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박사란 어떤 것을 갖춘 사람을 말하는 것인가?
나는 지금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고,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박사가 되면 뭐하는 거야?"하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사람마다 다른 기준이 있을 수도 있겠다.
대학원 진학을 택했던 이유와 굳이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살짝 다르기 때문에 오늘은 박사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몇자 남겨보고자 한다.
해외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박사'라는 명칭에 대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거 같다.
아마도 '만물박사', '척척박사'와 같은 용어들이 관례적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상징하는 바는 해박학 지식을 지닌 사람을 지칭하는 거 같다.
그런데, 사실 공학계통에서의 박사는 단순히 지식의 양이 풍부한 것을 추구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보다 어느 특정한 분야 또는 기술, 주제에 대해서 빠삭한 것.
이는 다소 박학다식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의외로 박사들은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무뇌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대학생들보다도 고등학생들보다도 상식에 대해 편협할 수도 있다.
나는 가끔 마주한다. 인문학 분야의 대가가... 카카오톡 하는 법을 모른다.
기술분야의 대가는 문자고 뭐고 그냥 전화만 한다.
이 메일, 팩스~ 이 모든 건 그는 모른다. 다 비서가 한다.
프로들 중엔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Specialist지만 일상에서는 잼병인 사람들이 더러 있고,
그들은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니까...
하지만 다른 사람 그 누구도 그들이 하는 일들을 결코 대체할 수 없다. 그래서 프로인 거다.
그들은 자기만의 독보적인 것을 가꾸기 위해 시간을 쓰고, 돈을 쓴다.
한 분야의 전문가에 대한 공식적인 지칭이 바로 박사라고 볼 수 있다.
즉, 지식의 양이 박사가 추구하는 가장 우선시 되는 가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가들은 박사들은 결코 Generalist가 아니다.
전문가가가 단순히 넓은 지식을 우선 시 하다보면 결국 자기 색깔을 잃고 생명력을 상실한다.
전문성, 고유함, 독창성,
이러한 요소들이 실제로 박사가 추구하는 가치라고 본다.
헌데, 그럼 박사과정에선 도대체 뭘 배우냐고 궁금해 할 수 있을 거 같다.
그 답은 각자 다르다. 박사가 될 조건은 앞서 말한 것처럼
전문성(Specialty)과 고유함(Originality), 독창성(Creativity)만 충족되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본다.
다만 요리사라고 해서 모두가 다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닌 것처럼,
박사라고 해서 모두가 다 천편일륜적인 훌륭함을 지닌 것은 아니다.
좋은 요리사는 손님의 건강과 입맛과 함께 온 사람들과의 관계 심지어는 오늘의 기분까지 고려해서
그 순간 그 사람에게 가장 어울리는 음식을 내놓는다.
좋은 박사도 그렇다.
세상이 필요로 하고 또 궁금해 하는 것을 파해치고 그것으로부터 인류에 유의미한 복리적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공학박사로서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서 공학박사가 박사과정에서 익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문제인식과 그것에 대한 해결능력이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좋은 요리사에겐 어떤 재료를 주더라도 그 재료로부터 나올 수 있는 최상의 요리를 기대할 수 있듯,
좋은 공학박사에겐 어떤 연구주제가 주어지더라도 그 안에서 가타부타 의미있는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박사과정생들은 끊임없는 질문과의 싸움을 365일 24시간 내내 해야한다.
이게 왜 말이 되는가? 논리적으로 현상적으로 어떤 빈틈이 있는가? 어떤 문제와 모순이 존재하는가?
냉철하게 그리고 꼬치꼬치 캐물어야 한다. 답이 나올 때까지... 스스로가 납득하고 남에게 설득할 수 있을 때까지...
그 능력을 키우는 것이 박사과정이다.
물론 그런 능력 없이 단순히 전문성과 고유함, 독창성만으로도 졸업은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거북이가 알에서 깨어나 바다로 기어가지만,
천 마리 중 999마리는 가는 중에 죽고 단 한 마리만 바다로 갈 수 있듯...
박사로서 행복하게 학계를 헤엄칠 수는 없다고 본다.
박사... Doctor of Philosophy.
철학자다. 왜냐, 본질을 꿰뚫을 수 있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늘 새로운 것이 오더라도 기꺼이 이해하고 또 내 것으로 포용할 수 있는 많은 도구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박사라면,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새로운 지식을
다른 이들의 생각들로부터 날아드는 비판을
그리고 자기 스스로를 성찰하고 시험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