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몇개월 만에 영화란 걸... 본 걸까? 최소 작년 10월 이후론 못 봤을테니까... 적어도 9개월... 그래 9개월만에 영화란 걸 봤다.
하하하... 근데 어쩌지...???
내가 이 영화를 봤단 걸 알면, 그걸 보고 따라하는 것처럼 보여지겠지...?
영화가 내 사랑에 스포일러가 될 줄은... 미처 생각지 못 했다. 내가 준비하고 있던 일들이 소재로 쓰일거라 곤... 더 더욱 생각지 못 했다.
본의 아니게... 덕분에 난, 그 순수한 가치를 잃어버렸다. 조금 아쉽다. 하지만 이미 봐버린 이상... 의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고대로부터의 조각조각으로 우리의 영혼이 나뉘어왔다는 발상은 상당히 참신했다. 이 주제만 가지고도 난 할 말이 참 많아질 거 같다.
제시의 애정결핍은... 마치 대학교 1학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그가 부모에 대한 반감을 참 가볍게 말하면서도, 그 아픔을 속으로 끙끙 앓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단어를 제시하면, 시를 지어주겠다면서... 그 시가 당신의 삶에 빛이 된다면, 보답으로 돈을 달라는... 부랑자 시인(?)의 요구... 참 어색하면서도, 의미심장 했던 거 같다.
그리고 그 후에 이어진 제시의 반응과 나중에 점쟁이의 손금이야기를 듣고 보이는 반응들이...
내가 한참 삶에 대한 회의가 짙을 때 나타나던 무의식적인 공격성과 비슷했다. 이해가 됐다. 그런 그의 태도가...
최악의 이별이 뭔지 알아?
추억할 만한게 전혀 없다는 것. 저쪽도 나에 대해 마찬가질 거야.
헤어진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제시가 했던 말...
서로를 기억할 만 한게 없어서... 이별에 괴로운 척하지만, 속으론 오히려 쾌재를 부를거라는 말은... 음... 내게 참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난 항상 독립적인 여자여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껴
내 인생을 남자에게 맡기고 싶진 않아
하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내게 중요해
그런 걸 경멸해왔지만, 모든 행동은 결국 더 사랑받기 위한 게 아닐까?
당차 보이는 셀리느의 말에서 간접적으로 묻어나는 사랑에 대한 목마름...
알고보면... 우리의 삶이 다 그러한 게 아닐런지... 다만 셀리느와 같은 모험심 강한 여자들의 경우,
자기가 가진 그 독립성을 자체를 존중받고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게ㅡ 평범한 여자들과 다르다면 다른 점이 아닐까?
그러다보니 평범한 남자들이 결코 알기 어려운 그 매력을... 온전히 이해해줄 남자를 기다리는 그녀의 마음은... 오죽 애타겠는가...?
모르겠어. 가끔... 훌륭한 가장이 되는 꿈을 꾸지.
가능할 거 같아~ 하지만 다음 순간 그런 짓이 내 인생을 망칠 거 같아.
감정이 두렵거나 사랑할 능력이 없는 건 아니야~
정직하게 말해서 관계유지에 정력을 낭비하느니,
뭔가 다른데 몰두하다 죽는게 더 나을 거 같아.
셀리느의 말에 대한 제시의 답변... 진짜 3년 전의 나를 보는 듯 했다.
내가 만약 사랑에 대한 가치를 내 삶에 제대로 심어두지 않았다면,
그리고 지금처럼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어쩌면... 나 역시 그 말에 동의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결코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보는 듯... 제시가 안쓰러워지려던 차에, 이어진 셀리느의 부드러운 대답.
그녀의 말은 애정결핍에서 온 제시의 방어기제를 녹이기에 충분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평생일에만 매달려 살았어
52세에 문득 깨달았지
사랑을 줘본 적이 없단걸
삶이 무의미해졌다
울면서 그렇게 말했어
만일 신이 있다면 우리 안엔 없을거야~ 너나 내 안엔...
우리 사이의 공간에 존재할거야~
마법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속에 있을거야.
실현은 거의 불가능하겠지... 그럼 어때~!?
해답은 노력 속에 있어~!
딱 내가 제시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과거의 내게... 지금 내 자신에게... 꼭 해주고픈 말이었다.
친구 하나가 애를 집에서 낳았지.
그 탄생의 엄숙한 순간, 아이가 세상에 나와 첫 숨을 내쉴 때
맨 처음 떠오른건, "이 애도 언젠간 죽겠지" 그런 생각이었대~ 그게 진실이야...
모든 건 끝이 있어. 그래서 시간이 더욱 소중히 느껴지는 거야...
오늘밤도 그래...
.... 그리고 이어지는 서로가 예상하는ㅡ 그리고 받아들이기로 한ㅡ 단 하룻밤의 만남 ...
이 말도... 내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은 그 소중함을 온전이 즐기고자... 소소하면서도 특별한 추억들로 그 하룻밤을 수놓는다.
사랑스러운... 그리고 아름다운... 그런 밤이었다.
어제 네가 한 말...
오래된 부부는 서로 뭘할지 뻔히 알기에 권태를 느끼고 미워한댔지...
내 생각은 반대야, 서로를 아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 거야~
머리를 어떻게 빗는지,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말할건지...
그게 진정한 사랑이야...
셀리느가 말해준 진정한 사랑... Really Love...
그래... 내가 알고 있는 사랑도... 내가 하려는 사랑도... 그런 사랑이다.
♬ 청취실에 제시와 세리느가 함께 들은,
미국 가수가 불렀다는 곡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속삭여요
사랑은 정해진 길이 있다고
이리로 와요
이리로 와요
난 느낄 수 있어요
당신을 이토록 원한 적은 없어요
가까이 와요
가까이 와요
내가 당신 곁을 떠난 적이 있었나요
이제 자존심은 잊어요
내게로 와요
내게로 와요
난 급하지 않아요
이번엔 달아날 필요 없어요
당신의 여린 마음 난 알아요
우리 사랑은 영원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