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도처유상수" 라는 말을 새삼스러 실감하게 되는 요즘.
어제 NGV 교육 이틀차 무사히 마쳤고, 오늘 마지막날이다.
여러가지로 다른 일정들도 있고 처리해야할 업무들도 있고 해서 다소 분주하지만,
이럴 때 일수록 나의 역량을 다시금 재확인하고 부족한 면에 대한 자각과 보완점을 궁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삼유하게~ 유쾌하고 유익하고 유용한 강의를 해보자!
그나저나 이제 입술 끝 갈라짐 좀 나앗으면 좋겠는데,
비타민도 잘 먹구 운동도 잘하고, 먹는 것도 골고루 먹는데... 이 주째 낫질 않네...
아참, 오늘 필사하는데... 마지막 줄을 쓸 때... 알았다.
시카고에서 사온 나의 수제 산업혁명 스타일 펜의 심이 다 되었다는 것을...
끝으로 오늘 날짜를 쓰고 나니, '자기는 할 일 다 했다' 말하듯 더 이상 펜이 안 나온다. 펜 심을 교체해야할 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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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다만, 그 고생 끝에 얻은 것이 무엇인지만 궁금해할 뿐이고... 그 결실만 평가할 뿐이다.
평가를 받고자 할 땐, 심사위원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많은 것을 했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 고생 끝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을 얻었는지...
누군가는 나보다 더 고생해서 그와 같은 것을 얻었을 수도 있고, 반대로 우연히 쉽게 그것을 얻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쉽게 얻었든 어렵게 얻었든 얻은 것에 가치를 유의미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나아가 그러한 가치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맞물려 시너지 효과가 있는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호이트 콜렉션 - 피천득 수필
'찰스 먼취가 지휘하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으시겠습니다' 하는 아나운서의 말을 들을 때면 심포니 홀을 생각하고, 연달아 보스턴 박물관을 연상한다.
근 1 년 동안 주말이면 나는 이 두 곳에 갔었다. 먼저 가는 곳은 박물관이었다.
유럽에서 사들인 그 수많은 명화들, 조각들, 루이 16세가 쓰던 가구들, 그러나 내가 먼저 가는 쪽은 그 반대편에 있는 작은 방이었다. 거기에는 그것들이 고요히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처음 그것들을 만났을 때, 나는 놀랐다.
수십년 전 내가 상해에 도착하던 날 청초하게 한복을 입은 젊은 여인이 걸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느낀 그 감격이었다.
3백년, 5백년, 7백년 전의 우리나라 흙으로 우리 선조가 만들어 놓은 비취색, 짙은 옥색, 백색의 그릇들, 일품인 상감포도당초문표형주전자를 위시하여 장방형에 네 발이 달린 연지수금향로, 화문매병, 윤화탁 등 수십 점이 한방에 진열되어 있다. 이 자기들은 고 호이트(Hoyt) 씨가 수집한 것들로, 하버드 대학 포그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었던 것을 그의 유언에 따라 보스턴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한다.
이것들 중에도 단아한 순청주전자 하나는 시녀들 속에 있는 공주와도 같았다. 맑고 찬 빛, 자혜로운 선, 그 난초같이 휘다가 사뿐 머문 입매! 나는 만져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될 수 없는 일이었다.
주말이 아니라도 불현듯 지하철을 타고 그것들을 보러 가는 때가 있었다. 내가 그곳을 떠나기 전날, 박물관 그 방을 찾아갔었다. 소환되지 않는 이 문화 사절들은 얼마나 나를 따라 고국에 오고 싶었을까?
미국도 동북방 7천 마일 이국에 그것들을 두고 온 지 십년, 그것들이 지금도 가끔 생각난다. 순결, 고아, 정적, 유원이 깃들어 있는 그 방 바로 옆방은 일본실이었다. 거기에는 '사무라이' 칼들이 수십 자루나 진열되어 있었다. 무서운 동화를 읽은 어린아이같이 나는 자다 깨어 불안을 느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