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사실 꽃이 아니다 - 서호건 그가 나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나는 그에게로 가서 꽃이 되었다. 그 역시 그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그의 이름을 내가 불러주길 바랐다. 나에게로 와서 그도 나의 꽃이 되고파 했다. 허나 그는 나의 이름을 알았지만 정작 나는 그의 ...
올리브 나무 - 서호건 맑은 공기, 깨끗한 물 그리고 적당한 온도 씨앗이 손꼽아 기다리는 세 가지 보통 몇 년 때론 몇 백 년 진짜 가끔 몇 천 년 묵묵히 때를 기다린데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한 그루 나무가 되기 위해 수줍게 싹을 틔우기까지 모든 것이 옳은 그날을...
쓰르라미 서호건 오늘 아침 내린 커피 어느새 차가웁게 식어 있네 바로 막 내려 따땃하게 마실 땐, 그윽한 향기에 오묘한 맛이던 게 내 굳은 표정 녹이던 그 온기 잃고 나니 이젠 쌔카만 한약이네 문득... 지난 가을 가로수 길 쓰르라미 떨어지는 낙엽 뒤로 흐려지는 그 ...
우린 사랑일까? - 서호건 연애는 사랑과 달라 연애는 사랑보다 훨씬 더 어려워 사랑은 혼자라도 마음껏 하고픈대로 할 수 있지 사랑은 끝내고 싶을 때 당장이라도 내던져버릴 수 있어 헌데, 연애는 달라... 연애는 나 혼자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만남과 헤어짐 마저도,...
At this very moment - 서호건 저 하늘 저 구름 지금 이 순간 내 두 눈으로 볼 확률 얼마? 구름의 세월 수억 년 중 저 자릴 스치는 시간 5초 내 짧은 삶 수십 년 중 그 아랠 지나는 시간 5초 돈 버는 족족 로또만 사서 처자식 대대손손 긁어대면 언젠간 당첨될 수도 있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