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3 10:51

짝퉁 말고 진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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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와 골드스캔들(장현도)를 다 읽었다.

책을 이것저것 동시다발적으로 읽다보니, 먼저 읽었다고 먼저 마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책을 완독한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삶의 지향점이 내가 바라는 곳을 향해 조금씩 틀어지고 있다.


많은 풍경을 보고,

많은 음악을 듣고,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음식을 맛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것들을 어루만지지만,


많은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게 무엇이었는지 어떠했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참으로 드물더라...

그만큼 우린 맹목적으로 허상을 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회의가 2007년 사람을 시작으로 책과 글, 최근에는 음악에까지 미쳤다.


많은 경험보다, 하나라도 제대로 된 경험.

남 보기 좋은 떡 말고, 내가 먹을 떡을 찌자.


IMG_20151203_102634.936.jpg


너무 많다 - 피천득


내 책상 위에는 결혼 청장, 환갑 초대장, 그리고 불안해 하면서도 아직 답장 못한 편지들이 있다. 나는 힘에 겹게 친교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칵테일 파티에서 안면이 좀 있는 사람이 옆에 서 있는 여자를 나에게 소개한다.


"미스..." 하고 머뭇거리면, 그 여자는 눈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인사를 하면서 "김이에요" 하고 웃는다. 그리고 그 여자는 나하고 조금 이야기하다가 다른 사람을 아는 체하러 가버린다. 나는 뉴욕 미술관에서 수백이 넘는 그림을 하루에 본 일이 있다. 그런데 지금 회상할 수 있는 그림은 하나도 없다. 그중에 몇폭만을 오래오래 감상하였더라면 그것들은 내 기억 속에 귀한 재산으로 남았을 것을 애석한 일이다.


이 세상에는 책이 너무 많다. 학문을 하는 사람에게는 전문 분야의 책만 해도 바로 억압을 느낄 지경이요, 참고 문헌만 보아도 곧 숨이 막힐 것 같다. 수많은 명저, 거기다가 다달이 쏟아져 나오는 시시한 책들, 그리고 잡지와 신문이 홍수같이 밀려온다. 책들의 이름과 저자를 많이 아는 것만을 뽐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문과 학생들에게 고전만 읽으라고 일러준다. 그러나 그 고전이 너무 많다. 이대로 내려가면 고전에 파묻힐 것이다. 영문학사를 강의하다가 내가 읽지 못한 책들을 읽은 듯이 이야기할 때는 무슨 죄를 짓는 것 같다. 그리고 읽어야 될 책을 못 읽어, 늘 빚에 쪼들리는 사람과 같다. "사서삼경"이나 읽고 "두시언해"나 들여다보면, 학자님 노릇을 할 수 있었던 시대가 그립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이브를 만드시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후손이 삼십억이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셨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들 하나하나를 돌보아주실 수 없게 되었다. 하나하나를 끔찍이 생각하고 거두어주시기에는 우리의 수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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