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둘은 9년만에 다시 만난다. 하지만 그날...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결코 섹스를 하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9년 전의 그날 밤을 추억한다. 개인적으로 이는 작품 전체로써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그간 쌓아온 모든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서로에게 쏟아내고 싶어하면서도... 섣불리 그러지 못 하는 것이다.
즉, 어제까지의 과거의 감정은 그나마 허락하겠는데... 추억으로써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겠는데...
지금 서로가 조금만 더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서면 느껴버릴 수도 있는 감정을... 끝까지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뭐랄까... 그 이유를 딱 하나만 꼬집어 말 할 순 없을 거 같다. 막연한 두려움...? 거부감...? 죄스러움...? 책임감...? 등...
그러니까 지금은 오래전 그때처럼 달콤한 로맨스를 나누기엔 서로가 이미 쓰디쓴 현실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다는 걸...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괴로움은 셀리느가 제시보다 더 깊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의 그날은 어디까지나... 정말 소설 같은... 꿈만 같은... Fantasy... Magic... 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런 것이 되어버렸으니까...
셀리느가 그날 비엔나에 못 갔던 것으로부터 모든 것은 달라졌고... 그래서 그녀는 미안하면서도, 정말 아쉽고... 안타깝고...
그 후로 만나는 모든 남자들에게서 그때의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 없었음에 상당한 괴로웠고, 그럴수록 제시가 더 그리워졌고...
한편으론 미워지기까지 했을 것이다. 물론 제시의 결혼생활도 행복하지 않았던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 둘은 재회는... 현재를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현재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어제까지 그려온 서로의 존재에 대한 오랜 그리움을 어루만질 뿐이었다. Before Sunrise에서 보여진 감정 이상으로 새로운 것은 없었다.
오히려 그 모든 감정을 그 당시엔, 결코 그 정도로 서로의 삶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 못 했다는 것을 반성하는 듯...
더 깊이 그날의 사랑을 곱씹겠끔 했다. 이는 나로 하여금 Before Sunrise에 나오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복습시키고 각인시키는 것만 같았다.
역시 영화는 영화였다.
그리움을 딱 그리움에서 끝내고...
여운을 남기는 것... 미완성의 완성...!
과연 그둘이 비엔나에서 만났더라면...? 그랬더라면... 정말 서로가 결국 헤어졌을까? 나중엔 서로가... 싫어졌을까...?
하지만 못 만났더라면, 서로가 훗날 지금처럼 살게 될 거란 걸 생각할 수 있었다면... 혹여 사귀었다가 예기치 않게 헤어짐의 찰나가 오더라도...
잠깐 화나고 괴로웠을 순 있었겠지만, 결국엔 서로를 다시 부둥켜 안지 않았을까...? 사랑의 소중함을 되뇌일 수 있지 않았을까...?
영화는 우리에게도 그런 찰나가 닥쳤을때, 부디 그 생각을 해보길 바라는 게 아닐까?
지금 우리의 진실된 사랑 앞에 온전히 마음을 내맡기지 않는다면, 훗날 우리의 삶이 이렇게 될 거라는 걸...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거란 걸...
그러니까 있을 때, 잘 하라고...! 지금 눈 앞의 사랑에 몰입하고, 즐기고, 느끼고, 충실하라고...!
Before Sunset은 그걸 내게 절절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