 말이야.
내가 유혹을 이기고 공부할 수 있게 컨드롤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부모님도, 친구들도 아닌 단 하나 오빠 뿐이니깐.
횡설수설하게 글을 써서 미안해.
그냥 하고 싶은 말들을 그냥 전화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쓴 거라 나도 모르겠어.
나도 내 생각이 정리가 아직은 정리가 되지 않기에..
금 토 일 월 까진 내가 자유롭게 노는 것에 오빠가 부정적으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