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몽
서호건
봄이 와서 그랬나
책을 읽다 나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어
따사로운 햇살에
향기로운 꽃내음에
취할대로 취했는지
내가...
널 만났지 뭐야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지, 그치?
그래~ 진짜 말도 안되는 일이야
그래서 지금 이게 꿈이구나 하고
금새 알아챘지
헌데 꿈 치고는 겁이 날 정도로 너무 생생한 거야
네 눈 코 입
그 가녀린 손 마디마디까지
다 모두 다 하나 같이
딱 그대로더라
내가 널 처음 본 그때처럼
꿈인 줄 아니까
그래서 겁없이
널 안았어
꿈이니까 씨발
꿈이니까
어차피 꿈이니까
근데 정말 무서웠다
네 품이 너무
따뜻한 거야
싫었어 미웠어
내가 한없이 녹아내릴 만큼
네가 너무나 뜨거운 거야 내게
조금만...
조금만 더 안고서
그렇게 있고 싶었다
꿈인 줄 아니까
꿈이 아니길 바랐어
깰 거란 걸 아니까
차라리 죽길 원했어
그냥 이대로 영원히
널 품에 안고 잠들고 싶었다
젠장... 누구야! 누군데! 대체 뭔데!
왜 하필 이 시간에 전화질이야!
씨발 이젠 기억도 안 나네
내가 널
잠시 안았던 건지
안고 싶었던 건지
뭐가 진짜고 뭐가 꿈인지
여보세요. 누구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