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이 안되어...
책상을 박차고 무작정 뛰어나갔다.
지갑도 휴대전화도 놓고, MP3하나 들고 기숙사 앞 청계천을 뛰기 시작했다.
작년 이맘 때 그는 눈물을 흘리며 동대문쪽으로 달렸다고 말했었다.
나는...
왠지 오늘 한없이 달릴 것 같아서, 여의도 쪽을 택했다.
달리다 지쳐 쓰러지고 싶었다.
가슴이 아프고 다리가 후들거려 넘어질 때까지 달려보고 싶었다.
달리는 동안 나는 내게 물었다.
왜 그러니...?
왜...?
진짜 원하는 게 뭐니...?
어떤 삶을 꿈꾸고 있니...?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지난 날의 나를 되돌아 보며,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삶을 가장 잘 소화해낼까...
물론 삶이 다 내뜻대로 될거란 기대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란 사람의 특성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삶을 지향하고 싶다.
쉼없이 한참을 달린거 같은데...
어느새 한강 건녀편에 63빌딩 보였다.
쓰러지지 않았다.
허벅지엔 뭉친 근육 때문에 통증이 있었지만, 걸을 만했다. 아니 여전히 뛸만했다.
심장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난 아직 젊고, 건강하고, 패기있고, 끈기있고, 열정이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숨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모든 번뇌는 잠시 잊혀졌다.
11시에 회의가 있어, 얼마 더 가지 않아 멈춰 섰다.
무작정달리고 싶었으나, 약속은 약속이니까... 나 하나 때문에 여럿이 피해를 보게할 수는 없으니까...
나는 다시 기숙사로 돌아왔다.
오늘 밤에도 별은 여전히 내게 빛을 비추고 있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가 오늘 널 바라볼 것을 믿었다는 듯이...
기억하라.
오늘의 별빛.
오늘 흘린 땀.
오늘 눈에 맺힌 슬픔.
나는 지금 나를 알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나를 배워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금 나를 이해해가고 있는 것이다.
난 나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난 나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행복을 주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