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르라미
서호건
오늘 아침 내린 커피 어느새
차가웁게 식어 있네
바로 막 내려 따땃하게 마실 땐,
그윽한 향기에 오묘한 맛이던 게
내 굳은 표정 녹이던 그 온기
잃고 나니 이젠 쌔카만 한약이네
문득... 지난 가을 가로수 길
쓰르라미 떨어지는 낙엽 뒤로
흐려지는 그 뒷모습 아른거려
쓰디쓴 약 몸에도 좋다더니
이 아련함 언제쯤 아물려나
지나고 나면 좋아질 거라더니
지독하게 쓰라려도 지난 겨울
한번 더 달여 먹을 걸 그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