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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5.20 01:56

놓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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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흘러

밤이 찾아와도 밤인줄 모르고

밤을 꼬박새고 아침을 맞이해도 아침인줄 모른다.

하루를 생각하며 사는 게 아니라, 그저 매순간을 살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까지 놓지 못했던 많은 것들

우정

사랑

편의


내가 왜 지쳐하는지, 왜 결정을 머뭇거리는지...

왜 새로움을 향한 도전을 섣불리 하지 못하는지...

내일의 결과를 두려워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해보여서도 아니고,

나 스스로의 소신이 사라져서도 아니다.


지난 나날 나는 내가 하고파하는 것들을 과감히 시도해왔다.

그러한 과정에서 함께한 사람들에게 나의 주관을 강요했던 것도 사실이고,

나는 내 방식이 보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한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실제로 결과가 내 예상대로 더 좋았기도 했고, 처음엔 반대했던 그들도 나중에서야 동기를 이해하고 고마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삶이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사람들과 더 새로운 사람들과 엮이면서...

내 생각대로 모든 일들이 풀려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나는 좌절감을 느꼈고, 나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왔던 거 같다.


더욱이 대학생활을 하며 학점을 신경쓰다보니, 더 더욱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성적에 비례해서 나타나는 것 같았다.

학점이 잘 나올때는 잘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학점이 덜 나올때는 뭔가 무능하고 게으른 학기를 보냈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초중고등학교 때, 대학 초창기 때...

성적에 연연하지 않았다.

소신것 공부했고, 소신것 성적을 받고 만족했다.

수학점수가 60점대가 나와도, 웃을 수 있었고...

수학점수가 90점대가 나와도,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지금 난 A+이나 A냐를 놓고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학기 성적이 내 삶의 모든 지표가 되어가는 것 같다는 압박감에 도무지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들도

연애도

친구들과의 우정도

선생님들과의 친분도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그러면서 나는 잘 안풀리는 공부를 놓고 씨름하고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아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남았다고 느껴지는 그 학업이란 것만큼이라도 붙잡아 보려는 마음만 앞서고 있다.


이제 알거 같다.

내가 잊은게 뭔지를...


난 공부를 잘하던 아이가 아니었다.

난 뭐든 열심히 하던 아이였다.

사랑도 공부도 친구도... 그저 열심히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행복해했고 만족해했다.


이젠 놓아주자.

내가 두려워하는 이유는 학점이 훌륭하지 않으면 세상을 내가 바라는대로 못살까봐 그런거다.

학점이 내 삶을 보장해줄 거라는 어리석은 착각에 빠져지내며 내가 가진 다른 모든 장점과 감정을 버리고 있다.

열심히하자. 하지만 놓아주자.


나는 서호건이다.

공부벌레가 아닌 멋쟁이 서호건이다.

삶을 멋있게 행복하게 사는 서호건이다.


공부는 내가 할 줄 아는 것들 중 하나일 뿐이다.


연구실 생활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지금 누리고 있는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여유와 차후 논문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는 나 스스로를 옥죄고 있다.

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말이다.


나가라.


이곳은 나의 무대가 아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게 아닌 걸 알면, 나가서 다른 걸 찾아라.

평생을 그럴싸한 인생을 살래?

제멋대로지만 나만의 영화를 찍을래?


두려운가?

실패가?

방황이?

막연함이?


그런 소심함으로 세상을 어찌 헤쳐가려 하느뇨...

이 작은 결정하나에 벌써 오금저려하고...

한학기 학점 하나에 나 스스로를 들었다놨다하는 내 꼴이 우습다.


장난하니? 네 직관을 믿어라.

아닌 건 아닌 거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딱히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롭기는 해서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과 사랑을 나누어도 여전히 마음 속 한구석이 공허하고, 외롭다.

누군가 곁에 있지만, 몸만 같있을뿐 영혼은 저 멀리 떨어져있다.

우리가 육체적 욕망만을 추구한다면, 그런 관계도 만족스러울 수 있겠지만...


사랑은 육체뿐만이 아닌 정신적인 교감이다.

평생을 같이 할 사람과 결혼을 함에 있어,

딱히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나이는 꽉 차가고, 주변에서 자꾸 압박은 주고,

신혼이 부러워보이고...

그래서 그저 그런 감정을 가진 사람과 결혼을 한다면...

상대가 힘들고 어려울 때, 당신은 상대를 버리고 떠날 사람이다.

진정 사랑한다면, 힘들때 곁에 있어주고 싶고 지켜주고 싶을 거다.

그런 사람과 결혼을 해야...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 마치 한 몸처럼...


동상이몽은 진심으로 서로를 바라보지 못하는 이들이 하는 거다.


The one을 찾아야 우리의 삶은 살아있는 것 자체로 행복할 수 있다.


일도 사랑도 우정도...


The one을 찾기 위해...

지금 가진 적당한 것들을 버릴 줄 아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가 있는 이 섬이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더 마음에 들만한 섬을 찾아갈 용기가 없인 그 불만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군가는 말한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라고...

주어진 것에 만족한다.

흠... 

내 생각엔 주어진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열정이 있는 것에 감사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설령 더 힘들고, 더 외로워도...


새로운 내일을 맞이해야할 이유가 있는 사람의 삶과

내일도 오늘만같아라 바라며 항상 똑같은 하루를 사는 사람의 삶...


오래 살고 못살고

풍요롭고 넉넉하게 살고 못살고를 떠나


그러한 역동적인 삶이 사람냄새나는 살아있는 삶이 아닐까 싶다.


세상이 산업화 되고 정보화 되어갈수록

점점 사람들 개개인이 사회의 부품화되어 마치 거대한 기계처럼 쳇바퀴 돌듯 돌아가는 모습이...

천편일률적인 학생들의 교육방식과 사고방식

별다를 것 없는 대한민국 젊은 이들이 바라는 직업상과 삶의 방식들...


우리가 로봇인가? 밤낮없이 공부하고 일해야만 하는...?

세상이 풍요로워진 게 행복한가? 자랑스러운가?

대한민국이 50년의 한강의 기적을 이룬게 축복이라 생각하는가?


우리가 누리는 이 편익들로부터

우린 인간다움이 뭔지 사람답게 사는게 뭔지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혁신이라고 외치며 받아들이 산업화와 정보화에

우리의 삶이 종속되어 모두가 압도당해 그저 대세에 휩쓸려가고 있다.


유능한 사람들을 창의적인 사람들을 단순한 바보들로 만들어가는 이 울타리 안에

나는 묻혀선 안된다.


정신을 바짝차리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가야한다.


성공은 사회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다.

성공은 내가 아침에 눈을 뜨는 것에 감사하고 하루가 설레이는 삶에 있다.


보내라. 바보같은 집착들을...

죽을 때 들고갈 것 없는 쓰잘대기 없는 허세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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