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꽃, 강아지
요 며칠 나를 슬프게 한 세 가지다.
그 이야길 하기 전에, 근황을 몇자 남긴다.
연구실 일들 굵직한 거 무난하게 잘 넘기고
또 연이어 여러가지 중차대한 일들을 차근차근 잘 꾸려가고 있다.
늘 그렇듯... 일 할 땐 빡시게, 놀 땐 더 빡시게ㅎㅎㅎ
다들 내가 공부하거나 일하는 걸 보면 내가 뭐 노는 줄 안다. 온종일 완전 신나서 슝슝하니까ㅋㅋㅋ
어차피 할 거면 고렇게 재미지게 해야지 안 그런가~?
요즘 새로 생긴 습관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거 두 가지
아침 일찍 일어나기, 하늘 보며 생각하기.
덕분에 하루가 굉장히 길어지고 활기차졌다.
그리고 내 삶의 빈틈이 없어졌다. 늘 가득 차있다. 무언가로...
그렇게 행복에 겨운 봄날을 만끽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도 세상은 또 그렇지 않은 때가 있는 법.
내가 행복해서 그래서 그 슬픔이 더 마음 아프게 느껴졌던 거 같다.
얼마 전에 영화같은 일이 있었다.
불현듯 자다가 눈을 뜨고서
나도 모르게 옷을 챙겨입고
동네를 걷다 따뜻한 곳에 들어가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정말 영화 같은 순간이었다.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이었다. 어둡고 좁은 골목을 지나가는데...
그 길 딱 정 가운데... 작고 검은 물체...
마치 쪼그마한 쥐새끼 한 마리가 엎드려 있는 것 같았다.
겁없이 다가섰다. 그런데... 너무 가슴이 아팠다.
참새 한 마리가 죽어있었다.
뭐랄까... 정말 배고파서 죽은 듯... 털썩 주저 앉아 고갤 숙이고 있었다.
나는 내심 바랐다. 내가 살짝 건드리면,
온종일 날다가 피곤해서 잠시 골아떨어진 꿀잠에서 깨어나
삼십육계 줄행랑 도망가길...
그런데 안 움직이더라... 내가 툭툭 옆구리를 밀어보는데... 그냥 돌아 눕더라...
지나치려다... 마음이 걸려서 도저히 못 가겠더라... 누가 행여나 모르고 밟고 지나갈까봐...
그렇게 죽은 것도 안쓰러운데, 그마저 밟히면 내가 미안해질 거 같더라...
그래서 옯겨줬다. 아무도 밟지 않을 그곳으로... 부디 다음엔 배고픈 이곳 서울 말고 숲에서 태어나길 바라며...
그리곤 며칠 후, 얼마 전에 내가 신호등 앞에 멈춰서며 어렵사리 사진으로 찍어 담았던 꽃.
보도블럭 사이에 핀 보라색 꽃이 피어있던 그 길을 지날 일이 있었다.
그 당시에 그 꽃이 너무나 예뻤고, 그걸 꺾었다며 시도 썼지만... 사실 나는 그날 그 꽃을 꺾지 않았다.
난 길가에 핀 꽃을 함부로 꺾지 않는다.
혹시나... 설마하는 마음으로 그 꽃이 있던 자릴 돌아보았다. 없더라 이젠...
아~ 참 아름다운 것도 한 때구나... 내가 그날 보지 않았더라면... 그 아름다움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던 거구나... 싶었다.
그렇게 애써 어렵사리 핀 꽃이 대체 어떻게 누군가의 발길에 채여 꺾였는지 모르겠다만...
그냥... 우리가 흘려보낸 수많은 나날... 이 모든 순간이... 마치 그러하지 않나 싶어졌다.
아름다운데... 눈부시게 찬란한 찰나인데... 우리가 추억으로 담아두려 하지 않으면, 가슴으로 기억하려 들지 않으면...
그토록 빛나는 것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그런 게 우리 삶에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지나가겠구나...
그래서 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지금 이렇게 마음을 주고 받는 모든 것에 감사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어느 한 강아지 얘길 들었다. 갈 곳 없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어린 강아지...
사랑이를 잃고 나는 다시 강아지를 들여와 키우진 않고 있다. 동물들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사랑이를 키울 때는 그래도 대학교 다닐 때니까 공강때마다 집에 와서 놀아주고
집에 함께 오래 머물 수 상황이어서 1~2년 그렇게 키워서 나에 대한 믿음을 주고
그리고 나서 취업을 하든 대학원을 진학하든 집을 오랜 시간 비우더라도 괜찮을 수 있도록 노력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러기가 쉽지 않은 때라... 마음 같아선 그 강아지 내가 보듬어주고 싶어도...
우리 집에서 홀로 온 종일 어린 시절 보내고, 늘 주인이 없음에 불안해하고 외로워하는 그 눈빛... 지켜볼 자신이 없다.
그래서 슬프다. 그토록 귀여운 아이들이 상처받고 또 외로이 커가는 것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전업주부나 프리랜서나 강아지 데리고 1~2년은 함께 알콩달콩 같이 있을 수 있는 그런 새 주인...
진심으로 두 손 모아 바라본다.
그렇게... 지난 며칠 간... 아주 소소한 것들... 참새, 꽃, 강아지...
이것들이 날 아프게 또... 슬프게... 또 감사하게 했다.
작아서... 너무나 작아서... 더 아픈 것. 더 슬픈 것. 더 감사한 것.
그게 어쩌면 우리가 대단한 그 무엇들 보다 놓쳐선 안될 소박한 삶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아직 그 소소한 것들에 눈길이 홀리고, 마음이 뺏기고, 손길이 뻐치는 지금의 내가 나는 참 좋다.
이런 사람 냄새가 나는 좋다.