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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5 07:49

Bertrand Russ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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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2.5.18 '20세기의 지성'버트런드 러셀 태어나다

20세기의 지식인 가운데 가장 영향력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한 인물을 손꼽으라면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을 빼놓을 수 없다. 보수적인 영국 귀족집안 출신의 자제인 그는 수학자로서 순수학문에 열정을 보여주었고, 철학, 과학, 사회학, 교육, 정치, 예술과 종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저작활동으로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여성의 성해방 운동과 평화주의자로서 전쟁에 반대하다가 옥중 생활까지 했다.
이러한 그의 정치적 인생을 ‘다양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언어의 한계가 안타깝다. 다양함은 자칫 경박과 가벼움을 품고 있는 단어이기에 그렇다. 그는 ‘진실’ 된 사람이다. 특히 그의 인생은 20세기의 지성을 다루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고 유익하고 교훈적이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은 그가 남긴 잠언 중에 하나인 “거짓과 더불어 제정신으로 사느니, 진실과 더불어 미치는 쪽을 택하고 싶다”라는 말로 잘 나타난다.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

1950년 노벨상 시상식에서의 러셀(오른쪽)
러셀은 <권위와 개인>이라는 저서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진실을 시대의 진실과 융합시키고자 책을 쓰고 몸소 행동하는 인간이었다. 이런 진실된 인간의 탄생은 영국이라는 제국주의 나라,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가 수상을 두 번씩이나 역임한 귀족 집안 출신이어서 더욱 빛나는 것이었다. 러셀은 평범하거나 비참한 상황에서 저항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진실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권위와 사회제도에 억압당하고 있을 때 그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박차고 나와 저항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 예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단호하게 여성의 참정권을 반대할 때, 러셀은 왕실에서 하사 받은 대저택에서 살고 있었지만 가장 강력하게 여성해방 운동의 선두에 섰다. 이 일로 귀족들과 반대자들로부터 '탄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잠시 내려놓고 벌거숭이가 되어 진실과 더불어 행동했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를 이렇게 회고한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1872년 오늘, 영국의 웨일스에서 출생한 그는 초대 러셀 백작이자 영국 수상을 두 차례 역임한 존 러셀 경의 손자이다. 어린 시절 양친을 잃은 러셀은 조부모의 보살핌 아래서 성장했는데, 이 유년기가 그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다. 어린 시절 그는 고독한 소년이었다. “어린 시절을 통틀어 내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시간은 정원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었으며 따라서 내 존재의 가장 강렬한 부분은 항상 고독했다.”

 

그리고 그 고독 속에서 뭔가를 배우고 싶어 하는 소년이었다. “삿갓조개, 말미잘, 바위, 모래, 고깃배, 그리고 등대. 삿갓조개를 잡아당기면 바위에 착 달라붙는다는 사실이 내게는 무척 인상 깊었으므로 애거서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줌마, 삿갓조개들도 생각을 해요?” 그녀의 대답은 “모른다”였다. “그럼 배워야지요.” 내가 응수했다.”

 

철학자의 탄생을 예감케 하는 일화다. 이 배우고 싶은 소년 러셀은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수학과 도덕, 과학을 공부한다. 특히 수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해서 1903년 서른 살에 자신의 최초의 저작인 <수학의 원리>를 출간했고, 1918년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는 이유로 6개월간의 징역형을 산다.

 

감옥에서 그는 귀족집안 출신답게 비교적 자유롭게 집필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수리학 개론>과 <정신의 분석>을 집필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서양 철학사>는 1945년과 1950년 사이에 쓴 걸작이다. 그는 98세까지 장수 하면서 지칠 줄 모르는 열정으로 다양한 분야에 40여 권의 저서를 남긴 저술가이기도 하다.


어린시절 러셀은 뭔가를 배우고 싶어하는 소년이었다.

  

 

"인간의 영혼은 모두 고독하다" - 러셀의 신비한 경험

그는 당대의 지성답게 수많은 거물들과 교류하였다. 천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영국의 계관시인 엘리엇과 같은 뛰어난 제자들, 화이트헤드와 같은 선배이자 친구와 더불어 수많은 당대의 인물들이 그와 교류를 나누었다. 그 중에서도 각별한 사이었던 <수학원리>를 같이 저술한 화이트헤드와의 만남이 있었다. 화이트헤드의 부인이 병상에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러셀은 신비한 경험을 한다. 누구나 인생의 결정적인 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다. 이 경험으로 러셀은 평생의 신념인 평화주의자로 변신해 버렸다.

 

“그녀는 고통 때문에 모든 사람과 모든 것으로부터 차단된 듯 보였는데 바로 그때, 인간의 영혼은 모두 고독하다는 느낌이 느닷없이 나를 사로잡았다. (……) 갑자기 발 밑에서 땅이 무너지는가 싶더니 완전히 다른 영역에 들어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5분의 시간에 나를 스친 생각은 이러했다. 인간 영혼의 외로움은 견디기 힘들다. 종교적 스승들이 설파한 것과 같은 지고의 강렬한 사랑 외에는 어떤 것도 그 외로움을 간파할 수 없다. 이 동기에서 나오지 않는 것들은 모두 해로우며 잘해본들 무용하다. 따라서 전쟁은 잘못된 것이고, 사립학교 교육은 옳지 않으며, 폭력에는 반대해야 한다.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각 개인이 가진 외로움의 응어리 속으로 파고 들어가 호소해야 한다.”


러셀은 영국의 백작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자, 좌파, 회의적 무신론자로 자처하면서 학문의 바다에서 빠져나와 정치적인 활동과 대중 계몽, 교육에 힘을 쏟았다. 반전운동, 핵무장 반대운동에서부터 쿠바 위기와 중국-인도 국경분쟁에도 적극 개입하였다. 그리고 산업사회에서 인간의 노동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 확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핵무기 반대 시위에 나선 89세의 러셀(왼쪽)과 그의 아내.
러셀은 사회운동가의 모습으로 폭력과 분쟁 해결에 앞장섰고, 인간의 자유와 주체성 회복을 호소했다.

 

 

그는 보수적인 귀족 사회에서 사랑에 대한 열정으로 평생 세 번의 결혼과 또 다른 여인들과도 사랑을 나누었다. 자서전을 보면 러셀이라는 한 인간이 얼마나 순수하게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놀랄 지경이다. 성적인 호기심에 눈을 떠 사춘기 시절에 자위를 하던 때의 심경, 아내와 여인들과의 사랑, 애증에 대한 솔직한 묘사에는 인간의 욕정과 사랑의 경계선상에서 사랑을 품고 나아가는 한 사내의 진정성이 온전히 녹아 있었다. 또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그의 태도가 돋보인다.


러셀이 남긴 철학자로서의 업적 중에 하나인 <서양 철학사>라는 책의 제목도 중요하다. 서양 철학자들은 서양 철학사라고 하지 않는다. ‘서양’이라는 단어 대신에 ‘세계 철학사’ 내지는 ‘철학사’라고 명시함으로서 서양 중심의 사고방식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하지만 러셀은 동양의 거대한 정신 세계를 인식하고 <서양 철학사>를 저술했다. 시와 소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서양 철학사에서 영국의 시인 바이런에 독립된 장을 할애했고 칸트나 데카르트와 같은 철학자들과 동등하게 다루었다.

 

 

"이제, 잠들게 된다면 아무 미련없이 편히 자련다"

이제 늙어 종말에 가까워서야 
비로서 그대를 알게 되었노라
그대를 알게 되면서
나는 희열과 평온을 모두 찾았고
안식도 알게 되었노라
그토록 오랜 외로움의 세월 끝에
나는 인생과 사랑이 어떤 것인지 아노라
이제, 잠들게 된다면
아무 미련없이 편히 자련다.

 

그의 자서전 맨 앞에 있는 이 시는 98세의 나이로 자신이 태어난 웨일스에서 잠든 러셀의 묘비명처럼 읽힌다. 바람과 구름과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자리에 떠오른 무지개 같은 한 인간의 일생은 어린시절 그가 바닷가에서 삿갓조개를 보고 배우고 싶다는 호기심처럼 매우 단순한 출발이었다.

 

 

필자가 추천하는 덧붙여 읽으면 좋은 책

러셀의 방대한 저작물 중에서 무엇을 골라 읽을 것인가는 의외로 어렵지 않다. 자서전과 <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 이 두 권의 책을 먼저 읽고 나머지 책으로 들어간다면 좋을 것이다. <러셀 자서전>(송은경 역/사회평론)은 노벨 문학상 수상자답게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과 수학, 철학, 과학, 사회운동 등 어려운 문제를 쉽게 풀어쓴 책이다. 소설처럼 읽히는 재미와 유머, 인간들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녹아들어 러셀이라는 촛불을 빛나게 한다.

 

<나는 이렇게 철학을 하였다>(곽강제 역/ 서광사)는 러셀의 철학적 자서전이다. 러셀의 철학은 20세기의 분석철학이 다루는 온갖 주제에 걸쳐 진행되었는데, 논리철학과 수학철학으로 시작하여 인식론, 언어철학, 과학철학, 형이상학, 정신에 관한 철학, 윤리학 등 철학의 거의 전 분야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이런 철학적 물음들에 대한 러셀의 응답에 대한 책이다. 그리고 <게으름에 대한 찬양>(송은경 역/사회평론)을 권한다. 현대인들이 한번은 읽어 두면 좋을, 여가에 대한 러셀의 지혜로운 산문집이다.

 

 

 

 원재훈 / 시인, 소설가
글을 쓴 원재훈 1988년 시 '공룡시대'로 등단했으며 <낙타의 사랑>, <사랑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라하네>등의 시집과 <만남, 은어와 함께 보낸 하루>, <모닝커피>등의 소설, <네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그리던 내일이다.>, <나무들은 그리움의 간격으로 서 있다> 등의 산문집에 이르기까지 왕성한 집필을 통해 독자들과 만나고 있는 작가이다.

이미지 TOPIC / corbis

발행일  2009.05.18


#원문 :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contents_id=4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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