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누구 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까? 물론 내가 이런 것을 논하기엔 아직 경험이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 순수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판단할 수 있으리 라고도 생각한다. 사장님부터 가장 말단직원까지 모든 이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왔다. 옛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중고등학교 다닐 때도 나는 전교 1등과 더불어 항상 전교 꼴등과도 친했다. 뭐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냈던 거 같다. 지금 인턴십을 하는 곳에서도 정말 본의 아니게 그렇게 어울리게 되었다. ‘새파란 어린 놈의 시키’라서 귀엽게 봐주셨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만, 아무튼~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고…
그렇게 맨 위의 입장과 중간, 그리고 가장 밑바닥에서 힘겨워하는 이들의 입장을 다 듣고 있자니… 그리고 내가 진짜 일을 시작하며 경영쇄신을 이루고자 한다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느 장단에 맞춰 더 리드미컬하게 이끌어줘야 할지를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더 상위 계층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은 생각과 더 많은 회사에 대한 애정이 있음은 분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Owner가 참 힘든 거구나 하는 걸 느꼈다. 상당히 난처한 입장일 수 밖에 없을 거 같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회사구조는 수평지향성에 기반한 것이다. 리더가 구심점이 되어서 그 주변으로 모든 이들의 역량이 집약되어 하나의 결정을 형성하는 그런 구조다. 일종의 물과 같은 거지. 표면장력이란 원초적 힘에 의해 구속 받고 지배당하지만, 그 자체의 내적 형태는 상당히 유연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뭐 그런 거...
그런데 항상 내가 이러한 구조를 생각하며, 그런 구조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자들....
물 분자들은 하나같이 그 구속조건을 따르고 그 각자가 완벽하니까 그럴 수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 비눗물 한 방울만 들어가도 그 표면장력은 흐트러지고 만다. 현실엔…?
그런 비눗 방울이 너무나 많다. 왜 대기업에 인사과가 따로 있겠는가?
왜 삼성이 인사기용에 자체 시험을 거치게 하는가?
그만큼 걸러내서 인재기용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왜냐? 그게 바로 이상적인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은 좋은 환경이나 막대한 자본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리더와 좋은 사원들 그 자체다. 설령 그들이 쌩판 다른 일을 시작하더라도, 그들은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
무엇을 하는 지보단 어떤 마음으로 어떤 자세로 하는가가 중요한 거니까…
구글은 회사가 놀이터처럼 자유롭다. 그 놀이터에서 직원들은 일을 한다. 어느 누구도 놀지 않는다. 물론 논다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이 진짜 놀아서 논다는 게 아니라, 일을 노는 것처럼 즐기며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단한 거지…? 누구나 그럴 수 있을까? 일을 즐기면서 할 줄 아는 거…? 전혀… 구글에 들어가는 이들은 그들에겐 자유를 주었을 때, 그 자유를 온전히 회사발전을 위해서 쏟아부을 수 있는 그럴 줄 아는 소중한 인재들이다. 최고의 인재들이다. 그런 인재들만 기용한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인사구조도 그러하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큼 큰 회사에서나 가능한 것이고…
우린… 나는… 현실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 단순히 그런 식으로 직원들의 복지를 챙겨주려다 보면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고, 반대로 지나친 업무 부담은 노사갈등을 야기한다. 음… 누구의 입장도 더 중시하기 어렵구나.
나도 우리 회사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라는 마음으로 출근하길 바란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건 아까도 말했다시피, 환경이 아니라 직원들의 마인드다. 아무리 좋은 설비와 공간을 갖춰도 과연 그만한 대우를 해줄 만한가 하는 Cost – Benefit 관계를 고려해볼 수밖에 없다. 그럴 때 Cost > Benefit 의 결론이 난다면, 어떤 오너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의 환경과 복지의 차이는 바로 그러한 직원들에 대한 신뢰와 가치에서 비롯된다.
쉽게 말해서, 대기업에 들어갈만한 능력을 갖춘 사람은 자유로운 근무조건에서도 얼마든지 성실하게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의욕적인 사람이다. 그 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그만큼 공부를 했을 것이고, 부단히 도전하고 시험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경험해 왔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다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단적으로 해석해볼 때 그렇다.
반면에 중소기업(특히 사람은 필요한데 괜찮은 사람이 없어서, 구인광고를 내야 하는 입장)의 경우엔 들어오는 사람이 회사 보다 한 수 위의 입장이다. 자신은 다른 곳에서도 일을 할 수 있고,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는 마인드. 어차피 여기 오래 있을 것도 아니라는 생각. 당연히 주인의식이 결여되기 쉬운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모든 근무 상 편의를 제공한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 되기 십상이다. 물론 이것도 다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사람의 마인드라는 게 단순히 그 사람의 경력으로만 판단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인사과라는 전문적인 부서가 따로 있는 것이고, 사람을 기용함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릴 수 있기 때문에…
허나 내가 생각했을 때 진정 유능하고 참신한 인재라면,
회사가 자신의 편의를 안 봐주는 것 자체에 불만을 갖고 ‘이게 맘에 안든다. 다른 회사는 이렇게 하던데~’ 하면서 불편한 감정만 토로하기 보다는, 과연 나 자신이 회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우리 회사가 보다 더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갖기 위해 어떠한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한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현실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할 지 그 방법론을 제시하고 몸소 보여줄 것이다. 그런 태도라면 어떤 오너가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겠는가?
오너를 무시하고, 오너가 자신들을 이용하기만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결코 오너에게서 인정 받을 수 없다. 오너는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미 그보다 훨씬 힘든 시기를 더 괴로운 시기를 겪고 딛고 일어선 이들이다. 그곳에서 직원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다 안다. 무슨 생각으로 일을 하는지, 어떤 마음일지 훤히 보인다. 일처리 하나하나 행동 하나하나에서 사람됨됨이와 회사에 대한 애정을 또렷하게 파악한다.
진정 회사를 위해 열정적으로 일을 한다면, 자신이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오너도 그 직원이 보다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어련히 아낌없는 배려와 충분한 대우를 해줄 것이다.
자신의 가치는 자기 자신이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남들에게 알아 달다고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치란 본래 상대적 수요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고,
회사에서 직원의 가치 역시 그 직원이 행한 모습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뭔가를 더 얻으려 하기 보다,
무엇을 더 해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
회사가 내가 원하는대로 바뀌길 바라기 보다,
내가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되고자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진정 회사를 아낄 줄 아는ㅡ
참된 사원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뭐든지 인간사라는 게…
감동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회사를 감동시켜라! 고객을 감동시켜라! 남을 감동시켜라!
그럼 자연히 나 자신도 행복해지리라.
뭐 그런 거 아니겠어? 말은 참 쉽다.ㅋ
네가 이 글을 읽을지는 모르겠다만...
승현아, 요즘 내가 좀 까칠하게 군거... 냉정하게 쓴소리만 해댄 거... 미안하다.
너 힘든 거 뻔히 다 아는데, 충분히 이해는 하고 있는데...
아무튼 네 이야기를 좀 더 진지하게 들어줬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거, 이런 때 큰 힘이 못 되어줘서 미안하다.
그저께는 저녁에 일하다가 전화가 와서
누가 건건지 확인도 안하고 일단 급하니까 받는다고 받았는데,
"여보세요? 누구시죠?" 이랬다가...
상대가 "예? 저기 서호건씨 핸드폰 맞죠?"해서...
"예, 그런데 실례지만 누구신지...?"
"예? 아... 제가 누구신지 모르시겠어요?"
"아... 예, 죄송한데 모르겠는데요. 누구시죠?"
"제 목소리도 기억 못 하시나보네요?"
"죄송해요."
"아뇨, 됐어요. 절 모르시겠다는데 더 이상 통화하고 싶지가 않네요. 들어가세요."
뚜뚜뚜...
나도 뭔가 했다. 그래 놓고, 그냥 나도 '뭐야 이거...'하고 다시 일하고...
나중에 퇴근할 때, 핸폰 보니까...
최근 발신자에 [0여동생님] 이렇게 떠있더라, 은정이였던 거지ㅡㅡ;;
그때서 부랴부랴 전화해서 상황 설명했는데도,
삐쳐가지고 오빠란 사람이 동생 목소리도 모르고 뭐 어쩌고 저쩌고...
나도 뭐라 할말이 없고... 그때 그냥 발신자 번호 뜬 거 한번 봤었으면 되었을 것을...
내가 요즘 그러고 산다.
9월말에 만나자고 한 거, 내가 확실하게 답을 못 해줬는데...
다음주 화요일에 광주가면 그날 아버지랑 이야기 해봐야, 9월말 이후로의 향방이 결정 나거든...
지금은 조금 어정쩡한 상황인거지, 그래서 그랬던 거야... 서운하게 생각지 말아줘.
암튼 여러가지로 이런 시기에 많이 챙겨주지 못 하는 거,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도 이런 못난 친구... 부디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래 줄 거라 믿는다. 기운내라! 백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