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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어떻게 그렇게나 빨리 흐르는지

아침에 일어나 샤워하고 저녁에 운동 마치고 샤워하는

그 20~30여분의 시간 빼고는 가만히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할 겨를이 없다.


ICU 가서 참으로 많은 연구에 대한 영감을 얻어왔으나, 한국에 돌아오니 손대야할 업무가 한 두개가 아니다.

더욱이 이질적인 업무들 임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요구되고 또 급하게 해치워야할 일들이 너무 많다.

뭐 시기가 시기니 만큼 연구실 입장도 내 위치도 다 이해는 한다.


근데 좀 아쉽다. 지금 연구에 몰입해서 떠오른 아이디어들을 정리하고 싶은데... 

귀국한지 벌써 5일째...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물론, 이건 지극히 모두 내 스스로의 선택이고 내 탓이다.

내 역량의 문제지 연구실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지금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것을 나는 자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나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서호건 너는 지금 연구자로서 연구와 일을 적절하게 분배해서 하고 있느냐...?

네가 얻은 영감에 대한 가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있느냐?


지금 너의 그 푸른 젊은 나날들을

노동으로 태우고 있느냐? 투자로 끓이고 있느냐?

지금의 자유로움과 활력은 그 무엇으로도 다시 얻을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것.

아니 지금만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자.


바쁜 건 핑계다.


어젯 저녁에 한참 삼겹살을 구우려는데 어느 멋진 후배가 몇년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잘 지내시냐고... 가끔 내 모습이 떠오른다며... "형 고등학교 때도 똘아이셨잖아요~ 맨날 버스에서 영어 공부하고..."

난 그 후배에게 그때보다 지금의 서호건이 더 똘아이라고 답했다.


오늘 아침도 집에서 학교를 가는 그 짧은 15분 동안 영어를 들으며 따라 읽는 쉐도잉을 했다.

왜... 하냐고?


배움이 곧 투자다.


돈으로도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배움이다.

나의 재능을 기르는데는 돈도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본질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과 땀이 배움에 있어서 돈보다 더 효율이 높은 Input이다.


호건아, 영어를 사랑하는 만큼ㅡ

논문을 사랑해보자... 그리고 문학을 사랑해보자...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내 머릿속에 무언가를 담아두기에...!


P.S.

오늘 서울 큰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큰아버지네 가족들이 참으로 맘 고생이 많을 거 같다....

내일은 우리 가족도 무거운 마음 안고 다들 서울로 올라오고.... 장례를 거들 거 같다.

우리 아버지의 상심이 얼마나 크실지... 나도 마음이 참으로 무겁다. 큰아버지 부디 좋은 곳으로 잘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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