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30 11:1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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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깊숙히 아렸습니다. 오래도록 쌓아온 것들이 무너졌고, 일순간에 잃었습니다.
지금껏 삼십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면서, 여러 모습의 슬픔들을 훔쳐왔습니다.

때때로 아버지는 제게 그러셨습니다.
감히 그 짧은 삶으로부터 섣부른 고찰을 내뱉고 설익은 깨달음을 논하는 것
그 발상과 행동 자체가 경솔하고 건방진 것이라고, 그런 식의 말도 하지 말라고...

우리들의 삶이 긴 생애라고 생각하면, 그렇습니다. 맞습니다.
요즘 느끼는 감정들도 실로 어리석고 철없는 징징거림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훗날 지금을 돌이켜 본다면, 피식 웃으며 이때는 참으로 앳됐구나 싶을지도 모릅니다.

아버지, 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뼈저리게 알고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제게 주고자 하신 그 가르침을 일찍이 가슴 깊이 아주 분명하게 새겨두었습니다.
저라는 사람은 무릇 많은 면에서 결코 훌륭한 사람도 아니고,
감히 누군가를 깨닫게 하고 인도할 만큼의 지성과 덕을 가진 사람도 아님을 말입니다.
법륜 스님이 말씀하시듯, 길가에 핀 풀 한 포기 같은 존재에 불과함을 말입니다.
그리하여 그 이후부턴 그러한 권위를 탐하거나 쫓지 아니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그간 아버지께서 저와 함께 흘려주신 눈물 속에 비친 제 진심을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한 없이 높은 곳에 올라 멀리 내려다보는 삶이 아니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웃고 떠들며 더불어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마음에 품고 있음을 말입니다.

그냥... 잠시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너무 아파서 그렇습니다.
세상이 참으로 야속합니다. 아직 제가 철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참... 아픕니다 마음이...
새카만 늪에 푹 빠져 깊이깊이 잠겨가는 스스로를 붙잡아 오늘에서야 겨우 일으켜 세웠습니다.

늘 그러했듯이, 잘 아시다시피,
저는 어려운 일이 생길 때면 더 더욱 냉철해지고자 애썼고
묵묵히 눈앞의 상황을 풀어가는 것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그것은 객관적으로 많은 면에서 부족한 처신이었고 노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와 돌이켜 보면,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설령 겉보기에 더 볼품없는 삶이라 할지라도 이젠 분명 하나가 되어있습니다.
그 시절에는 불신과 불만과 서로에 대한 오해가 만연했다면,
지금은 우린 서로를 믿고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를 위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세상의 모든 일들은 그 마음의 배경이 되었을 뿐입니다.
우린 이제 돼지갈비를 뜯지 아니하여도, 고구마순 줄기를 벗겨내며 웃고 떠들 수 있습니다.
정말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은 그런 것이었지만 바쁘게 정신없이 헐떡이며 삶을 이어가던 그 시절
우린 함께하는 그 가치와 소중함을 모르거나 또는 잊고 살아 결국 아팠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아픔을 어루만짐에 있어 저는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그 아픔의 본질에 더 집중했었구나 싶습니다.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을 고민하였던 거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서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결코 제가 그 아픔을 해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모두가 이를 위해 스스로의 살을 도려내는 고통을 참고 인내하며, 지금을 맞이하였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여 마음을 다하였을 뿐입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이러한 생각을 제게 일으켜주심에, 그리고 마음을 함께하여주심에...

배우고 또 배웁니다. 여전히 부족한 스스로를 발견하고 채워갑니다.

아직 저의 생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이 생각은 끝나지 않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그 모든 이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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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헤는 밤 - 윤동주(尹東柱 1917∼1945)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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