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
2015.05.02 09:24

좋은 것

(*.104.48.48) 조회 수 15017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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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짱 낀 커플 머그컵 봄이 저물어 간다
시리던 옆구리들 사이로
꽃들이 만발하던 캠퍼스에
이제 하나 둘 서로 팔짱을 끼고서
알콩달콩 애틋한 눈빛 주고 받으며
도담도담 키워가는 설렘 모락모락 피어나네~

보기 좋다~ 마냥 기분 좋게 하는 풍경이다~

아주 가끔 그 팔짱 스마트폰 쳐다보고 걷다 부딪힌 척하며 
툭 하고 끊어버리고 싶은 마음 불쑥불쑥 올라오지만
저 모습이 또 나의 내일이 될 수도 있기에 흐뭇하게 봐줘야지^^

팔짱끼고 다니는 것이 그렇게 부럽냐고? 노노노~
전혀~ 난 그런 걸 부러워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보고 부러워 하는 건...
마치... 고양이가 생선을 보고서 신나서 냠냠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걸 보고 부럽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생선은 고양이에게 좋은 것일 뿐, 결코 나에게도 좋은 건 아니니까
고양이가 좋아서 신나있는 그 모습이 좋아보일 뿐인 거다.

즉, 팔짱끼고 다닐 수 있는 그 자체가 부러운 게 아니란 거다.
그래도 굳이 그 안에서 부러운 욕심을 끄집어 내보자면,
팔짱을 끼고파 하는 둘 사이의 그 마음ㅡ
서로가 가까워지길 원하는 그 끌어당김ㅡ 
뭐 그런 게 탐이 난다고는 할 수 있을 거 같긴 하다~

헌데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하나 있다.
내 옆구리에 미스 코리아. 아니, 미스 유니버스를 세워놓고
나와 팔짱을 끼도록 하면 그럼 난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낄까?

물론 지나가는 공대생 10 명 중에 8 명은
"당연하지~ 그럴 수만 있으면 대박이지~"라고 답할 것이다. 그들은 썸녀든 여친이든 여튼 여자가 없으니까~
1명은 "그러고 싶긴한데... 여친에게 걸리면 죽어요"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0.999 명은 "저는... 미스 말고... 미스터로 바꿔주세요."라고 답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0.001 명에 해당하는 나 같은 남자는...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저보다는 저기 멍때리고 있는 남자분이 더 좋아할 거 같아요."라고 말할 거다.

아무리 대단하고,
아무리 화려하고,
아무리 아름답고,
아무리 섹시해도,
'마네킹'과 팔짱 끼고 걷고 싶은 마음ㅡ 나는 눈꼽만큼도 없다. 생각만해도 소름끼친다. 
진짜 그러기엔 내 시간이 아깝다.

나에게 좋은 것이란 그런 게 아니다.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음식
좋은 친구
좋은 선생
좋은 부모
좋은 여자

이렇게 수 많은 명사들 앞에 '좋은'이라는 형용사가 붙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라고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딱 한마디로... "자연스러움"이라고 말하련다.

좋은 옷은 원래 내 살결처럼 나의 어떤 손짓 발짓에도 어색하지 않다. 온종일 입고 있어도 입은 줄도 모르게 자연스럽다.

좋은 차는 내 발걸음 마냥 치고 나갈 때 나가고 멈출 때 제때 멈추고, 그 안에 있는 나는 늘 안전하다.
마치 내 몸집이 좀 더 커지고 빨라진 것 마냥 내 뜻대로 움직이고, 차의 진동이며 소음까지도 딱 느끼고픈 정도로 적당하다.

좋은 집은 역시 말이 필요 없다. 그 어느... 세계 7성급 호텔보다... 더 포근하다. 울집 내 침대가...
뭐 특별한 것 암것도 없어도 그냥 그 침대에 드러누우면 세상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들 수 있다.

좋은 음식은 뭐니뭐니 해도 나만을 위해 차려진 음식이지... 모두를 위한 음식말고 내가 먹을 것을 생각하며 만들어진 음식.
그 음식보다 더 내 입맛과 건강에 좋은 음식이 세상에 어딨겠는가?
어머니 손맛, 동생의 요리, 여자친구 정성, 아내의 사랑이 담긴 요리 이런 것을 능가하는 맛이 세상에 또 있을까?

좋은 친구란 나의 이성과도 같은 존재다. 나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 또 나를 누구보다 잘 비판할 수 있는 존재.
그 안에서 내가 나 자신에게 특별히 얻거나 줄 것이 없듯ㅡ
그렇게 서로에게 뭘 주고 받을 것이 특별히 없는데 늘 보이지 않게 소리없이 주고 받고 있는 존재... 나의 또 다른 살아있는 분신들이지...

좋은 선생이랑 내가 보고 싶어할 곳을 넌지시 소개해주는 가이드라고 생각한다.
내가 좋아할 법한, 내가 가고 싶어할, 내가 내 삶을 바쳐 충분히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풍경 사진을
적절한 타이밍에 슬쩍슬쩍 보여주시는 분들이지~

좋은 부모는 내가 결혼하면 그렇게 가정을 일구고 싶겠끔...
'나도 결혼해서 지금의 우리집처럼 오손도손 화목하게 가족들과 부대끼며 살고 싶다.'는
그런 마음이 생기게끔 하는 가족의 소중함과 행복을 몸소 깨닫게 해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좋은 여자... 잠시만 같이 있어도 좋고, 하루 종일 같이 있어도 좋고, 평생 같이 있어도 좋을 거 같은 그런 여자!?
무슨 얘기든, 무슨 생각이든, 무슨 행동이든ㅡ 내가 나다울 수 있고, 그녀가 그녀다울 수 있는 모습들이
서로에게 마치 젓가락과 숟가락, 치약과 칫솔, 빗자루와 쓰레받기처럼
서로 착착 잘 맞물릴 수 잇는 그런 관계가 잘 어울리는 것이고,
이토록 소중한 우리의 삶을 다른 그 누구와 함께 하는 것보다
그 사람과 공유할 때 가장 편안하고 자연스러워야 하지 않을까?

그러니까 내가 부러워하는 건ㅡ
다시금 얘기하지만, 내 옆구리를 채워줄 그 누군가가 아니다.

그냥... 빤히 바라보다...
내 손에 쥔 사탕 하나 건내면, 해맑게 웃으면서 "고맙다." 말하는
그 작은 사탕 하나에 담긴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고
거기서 샘솟는 행복이 내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머시기... 거시기란 거다...

좋은 거란 바로 그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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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geony 2015.10.28 19:42 (*.104.48.48)
    잘 맞는다는 것은 조합이 좋다는 것이지... 서로 똑같다는 것이 결코 아님을 기억하자.
    쓰레받기와 빗자루, 숟가락과 젓가락이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것은...
    서로 똑같아서가 아니라, 서로 현저하게 다르지만 둘이 모였을 때,
    함께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방향과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서로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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